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시대 강소기업]'기쁨반 걱정반' 엔켐, 전해액 활황 속 투자 속도①외형 확대에도 수익성 뒷걸음질, 中 업체와 출혈경쟁 탓…투자금 1800억 장전
황선중 기자공개 2021-12-15 08:01:19
[편집자주]
ESG 바람을 타고 친환경 시대가 개화했다. 점점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 속에서 너도나도 앞다퉈 친환경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 열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선 기술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규모가 작아도 독보적 기술력을 갖췄다면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강소기업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더벨은 친환경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강소기업의 사업 전략과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0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이 희비를 동시에 겪고 있다. 전방산업인 2차전지 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사세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 업체와의 가격 출혈경쟁 탓에 수익성엔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엔켐은 공격적인 투자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 업체의 진출이 어려운 미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코스닥 상장사 엔켐은 2차전지에 들어가는 전해액을 제조하는 업체다. 전해액은 배터리 내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원활히 오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한 핵심소재라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전해질(리튬염)과 용매, 첨가제로 구성돼 있다.
전해액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전기차가 상용화되면서 2차전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해액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과 함께 2차전지 4대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2차전지 생산원가 중에서 전해액 비중은 평균 10~15% 수준이다. 최근 일회용이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환경친화적이라는 장점 역시 부각되고 있다.
엔켐의 매출 구조에서 전해액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의 97.4%가 전해액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용(xEV) 전해액이 91.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다음은 고출력전자제품용(EDLC) 2.6%, 소형전자제품용(IT) 1.8%, 에너지저장장치용(ESS) 1.1% 등이다.
그만큼 최근 실적은 고공행진 추세다. 지난해 매출액(연결 기준)은 1389억원이다. 2018년(368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277.4%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9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기 만에 지난해 매출의 65.8%를 달성한 셈이다. 향후 실적도 2차전지 시장 확대에 따라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매출과 달리 수익성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 측면에서도 △2019년 14.39% △2020년 9.02%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4.55%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엔켐은 공격적인 투자활동으로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계획이다. 현금실탄은 이미 마련했다. 지난달 1일 기업공개(IPO)를 통해 921억원을 확보했고, 같은달 29일엔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9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한 달 동안 18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이는 지난해 자산총계(1990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투자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수익성 악화를 야기하는 원재료 리스크 해소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근 전해액의 주요 원재료인 전해질(LiPF6) 가격이 수요증가 및 공급부족으로 급등하고 있다. 엔켐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중국의 리튬업체 'HNNM'에 원재료 구매대금 772억원을 선지급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더욱 힘을 쏟는다. 헝가리와 중국에 전해액 공장을 추가 설립할 예정이다. 헝가리는 주요 고객사인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공장이 위치한 곳이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2차전지 시장이다. 또한 전해액 특성상 장거리 이송 시 품질 저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2차전지 공장과 가까운 곳에 전해액 공장을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 시장도 노리고 있다. 현재 조지아 공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고, 추가적으로 오하이오에도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시장은 중국과 유럽에 비해 규모가 크진 않지만, 최대 경쟁사인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 탓에 중국 업체들은 아예 미국 시장 진입 자체를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엔켐의 과감한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엔켐이 전해액 시장 주도권을 두고 중국 업체들과 일종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만약 경쟁에서 밀릴 경우 전해액 단일 사업구조를 갖춘 엔켐은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생산시설 확충에 따라 증가한 고정비 또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엔켐 관계자는 "현재 2차전지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폐NMP를 리사이클링 하는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2차전지 시장은 아직 시작단계인 만큼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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