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SRI채권 인증시장 '선두' 올라섰다 [Market Watch]4분기중 기존 선두 한신평 추월, 산업은행·SK그룹 등 실적확보 효과
이지혜 기자공개 2021-12-30 08:11:23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8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인증시장의 지각변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인증실적 기준 1위로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딜로이트안진, 올 상반기 한국신용평가가 업계 선두였지만 불과 반년이 지나기 전에 순위가 뒤집혔다.2022년 선두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에 이어 신용평가3사가 주요 인증기관으로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증보고서의 깊이, 사후관리의 체계성 등을 놓고 투자자들이 한결 까다롭게 검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발행사들이 투자자 사이에서 평판을 고려해 SRI채권 인증기관을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기평, 인증계약 기업 수 기준 1위…한신평 제쳤다
2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가 올 들어 현재까지 가장 많은 기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상품 관련 인증평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들어 27일까지 모두 44개 기업(공시 기준)과 계약을 맺었다.
2위는 한국신용평가이며 나이스신용평가는 3위다. 한국신용평가는 모두 40개 기업, 나이스신용평가는 모두 31개 기업과 인증계약을 맺었다.
올 4분기 실적이 주효했다. 한국기업평가는 4분기에만 모두 13건의 인증실적을 확보했다. 3분기까지만 해도 한국신용평가가 딜로이트안진 등 기존 선두주자를 등을 제치고 1위를 달렸지만 한국기업평가가 10월 이후 빠른 기세로 실적을 쌓았다.
후발주자인데도 존재감을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평가 3사 가운데 SRI채권 인증 평가방법론을 가장 늦게 냈다. 인증실적을 본격적으로 확보한 것도 올 4월부터다. 그러나 KDB산업과 ESG경영에 힘을 싣는 SK그룹 계열사의 SRI채권을 인증하면서 시장평판이 제고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은 2018년 원화 SRI채권을 처음 발행할 정도로 ESG금융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며 “ESG경영 선두주자인 대기업 계열사, 사모펀드 등 인증실적을 두루 쌓았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가 ESG인증평가 조직에 힘을 실은 덕분으로 보인다. 올 3월 ESG평가센터를 신설해 조헌성 이사를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조 이사는 한국기업평가의 외부 영업을 책임지는 BRM(Business relation management)조직 출신이다.
그러나 한국신용평가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비록 4분기 주춤했지만 대구도시공사, 부산항만공사 등 지방공기업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를 기반으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이밖에 현대제철, 현대자동차, 기아, LG화학 등 주요 빅이슈어를 인증 고객으로 확보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 한국철도공사, LG전자, 롯데카드 등의 SRI채권을 인증했다.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 등도 SRI채권 등 ESG금융상품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공시 기준으로 신용평가사보다 실적이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딜로이트안진은 올해 약 20건, 삼정KPMG는 이달 들어 메리츠캐피탈의 지속가능채권을 인증해 약 5건의 실적을 쌓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진검승부, 평판 리스크 본격화
진짜 승부는 내년부터라는 시각도 나온다. 원화 SRI채권 인증시장은 2018년 삼정KPMG가 연 이후 딜로이트안진이 2020년 주도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가 시장에 등장한 것은 올해부터다. 선두주자가 자주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SRI채권 등 금융상품 인증기관으로서 존재감을 시장에 알리는 측면에 더 컸다. 발행사도 인증보고서의 깊이나 기관의 신뢰도를 고려하기보다 ‘최초’ 타이틀을 얻기 위해 인증기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SRI채권을 앞서 발행한 다른 계열사나 공기업을 따라 별다른 고민없이 인증기관을 고른 기업도 많았다.
2022년부터는 평판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의 깊이와 인증평가 사후관리 체계 등을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것으로 예상됐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SRI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발행사의 주요 사업뿐 아니라 인증평가의 질도 따질 것”이라며 “사후관리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진행하느냐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용평가 3사는 일부 기업의 SRI채권 등을 대상으로 정기평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후보고를 잘 공시했는지, 관리체계에 따라 조달자금을 적절히 사용했는지 등을 살핀다. 정기평정 결과에 따라 SRI채권 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다. 투자자들이 이를 꼼꼼하게 살피며 인증기관의 실력과 발행사 ESG경영의 정도 등을 면밀하게 따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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