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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등급 벗어난 HMM, 산은 '연결고리' 약해지나 나신평 'BBB-(긍정적)' 부여, 2014년 이래 7년만…재무전략 선택지 확대

유수진 기자공개 2021-12-15 07:39:15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0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옛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해상운임 급등의 영향으로 연일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물류대란은 HMM이 오랜 적자행진을 끝내고 투자적격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이끌었다.

이번 등급 개선이 HMM과 KDB산업은행간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회복된 신용도를 바탕으로 이전보다 다양한 자금조달 방식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HMM은 시장에서 자체 조달이 불가능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최근 HMM의 장기신용등급을 BBB-(긍정적)로 신규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BB(긍정적)를 부여한 지 약 1년 만이다. 이에 따라 HMM은 2014년 이래 7년 만에 투기등급에서 벗어났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신평은 평가 근거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업황이 양호하게 유지돼 HMM이 한동안 우수한 영업실적을 시현할 전망이란 점을 들었다. 올해 물동량 증가와 주요 항만의 병목현상으로 운임지수가 크게 상승했고 이같은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거란 의미다. 공급부족이 심화되며 다수의 선사들이 배를 발주했지만 실제 인도까진 시차가 불가피하다.

HMM 역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추가 주문하는 등 CAPEX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현금으로 대응 가능해 리스크가 되진 않을 거란 게 나신평의 판단이다. HMM은 올 3분기 기준 누적 5조1612억원의 에비타(EBITDA)를 실현하는 등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된 상태다.

무엇보다도 올 한해 재무구조가 대폭 좋아졌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잇따라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자본이 확충됐고 현금유출 가능성도 사라졌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99.8%, 자기자본비율은 50%다.

여전히 2조68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CB/BW)이 남아있지만 조기상환이 가능해지기까진 2년 가량 시간이 있다. 산은이나 해진공이 추가로 주식전환을 시도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분간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HMM은 모처럼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획득하며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방식을 다양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4조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선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선박과 컨테이너박스, 항만 등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기존 차입금을 조기상환하는 등 재무전략을 새로 짤 수도 있다.

이전까진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낮아 공모채 발행 등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방식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비싼 이자를 감수하면서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CB와 BW를 발행한 이유다. 2017년 3월부터 3년동안 발행한 영구채만 총 3조28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작년 4월 발행한 회사채(145억원)도 해진공이 인수했다.

하지만 앞으론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HMM은 채권단에 의존하지 않고 자금 확보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 12월 2400억원 규모의 공모 CB를 발행했다. 시장에서 공모로 자금을 끌어모은 건 2016년 7월 유상증자 이래 4년여 만이었다. 영업실적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생긴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자 발행 4개월여 만에 중도상환도 결정했다.


이는 신용등급 개선을 계기로 HMM의 재무적 홀로서기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산은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낮아질 거란 얘기다. 이는 최근 이동걸 회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HMM에 대한 추가 투자를 생각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회장은 "1차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완수됐으니 글로벌 선사로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지는 HMM이 해진공과 협의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건 우리(산은)가 아니라 HMM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산은이 모든 자금을 다 대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HMM은 올해 말을 기점으로 산은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산은-해진공이 HMM을 공동관리해왔지만 내년부턴 해진공의 단독관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로 연내 결론이 나온다. 작년엔 공동관리 연장을 결정했지만 올해는 다를 거란 관측이 많다.

특히 이 회장은 HMM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시기를 못 박지 않을 뿐 방향성 측면에선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활한 M&A 분위기 조성을 위해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처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매각이 쉽게 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지분만 내놓고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얼마 전까진 산은이 확고한 최대주주였으나 해진공의 CB 전환으로 지분율이 비슷해졌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산은은 20.69%, 해진공은 19.9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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