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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대체투자 리스크 진단]'후발주자' 농협손보, 그룹 힘입어 부동산·SOC '걸음마'⑨수익보다 안정 추구, 위험자산 비중 줄여 코로나19 타격 최소화

이은솔 기자공개 2021-10-18 07:53:49

[편집자주]

손해보험사들은 2015년 이후 해외대체투자를 본격화했다. 저금리 시대를 맞이해 국내 채권 중심 투자만으로는 더이상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몇년 사이 '코로나19'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는 점이다. 해외자산 손상 등 관련 리스크를 확연히 드러낸 곳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전반적인 상황은 어떨까. 손보사의 해외대체투자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집중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4일 12: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 금융 계열사는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보수적인 기조를 가진 곳으로 꼽힌다. 공적 성격이 강한 만큼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둔다. 농협손해보험 역시 이 같은 농협 금융의 기조에 발맞춰 다른 손해보험사들에 비해 해외 대체투자 진출 속도가 늦었고 규모도 크지 않다.

다만 대체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한 게 반드시 단점은 아니었다. 리스크 중심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한 덕분에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무사히 넘겼다. 농협손보는 범농협 계열사와 함께 비교적 안정적인 부동산과 사회기반시설(SOC)을 중심으로 해외 대체투자에 걸음마를 떼고 있다.

◇보수적 운용 기조…해외대체투자 규모 '최하위권'

농협손보의 해외대체투자 자산은 중소형 손보사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이다. 한국신용평가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농협손보의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져는 6000억원이었다. 국내 중형사인 한화손보가 1조6000억원, 흥국화재가 1조3000억원 수준의 해외대체투자를 진행 중인 것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다. 운용자산 대비 해외대체투자 비중도 6.9% 수준으로 타사에 비해 낮다.


자산별 비중을 살펴봐도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농협손보의 해외 대체투자 자산 중 절반 이상인 57%는 부동산, 30% 가량은 SOC, 항공·선박 자산은 5% 미만이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과 SOC는 항공기 금융이나 기타에 속하는 사모펀드투자 등에 비해 손실 가능성이 적다.

해외부동산 자산도 안정적인 선진국 시장이 대부분이다. 농협손보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3000억원 내외인데, 이중 북미 시장이 약 75%를 차지했고, 유럽 시장까지 합하면 95% 수준이다.

외부 리스크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투자자산을 조정하기도 한다. 2020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판단해 위험자산을 축소하고 익스포저를 최소화하는 운용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주식 비중을 전년 말에 비해 절반 이상 줄였다. 2019년말 413억원이었던 시장성지분증권 보유자산은 2020년 1분기말 157억원까지 감소했다.

리스크를 미리 줄인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크지 않았다. 운용자산 대비 손상차손 비율은 2019년과 2020년 모두 0%였다. 손상차손을 거의 인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업권의 손상차손 인식이 도합 3000억원 이상을 넘겼고, 운용자산 대비 손상차손 비율도 0.19%로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선방한 셈이다.


◇낮은 수익률 '고민'…범농협 계열사와 대체투자 천천히 확대

손해보험사들은 대부분 금리 하락에 따라 줄어든 운용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반면 농협손보는 운용수익 최대화보다는 안정성에 방점을 뒀다.

물론 이는 보험영업손익의 가파른 상승이 받쳐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협손보는 공적 보험의 성격을 띤 농작물재해보험 비중이 크다. 그런데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 관리는 회사 내부 경영의 역량이라기보다는 태풍, 수해 등 외부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해 농협손보의 당기순이익은 68억원에서 46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보험영업손익에서 기인했다. 보험영업손익은 2019년 약 900억원에서 2020년 3700억원으로 늘었다. 투자운용수익은 같은 기간 2750억원에서 262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보험영업 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운용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낼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다만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은 변동성이 크고 공적 성격을 가진 정책성 보험이라 여기서 수익을 극대화하기도 힘들다. 보수적인 운용 기조에 따른 낮은 수익률은 결국 농협손보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농협손보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타사 대비 낮은 편이고, 지난해에는 이익률이 더 하락했다. 2020년 기준 농협손보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9%대로 2019년(3.15%)에 비해 낮아졌다.

이를 위해 농협손보는 범농협 계열사와 발맞춰 대체투자자산을 천천히 늘리고 있다. 농협금융은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 기조에 따른 인프라 사업 투자 확대에도 동참하고 있다. 가령 농협금융지주가 뉴딜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는 1500억원 규모의 ESG 펀드를 조성하면, 농협은행, 생명, 손보, 증권, 캐피탈 등이 모두 함께 출자하고 운용은 아문디자산운용이 맡는다.

농협금융이 한국판 뉴딜을 표방하며 인프라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기회라는 해석도 나온다. 농협손보 자체적으로는 우량한 딜을 발굴하고 소싱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지만, 그룹 차원의 투자에 동참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사 대비 규모는 아직 작지만 자산운용처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농협손보도 해외대체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농협 그룹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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