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새 달라진 ㈜GS, 덩치 커지고 역할 확대 [허태수호 GS, 어디로]②임직원 35명→50명, 투자만 10명...그룹에 혁신 전파하는 '52g' 신설 영향도
조은아 기자공개 2022-01-18 07:33:33
[편집자주]
허태수 회장의 GS그룹이 3년차에 접어들었다. 허 회장은 2019년 12월 허창수 전 회장의 뒤를 이어 GS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당시 취임식도 열지 않고 조용히 임기를 시작했다. '조용하다'는 키워드는 허 회장의 GS그룹을 관통한다. 허 회장은 요란하지 않게 조금씩 차근차근 GS그룹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목표 지점으로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호흡대로 가는 중이다. 허태수호의 미래를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태수 회장이 GS그룹을 바꿔나가는 방식에는 손이 많이 간다. 사실 쉽게 변화하려면 단번에 외형을 키우고 체질도 바꿀 수 있는 '빅딜'이 유리하다. 조단위 매물을 사들여 다른 사업 의존도를 줄이면 된다. 그러나 허 회장은 이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들여다보면서 이 가운데 GS그룹과 궁합이 맞는 사업 혹은 기업을 찾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GS그룹의 지주사 ㈜GS의 변화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허태수 회장 취임 전까지 15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던 ㈜GS의 규모와 조직이 지난 2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GS는 2004년 공식 출범했다. 이때부터 2019년 말까지 허창수 전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서 ㈜GS의 대표이사도 맡아왔다. 허창수 회장 체제 15년 동안 ㈜GS는 비슷한 규모와 형태를 유지해왔다. 출범 당시 임원(사외이사는 제외)을 포함해 전체 조직원 수는 25명 안팎이었는데 2019년 말에는 35명 수준이었다. 15년 동안 단 10명 정도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조직구조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재무팀장, 업무지원팀장, 사업지원팀장 등 3명의 임원을 뒀다. 이는 지난해 허태수 회장이 조직개편을 통해 ㈜GS에 미래사업팀과 브랜드관리팀을 신설하기 전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허 회장 취임 이후 일단 ㈜GS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임직원 수는 50명이 넘는다. 임원 수도 크게 늘었다.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재무팀장, 업무지원팀장, 사업지원팀장 등 3명에 그쳤던 미등기 임원 수는 현재 7명까지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래사업팀이 크게 확대된 데서 찾을 수 있다. 미래사업팀은 기존 사업지원팀이 이름을 바꾼 곳이지만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역할이 커지고 위상도 높아졌다. 미래사업팀은 허태수 호(號) ㈜GS를 상징하는 곳이다. GS그룹 4세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사에 몸담고 있는 허서홍 부사장이 팀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남다른 곳이기도 하다.
미래사업팀은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신사업 발굴과 미래 전략 등을 담당한다. 한마디로 GS그룹의 '브레인' 역할이다. 허 부사장은 2006년부터 GS홈쇼핑 신사업팀에서 신사업 발굴,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하며 허태수 회장과 2년여 동안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현재 미래사업팀 소속 임원만 허서홍 부사장(미래사업팀장)을 포함해 4명이다. 기존 허서홍 부사장, 곽원철 상무, 황재웅 상무에 더해 지난해 말 새롭게 DB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자용 상무도 합류했다. 전체 임원 7명 가운데 미래사업팀 임원만 4명이다.
곽원철 상무는 2019년 말, 황재웅 상무는 2020년 5월 각각 영입됐다. 곽 상무가 1972년생, 황 상무가 1976년생으로 허 부사장(1977년생)과 비슷한 또래라는 점도 눈에 띈다.
미래사업팀은 현재 기후변화, 에너지, 리테일, 바이오 등의 섹터를 나눠서 투자처를 보고 있다. 미래사업팀에서 투자 관련 업무를 보는 인력만 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GS 조직원 수가 늘어난 또 다른 이유는 '52g 유닛'이 ㈜GS 소속이기 때문이다. 52g는 '오픈 이노베이션 GS(Open Innovation GS)'의 앞 글자를 딴 조직이다.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허 회장이 2020년 6월 만든 조직이다.
출범 초기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업무 혁신 방법 등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계열사에 전파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미국 현지의 연사들이 실시간 웨비나(웹 세미나) 형태로 강연을 진행하고, 연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이다.
현재는 해커톤 개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파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속은 ㈜GS 소속이지만 ㈜GS만을 위한 조직은 아니고 그룹 전반의 혁신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52g 유닛은 업무지원팀에 속해 있다. 최누리 전무가 팀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최누리 전무는 지난해 말 임원이사에서 허서홍 부사장과 함께 ㈜GS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 직급이 상무였던 만큼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허태수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허 회장이 GS홈쇼핑에 몸담던 2012년 직접 영입했고 GS홈쇼핑에서 경영기획담당 본부장, GS홈쇼핑의 콜센터 자회사 GS텔레서비스 대표이사, CI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2019년 말 허 회장이 GS그룹 회장으로 선임된 뒤 허 회장과 함께 ㈜GS로 자리를 옮겼다.
앞으로도 허태수 회장의 GS그룹에서 지주사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GS의 역할이 단순히 자회사들을 ‘관리’하는 최소한에 그쳤다면 앞으로 투자는 물론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비롯해 조직문화 개선 등의 역할도 주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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