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가전 리포트]'쿠쿠신화' 이룬 구본학 대표, 아쉬운 ESG경영④'E·S평정 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노력 부재…G개선은 긍정적
손현지 기자공개 2021-11-22 08:21:15
[편집자주]
중견 가전업체들의 입지가 한층 넓어졌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집콕열풍', '보복소비'로 이전에 없던 고가의 가전까지 수요가 늘어났다. e커머스 발전으로 온라인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렌털, 홈쇼핑, 해외 진출 등 신수익원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들도 속속 생겨난다.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닥뜨린 중견 가전업체들의 경영전략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9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법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한국에 머무르지 않는 쿠쿠를 만들겠다."지난해 구본학 쿠쿠전자·쿠쿠홈시스 대표의 신년사 중 일성이다. 그는 쿠쿠그룹의 해외저변 확대를 위해 말레이시아, 북미 등 판로를 개척한 CEO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유럽 진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막상 외국인들이 중시하는 기업가치인 ESG경영과 관련된 행보는 베일에 쌓여있다. 쿠쿠그룹은 기업의 환경(E), 사회(S) 경영 노력을 드러낼 수 있는 창구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다. 홈페이지에도 관련한 정보를 게재하지 않고 있다. 수년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로부터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 있는 이유다.
◇ESG등급 관리 무관심한 CEO
쿠쿠홈시스는 인적분할한 뒤 2018년 상장했다. KCGS로부터 ESG평가를 받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당해에는 'C등급 이하 기업의 등급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KCGS방침에 따라 ESG등급 평정결과가 공시되지 않았다.
아버지인 구자신 회장이 이끌고 있는 쿠쿠홀딩스 역시 2018~2019년 ESG등급이 저조했다. 지배구조(G)등급 B를 받은 것을 제외하면 환경(E), 사회(S), ESG통합 평가 모두 공시대상 조건에 미달했다.
작년에서야 양사 전 부문 등급이 명확해졌다. 공통적으로 환경(E)부문과 사회(S)부문에서 'D등급'와 'C등급'을 받았다. ESG등급 체계가 S, A+, A, B+, B, C, D 등 7단계로 나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하점에 해당한다. KCGS가 D등급을 부여했다는 건 타사에 비해 역량이 미달됐거나 관련 공시를 하지 않았을 때다.
KCGS는 공시된 비금융 정보를 통해 기업을 평가한다. 일반 투자자들과 같은 입장에서 평가를 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표적인 참고 자료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필수 공시 자료는 아니지만 기업들이 ESG와 관련한 활동을 드러낼 수 있는 IR자료이자 창구로 여겨진다.
KCGS의 평가 방식에 맞춰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율도 높아지고 있다. LG전자, 코웨이와 SK매직의 모회사인 SK네트웍스 등의 렌털, 가전업체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매년 내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할 여력이 되지 않을 경우엔 공식 온라인 사이트 상에 지속가능경영 관련 카테고리를 달아놓는다. 쿠첸을 거느리는 부방은 홈페이지에 사회공헌 페이지를 별도로 마련했으며, SK매직도 지속가능경영 페이지를 통해 사회적 가치추구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위닉스도 내부정보 관리규정 등을 공시해놨다.
하지만 쿠쿠그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도 않고, 홈페이지에 관련 페이지를 마련해두지 않았다. 경영진의 개선의지도 적다. 쿠쿠홀딩스 관계자는 "ESG개선 노력을 위한 어떠한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며 "계획도 아직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의 특성상 ESG가 당장의 매출을 좌우하는 중요잣대는 아니다. 그러나 쿠쿠그룹은 유통주식수를 늘리는 추세며,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ESG 가치 제고 필요성은 높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ESG는 당장의 평가 보다는 중장기적인 생존의 문제"라며 "ESG를 경영에 반영했을 때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유일한 개선점 '거버넌스'…전자투표 제도 미비는 '아쉬움'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은 남아있다. 쿠쿠홀딩스와 쿠쿠홈시스 모두 주주총회 의결과정에서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또는 전자투표제 등을 모두 채택하지 않고 있다. 주주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자체가 미흡하다는 뜻이다.
KCGS의 지배구조 평가 기준 중 '주주권리보호' 항목의 배점이 두번째로 높다. 주주권리보호(95점), 이사회(100점), 감사기구(50점), 공시(35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 주주권리보호 및 행사 편의성이란 평가항목에 전자투표 도입 여부도 포함된다. 4주 전 소집공고, 주총 분산 개최, 배당정책 수립 등도 반영된다. 쿠쿠홈시스 사외이사들의 낮은 출석률(60%대)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희망적인 건 지배구조(G)등급은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쿠쿠홀딩스의 경우 2019년을 기점으로 지배구조 등급이 B에서 B+로 상향조정됐다. ESG통합등급도 C이하 수준에서 작년 B로 개선됐다. 쿠쿠홈시스 역시 작년 지배구조 C등급에서 올해 B+로 개선됐으며 통합등급도 C에서 B로 조정됐다.
그 배경을 보면 이사회 운영과정에서 숨은 노력들이 엿보인다. 우선 사외이사 추천 루트가 과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구체화됐다. 또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지원조직을 별도로 뒀다. 홀딩스는 경영지원팀(4인), 홈시스는 경영지원팀(2인)과 전략기획팀(3인)이 이사회 운영과 사외이사, 감사위원 직무수행 과정을 지원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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