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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HDC현산]'승계 키' 엠엔큐투자, HDC 지분 확보 '시동'주가 하락에 관계사 주식 매수 움직임, 정몽규 승계절차 물꼬 해석도

신준혁 기자공개 2022-01-20 07:32:05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그룹 지주사 체제 밖에 있어 두각을 드러내지 않던 정몽규 HDC 회장의 개인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갑작스럽게 HDC 지분을 늘리고 나서 이목을 끈다.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로 HDC그룹 관련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이뤄진 행보다. 지주사 HDC는 동시에 HDC현산개발 주식 매수에 나섰다.

업계에선 주가 방어 목적뿐 아니라 또 다른 의도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사태로 정몽규 회장 승계 작업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뤄진 지분 변동이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DC는 13일부터 17일까지 HDC현대산업개발 보통주 100만3407주를 장내 매수했다. 같은 기간 정몽규 HDC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 보통주 32만9008주를 매수했다.

HDC 관계자는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주식을 추가 매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추가로 사들인 지분이 그리 큰 수준은 아니지만 의결권이 있는 HDC 보통주를 확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HDC가 그룹 전체에 지배권을 행사하는 지주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23억원을 투입해 HDC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영향력까지 확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이후 과도하게 떨어진 주식을 매입하는 차원을 넘어 3세 승계의 물꼬를 튼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정 회장 세 아들의 승계 시나리오와 맞물려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HDC자산운용 지분을 들고 있는 세 아들이 배당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HDC자사주를 직접 매입하거나 엠엔큐투자파트너스와 HDC자산운용 간 합병 등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우선 HDC자산운용과 HDC랩스(HDC아이서비스+HDC아이콘트롤스)는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정 회장과 세 아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나 승계작업의 자금창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2017년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세우면서 HDC아이서비스 보유분 15만주 전량을 현물출자해 처분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정 회장의 개인회사로서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설립 당시 사업 목적에는 '자회사의 주식 또는 지분을 취득, 소유함으로써 자회사의 제반 사업 내용을 지배, 경영지도, 육성하는 사업', 즉 지주사업이 포함됐다. 정 회장도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해 두고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HDC 지분을 늘린 다음 정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을 보유한 HDC자산운용과 합병한다면 세 아들은 HDC 지배력을 덩달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 지분 3.41%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의 세 아들인 준선·원선·운선씨는 HDC 지분을 장내에서 조금씩 매집해 0.2~0.4%의 지분을 확보했다. HDC자산운용 보유 지분은 각각 13.01%씩이다. 합병대가로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HDC 지배력을 단숨에 늘릴 수 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의 2대 주주로 정 회장의 부인인 김 줄리 앤(KIM JULIE ANN·한국명 김나영)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지주사 체제 밖에 위치하지만 지분을 보유한 HDC 계열사의 의결권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의 시행사인 HDC아이앤콘스의 지분도 4.79%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전 보유했던 HDC아이스비스 지분 10.6%는 HDC랩스의 신주로 전환돼 100만7525주에 달하는 합병 신주를 받았다.

물론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HDC 지분 보유량이 대규모는 아니란 점에서 보면 승계작업이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더라도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보유한 HDC 지분율은 2.86%에서 3.41%로 0.55%포인트 높이는데 그쳤다.

정 회장이 그룹 경영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점 또한 승계작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다. 정 회장은 현재 HDC, HDC현대EP, HDC랩스 등 다수의 계열사 회장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수행하고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다.

정 회장은 17일 계열사 상근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는 지를 묻는 질문에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대주주로서 책무를 다하고 계열사 고객과 이해관계자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사실상 계열사 회장직을 당분간 유지하며 경영 현안을 살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 회장의 승계 절차 필요성이 최근 커진 가운데 그 키를 쥔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HDC 지분을 늘리는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지분 인수를 향후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승계 절차의 개시를 알리는 행보로 볼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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