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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나선 코인거래소]비트코인에 빠진 하버드 역사학도, 고팍스를 세우다①이준행 창업자,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로 창업…DCG 등 글로벌 투자유치

성상우 기자공개 2021-12-14 08: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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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중소형 가상자산거래소에 위기가 찾아왔다. 은행과의 계좌연동 계약에 실패하면서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전용 거래소'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정비하고 있다. 더벨에서는 재도약을 꿈꾸는 중소 코인 거래소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7일 10: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 세계 유수의 투자자들이 잇따라 투자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메인 운용사(GP)로 참여한 펜부시 캐피탈을 비롯해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의 모회사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 제조 대기업이 완샹그룹도 여기에 투자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중 최초로 시중은행의 투자도 받았다. 국내 5위권 거래소로 꼽히는 고팍스 얘기다.

설립 배경도 조금 남다르다. 창업자인 이준행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도록 만든 건 단순 사업성보단 전통적 금융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 대표에게 고민의 씨앗을 심은 이는 저명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교수다.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재학시절 퍼거슨 교수가 강의한 전공수업 '세계금융사'를 들으면서 금융시스템의 사회적 함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특히 유대인이 처음 고안해 낸 유가증권과 주식시장도 초기엔 사기 및 거품 논란에 시달렸지만 결국엔 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이 됐다는 역사적 맥락에 관심이 갔다.

이 대표가 새로운 금융의 창업을 구상하게 된 시기는 자이툰 부대 소속으로 이라크에 파병돼 있던 2008년이다.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축화폐 달러 중심의 경제시스템에 본질적 문제가 있음을 절감했다. 6년 뒤 컨설팅회사 재직 시절 처음 접하게 된 비트코인은 이 대표가 가진 그간의 고민들을 모두 해소해주는 신사업 영역이었다.

이 대표는 비트코인을 접하자마자 완전히 빠져들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기존 금융 체제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직감했다. 당시 HSBC 산하 사모펀드(PE) 'ex-HSBC'에 이사로 재직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해 공부를 했고 이후 퇴사를 해 창업의 길을 택했다.

2015년 현 고팍스 운영사인 '스트리미'를 창업한 뒤 내놓은 첫 서비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의 해외 송금 서비스였다. 특정 금융회사의 전용망이 아닌 공개된 데이터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송금함으로써 송금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서비스였다.

기존 금융회사가 중앙집중형 서버에 거래기록을 보관하는 방식도 버렸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기록을 공개, 매 거래시마다 대조하는 방식으로 해킹과 위조가 불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고팍스는 이 서비스로 당시 신한금융이 주최한 핀테크 스타트업 선발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 1기에 선정돼 최종 우승까지 했다. 신한금융 계열사 신한DS의 초기 투자 유치로도 이어졌다.

신한퓨처스랩은 단순 우승 타이틀뿐만 아니라 실제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국내에선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은 서비스라 출시하지 못했지만 홍콩 등 해외시장에서 곧바로 매출을 발생시켰다. 스트리미는 이 서비스를 사업화시킨 후 신한금융측으로부터 솔루션 제공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았고 이는 창업 초기 캐쉬카우 역할을 했다. 2019년 중반까지 고팍스는 거래수수료율 0%를 유지하며 단기 매출을 포기했는데 스티리미가 대신 수년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지난 9월 실명계좌 발금에 끝내 실패하면서 원화마켓을 닫게 된 고팍스는 다시 수수료율 0%로 전환했다. 눈 앞의 매출보다 시장의 신뢰도가 더 중요해진 시기인 만큼 원화마켓 종료에 따른 후속조치와 거래소 안정화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단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이 대표는 고팍스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거래 서비스의 보안 및 기술적 완성도도 높다. 자율규제를 가장 엄격하게 수행하는 '선비 거래소'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투자자 신뢰도도 높다.

시장도 고팍스에 대해선 높이 평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실명계좌 확보에 실패한 이후에도 복수의 투자처로부터 투자 논의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DCG의 대규모 투자로 당장 급한 실탄 충전도 마쳤다. 시장이 4대 거래소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제도권 편입 거래소로 고팍스를 눈여겨 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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