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10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부세 이슈가 핫(hot)하면서도 쿨(cool)하다. "폭탄을 맞았다"며 자산가들은 탄식과 하소연을 뒤섞는다. 한편에서는 "폭탄 정도는 아니다"며 안도한다.정부 통계에 따라 2%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예 '남의 일'이다. 그러면서 종부세 정책에 찬사를 보내기까지 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자산가들이 종부세를 대비하지 않은 건 이해가 잘 안된다. 정부는 이미 다주택자를 겨냥해 종부세 부담을 수차례 경고했다. 미리 시뮬레이션만 돌려봐도 수천만원의 세금은 뻔한 일이다. 자기 자산 관리에 대한 직무유기를 '폭탄'이라 하소연하며 여론의 동정을 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반대로 2% 밖에 안되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니 문제없다며 찬사를 보내는 쪽도 납득하기 힘들다. 납득이 안된다기보다 자산가 입장에서 보면 얄밉고 원망스럽다. 2%만 부담해서 98%에게 돌려주는 게 공정한지도 되묻는다. 98%를 등에 업고 정부 당국자마저 '부유세'를 정당화시키려는 논리는 전형적인 표퓰리즘이 아닐까.
어쨌든 폭탄과 찬사의 간극은 극복되기 힘들다. 양 극단간 갈등이 더 커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논란은 논란이고 문제는 종부세가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게 간과되고 있는 점이다. 안 그래도 불안한데 부동산 수급 문제가 종부세로 더 꼬일 수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약자의 위치 즉 종부세에 관심이 없거나 찬사를 보내는 쪽에 더 많은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가 임대주택의 월세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있고 수백만원의 반전세 혹은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금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종부세가 원룸과 빌라 등 취약계층의 주택 공급을 줄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 등 임대사업을 하는 다주택자들이 수천만원의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이후 주택을 아예 없애고 있다는 게 강남 PB들의 전언이다. 주택을 개조해 상가나 사무실 등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의무가 부과되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수도 있지만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PB들도 권하고 있다. 주택을 근린생활시설이나 사무실로 바꾼 이후 다시 주택으로 복귀시키는 건 매우 힘들다.
게다가 취약층의 주택 공급 문제로 끝나지도 않는다. 원룸과 빌라 공급이 줄어들면 결국 보완재나 대체제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비롯한 전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부자들을 겨냥한 부유세가 돌고 돌아 결국 경제적 약자 혹은 서민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종부세 법을 읽어 보면 '이 법의 목적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반대로 나타날 듯하다. 현실에서는 조세부담이 약자에게 전가되면서 더 불공평해지고 주택공급을 줄여 부동산 가격을 오히려 불안정하게 만들것 같다. 포퓰리즘은 항상 현실을 왜곡시키고 동시에 부작용을 낳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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