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28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금융권에서는 본업이 아닌 이종(異種) 업종에 직접 진출하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신한금융그룹이 대표 주자다. 토스는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목전에 뒀다. 신한금융은 TODP(Total Online Digital Platform) 추진단 주도로 메타버스·학습·펫 관련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배달업에 뛰어든다.투자 대상은 신한금융이 훨씬 광범위하지만 사업 추진에 유리한 입지를 점한 건 토스다. 같은 금융권이라도 일부 법 적용을 받지 않아 운신의 폭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해묵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토스는 이르면 이달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 지분 60%를 인수한다. 인수 주체가 금융지주나 은행이라면 '금산분리' 규제에 부딪혀 불가능했겠지만 전자금융업자는 예외다. 대금만 납입하면 금융위원회의 별도 승인 없이 딜이 종료된다. 12월 초 대형차량 기반 택시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사업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
반면 신한지주는 이미 1년 전 비(非)금융업 추진 조직을 꾸리고도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금융지주사는 자회사 경영관리 등을 제외한 다른 영리 목적의 업무를 할 수 없다. 법률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신한카드에 비영리 형태로 조직을 이관하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금융권 최초 배달 앱 '땡겨요'를 올 연말에 출시한다. 다만 이 역시 특례 기간(2년)이 만료되기 전 당국의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KB국민은행이 알뜰폰 리브엠(Liiv M) 사업 재승인을 앞두고 노조의 반발로 곤욕을 치른 걸 떠올리면 리스크가 없지는 않다.
이 때문에 토스에도 기존 금융사와 동일하게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시기 어린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따졌을 때 토스를 끌어내리는 게 정답일지는 의문이다.
가령 토스의 롤 모델 '그랩(Grab)'은 2012년 차량 호출 서비스로 시작해 금융업으로 발을 넓혔다.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점유율(M/S)은 75% 넘게 성장했고 조만간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할 예정이다.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슈퍼앱' 전략도 토스와 닮았다. 국내에서도 이런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그 수혜는 고객과 주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금 플레이어들이 뛰는 운동장의 '기울기'를 낮출 필요는 있다. 다만 그 방식은 기존 금융권에도 혁신의 기회를 열어주는 방향으로 가는 편이 낫다. 전통 금융사라 해서 혁신 DNA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보급 이후 신한은행은 1999년 국내 최초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선보인 저력이 있다. 레거시 금융사도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법적 토대를 마련한다면 그토록 주창해온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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