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신거버넌스 점검]지주·은행 이사회 겸직 구조는 왜 만들어졌나②지주사 전환 시 겸직 권한 부여…'경영효율성' 제고 vs '자율성' 논란
김현정 기자공개 2022-01-25 08:10:23
[편집자주]
우리금융지주가 완전민영화를 이뤘다.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엔 의미있는 지분율을 가진 과점주주가 생겼다. 이들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며 독특한 거버넌스를 만들어냈다. 지난해말 예보의 잔여 지분이 모두 매각되며 우리금융은 6인의 주주추천 사외이사 체제가 다시 완성됐다. 과점주주 체제가 도입됐던 1기가 끝나고 완전민영화 이후 2기 거버넌스가 새로 시작됐다. 변화의 기로에 선 '특별한' 우리금융의 거버넌스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가 지주와 은행 이사회를 겸직한다. 과점주주 체제가 빚어낸 우리금융그룹의 독특한 이사회 구조다. 지주사 전환 당시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은행 사외이사들이 지주 사외이사로 이동하면서 은행 겸직 권한이 부여됐다. 그룹 내 은행 비중이 매우 큰 만큼 은행 경영 참여 기회를 보장했다.지주사 체제 안착 이후 과점주주들이 은행 이사회에서는 발을 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현재까지는 당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경영 효율성 등 장점도 분명하나 은행의 자율경영이 흐려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의견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은행이 독자적인 방향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사 중 '유일'한 겸직...지주·은행 이사회 '닮은꼴'
우리금융은 과점주주 측 사외이사 상당수가 지주와 은행를 겸직하고 있다. 현재 우리지주 이사회는 손태승 회장과 이원덕 수석부사장,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4명(노성태·박상용·정찬형·장동우),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추후 유진PE 및 푸본생명 측 성요환, 윤인섭 사외이사도 합류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노성태·박상용·정찬형 사외이사가 우리은행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은행 사외이사는 총 5명으로 나머지 2명의 우리은행 사외이사 역시 기존 과점주주 측 추천으로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다.
박수만 사외이사는 신상훈 전임 사외이사의 추천으로 2018년 말 이사회에 합류했다. 신상훈 전임 사외이사는 한국투자증권 쪽 사외이사였다. 김준호 사외이사는 IMM PE 쪽 사외이사인 장동우 이사의 추천으로 은행 사외이사로 들어왔다. 장동우 이사의 경우 현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라는 점에서 업무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겸직을 고사하고 다른 이를 추천했다.
이처럼 은행에도 지주와 마찬가지로 과점주주 체제 양상이 엿보인다. 은행 사외이사들의 구성이 ‘과점주주 측 인사’와 과점주주 측 인사의 추천 인사‘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가 닮은꼴로 운영되고 있다.
사외이사의 지주·은행 겸직 형태는 우리금융만의 독특한 거버넌스 체제다. KB금융의 경우 지주 사외이사는 선우석호·Stuart B.Solomon·최명희·정구환·김경호·권선주·오규택 이사 등이며 은행 사외이사는 임승태·안강현·석승훈·유용근·서태종 등이 맡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이윤재·박안순·변양호·성재호·윤재원·진현덕·최경록·허용학·곽수근·배훈·이용국·최재붕 등이 지주 사외이사에, 박원식·서기석·윤승한·이흔야·김명희·임상현 등이 은행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의 지주 사외이사로는 박원구·백태승·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권숙교·박동문 등이, 은행 사외이사로는 황덕남·고영일·김태영·유재훈·이명섭·최현자 등이 활동 중이다. 타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인원이 우리금융보다 훨씬 더 많음에도 은행과 지주를 완벽히 분리해 선임하고 있다.
우리금융만의 이사회 구성은 과거 우리은행에서 우리지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2019년 1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은행 사외이사 전원을 지주사 사외이사로 옮겼다. 2016년 민영화 추진 당시의 취지를 그대로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우리은행의 지분을 과점주주들에게 쪼개 팔았고 이후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은행 지분이 지주 지분으로 바뀌는 구조였던 만큼 기존 주주들에게 그대로 사외이사 선임 권한을 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에게 은행 겸직 '선택권'을 부여했다. 의사 표명을 하면 은행 사외이사까지 함께 맡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가 적어 은행-비은행 비중이 9대1 수준이었다. 이사들의 은행 이사회 겸직에 관심을 두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경영 안정화 차원에서 우리금융 안팎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외이사들에게 은행 경영까지 같이 맡기는 게 좋겠다는 판단도 있었다.
당시 이사들의 선택은 나뉘었다. 정찬형(한국투자증권)·박상용(키움증권)·노성태(한화생명) 이사는 은행의 경영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나머지 전지평(동양생명)·장동우(IMM PE) 이사는 지주사만 경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당시 결정은 3년이 흐른 뒤에도 유지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민영화 당시 과점주주를 중심으로 경영한다는 매각 취지를 유지하기 위해 2019년 지주사 출범 시 은행 사외이사들을 지주 사외이사로 모셨다”며 “한 사람이 겸직하면 한 사람의 자리가 줄어드는 것이기에 당시 배려 차원에서 겸직을 고사하고 다른 인물에게 자리를 양보한 케이스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주 중심 경영 보장 VS '자율성'은 논란거리
2018년 말 이사회 겸직을 결정했을 당시 추후 회장과 행장 분리, 지주사 체제 안착 여부에 따라 과점주주들이 은행 이사회에서는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지주사 4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는 기존 겸직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사외이사들의 지주 및 은행 이사회 겸직은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우리금융의 순이익 비중은 그룹 전체 실적 대비 82.6%를, 자산 비중은 81.4%를 차지한다. 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57~58%대까지 낮아진 KB·신한금융과 달리 무게감 있는 계열사가 거의 없는 탓에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이 그룹 전체 실적을 책임지고 있다.
결국 지주의 안건 가운데 은행 사업과 관련한 것들이 많다. 이사회 상당 부분의 인원이 은행 현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이사회 의사결정도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과점주주들은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그룹 사업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에 대한 의사결정을 도맡으면서 그룹 전체를 뜻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다만 자율성에 대한 논란은 있다. 은행도 하나의 독립된 법인인데 똑같은 이사진으로 구성되면 지주와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경영에 대한 의견이 다르지 않아 은행이 새로운 방향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맥락을 같이 한다.
사외이사들과 동행하는 행사를 은행이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싶어도 일정을 잡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얘기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오전과 오후를 나눠,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를 연달아 진행한다. 겸직 사외이사들을 배려한 조치다.
다른 관계자는 “겸직에 대한 이슈들이 내부적으로 연말마다 조금씩 흘러나오긴 하지만 당장 분리시켜야 한다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사외이사들 모두 금융업에 정통한 저명한 인사들로 경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사외이사 겸직에는 장단이 따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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