한화손보, 해외 SOC 투자 집중 '이익보다 안전' [손보사 대체투자 리스크 진단]⑥한화그룹 차원 투자전략 '효과', 높은 후순위 비중은 '리스크'
이은솔 기자공개 2021-10-08 07:42:46
[편집자주]
손해보험사들은 2015년 이후 해외대체투자를 본격화했다. 저금리 시대를 맞이해 국내 채권 중심 투자만으로는 더이상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몇년 사이 '코로나19'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는 점이다. 해외자산 손상 등 관련 리스크를 확연히 드러낸 곳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전반적인 상황은 어떨까. 손보사의 해외대체투자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집중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6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손해보험은 시장점유율 중하위권의 손보사지만 대체투자 분야에서만큼은 다른 중소형 손보사들보다 한 발 빨랐다. 특히 인프라펀드 분야에서는 손보업계 내에서도 지분이 막강하다. '큰 형님' 한화생명의 운용 전략에 한화손보가 동참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대체투자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한화손보는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차원의 전략적인 방향성 아래 해외대체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생명의 자산운용과 대체투자 부문은 이미 한화자산운용 아래로 옮겨갔고, 한화운용이 설정하는 대형 인프라 펀드에 생명과 손보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형태다. 이런 가운에 한화손보는 비교적 안전자산에 투자를 집중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대체자산 중 '65%' 사회간접자본 투자, 위험도 고려한 투자
한화손보는 손해보험업계 평균 대비 해외대체투자 자산이 많거나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화손보의 운용자산 대비 해외대체투자 비중은 9%로 업계 평균인 10% 내외를 소폭 하회한다. 자기자본 대비 해외대체투자 비중도 91% 수준으로 타사들이 평균 자기자본의 130% 내외를 해외대체투자에 쏟고 있는 데 비하면 비중이 적은 편이다.
다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보험업권의 의견을 반영해 해외 SOC 투자에 대한 리스크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해당 국가의 정부 등의 보증이 있는 해외 SOC 투자의 경우 국내 SOC 수준의 낮은 위험계수를 적용한 것이다.
당국이 국내 투자에 비해 해외 투자의 위험도를 그동안 높게 평가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의 대체투자처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 사실상 해외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장한 것으로 해석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험회사 해외대체투자 자산에서는 부동산과 SOC 투자가 6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고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고 자산 가치 변동이 크지 않아 중·저위험 자산으로 평가된다. SOC 중에서도 발전소 등 공급시설 관련 투자가 64%로 가장 많다.
중소형사라는 특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는 투자 노하우가 필요하고 높은 리스크과 높은 수익이 따르는 기업투자나 구조화 등에 대한 투자도 고르게 이뤄진 반면 중소형사는 부동산, SOC 투자 집중도가 대형사보다 높았다. 대부분의 중소형사에서 부동산과 SOC 투자비중이 70%에 달했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한화손보의 SOC 투자 집중률은 압도적이다. 전체 해외대체투자 자산 중 SOC 투자의 비중은 64.5%다. 메리츠화재와 농협손보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각각 64.3%, 56.5%로 더 높았다. 타 손보사의 SOC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한화손보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흥국화재가 36% 수준이다.
◇저위험 자산 '안정적'…높은 후순위·지분투자 비중은 걸림돌
SOC는 대체투자 중 대표적인 저위험 투자자산이다. SOC는 도로, 항만, 철도, 상하수도 등 생산활동에 직접 투입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설비나 시설류를 뜻한다. 완성된 자산에 대해 이자를 창출하는 개념보다는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담보가치보다 운영기간 중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SOC 투자는 만기가 길다는 점도 특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산매각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건전성이 저하될 위험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만기별 잔액을 살펴보면 전체 자산의 98%가 만기가 3년 이상이었다. 부동산 자산의 8%가 만기 1년 미만이고, 1년 이상 3년 미만이 30%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의 특징 자체가 만기가 길다.
한화손보 역시 SOC 투자의 높은 안정성을 감안해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해왔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타 손보사들이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나설 때에도 한화손보는 부실을 크게 인식하지 않았다. 2020년 기준 운용자산 대비 손상차손 비율을 살펴보면 손보업계 평균이 0.19% 수준이었는데, 한화손보는 0.1%로 비교적 부실이 적었다.
다만 한화손보의 경우 타사보다 후순위나 지분 투자의 비중이 높다는 게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평균 상환순위별 비중을 살펴보면 선순위 비중이 49%로 비교적 높았고 중순위가 10%, 후순위 및 지분(Equity) 투자가 42%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화손보의 경우 후순위 및 지분투자의 비중이 약 70%로 매우 높았다. 이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증권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의 해외 특별자산(SOC, 기업금융, 항공 등)의 후순위와 지분투자 비중은 60% 수준이었다. 대형사인 DB손보의 SOC 투자 중 선순위 비중은 96%, KB손보는 69%로 안정성이 훨씬 높았다.
SOC 투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비교적 적은 부문이지만 이중에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손상차손 사례가 발생해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유가가 하락하고 전력수요가 감소하면서 일부 발전소 투자건에서 이자가 미지급되는 건이 발생했다. 이런 손상이 발생할 경우 후순위나 지분투자는 선순위 투자보다 위험성이 높아 향후 한화손보의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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