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Radar]토스도 소액후불결제 시장 진입, 사업모델 먹힐까카드사 무이자할부 중심 국내시장 특수성, 신용관리 역량 주목
이장준 기자공개 2021-11-15 07:44:25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2일 1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도 소액 후불결제 시장에 진입한다. 해외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선지불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카드사 무이자 할부 중심의 국내 시장 특수성을 고려하면 성장성이 그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용 이력이 부족한 고객이 주를 이룰 것이기에 연체 등 관리 역량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비바리퍼블리카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내년 3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재화나 용역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포인트 잔액이 부족할 경우 후불 결제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비금융·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를 거쳐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이용 가능하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선불업자)는 대가를 추후에 지급받는 후불결제 업무를 할 수 없다. 다만 △개인별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 처리하며 △여전법상 신용카드업 허가받지 않고 후불결제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한 것이다.
토스 관계자는 "현행법상 전자금융업자가 선불전자지급수단 기반으로 후불결제 업무하는 게 제한된 상황이라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게 됐다"며 "금융소외 계층 가운데 신용카드 사용 어려운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지불 후 부족한 금액에 대해 일부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는 식으로 관련 내용이 변경된다. 하지만 금융위와 한국은행 간 이견 등에 부딪혀 1년 넘게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토스는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카드업계에서는 빅테크·핀테크의 소액후불결제 시장 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추후 한도가 늘어날 수도 있어 신용카드사와 경쟁 관계에 놓일 것으로도 봤기 때문이다. 이미 2~3개 업체의 후불결제를 쓰면 신용카드 월 사용액 평균 정도 수준이 된다는 지적이다.
다만 소액후불결제를 활용하는 고객군이 대부분 신용 이력이 부족한 젊은 층이 많아 신용카드와 이용 고객과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전망도 많다.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당장 카드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리볼빙을 많이 쓰면서 BNPL이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고객들이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에 익숙해진 상황"이라며 "체크카드도 소액 신용이 30만원까지 가능했으니 당장 반향이 크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조금씩 잠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액 후불결제 사업자의 신용관리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BNPL 이용 고객은 금융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연체자가 늘어나는 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사는 기존 CB를 통해 잘 관리하는 반면 쇼핑정보 등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모델이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연체 발생 시 채권추심회사에 맡길지 소액 후불결제 사업자가 직접 추심에 나설지 등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4월 먼저 혁신금융서비스를 받은 네이버페이도 테스트베드(Test Bed)처럼 소액 후불결제를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는 부가서비스를 추가할 경우 법적으로 최소한 3년간 유지해야 하지만 빅테크는 그런 제약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며 "처음에 고객 확보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해 M/S를 올린 뒤 혜택을 줄이면 소비자보호 측면에서도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비바리퍼블리카 측도 이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토스신용데이터(준비법인명)'라는 자체 신용평가(CB)사를 만들기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내년 초 예비인가를 신청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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