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동서 신사업 로드맵]막 열린 2세 시대, 친환경 '볼트온'②인선이엔티 시작으로 4000억대 투자…저수익 요업·렌탈 처분해 구조조정
고진영 기자공개 2022-02-07 08:20:49
[편집자주]
“한 우물만 파선 목을 축일 수 없다.” 권혁운 IS동서 회장이 입버릇처럼 한다는 얘기다. 그말처럼 IS동서는 '두 우물'을 합쳐 만든 회사다. ‘일신(IS)’과 ‘동서’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본업인 건설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기업 정신 기저에 깔려 있다. 부친의 경영 철학은 2세 권민석 사장에게도 이어졌다. IS동서가 최근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를 밑바탕으로 한다. IS동서의 신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S동서가 승계의 터 닦기를 본격화한 때는 2012년이다. 권혁운 회장의 장남 권민석 사장이 그해 5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권 회장이 사내이사로 경영을 함께 총괄하긴 했지만 전면에 2세가 나서는 그림이 구축된 것은 분명했다.권 회장은 이후 공동대표로 다시 복귀하기도 했는데 2018년 이후론 사내이사에서도 이름이 빠졌다. 이듬해 빨라진 포트폴리오 재편의 중심에 권민석 사장이 섰던 셈이다.
후계구도와 함께 열린 IS동서의 2막은 친환경 중심의 '볼트온(Bolt-on)'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볼트온은 기업을 인수한 뒤 유사 업체를 줄줄이 사들여 규모의 경제를를 꾀하는 전략을 뜻한다.
◇2세 시대 본격화, 신사업 구조조정 예고
IS동서는 권민석 사장이 처음 대표로 선임된 뒤에도 신사업 투자에 적극적인 기조를 이어갔다. 2014년 건설자재기업 영풍파일과 그 자회사인 중앙레미콘 및 중앙물산을, 2017년에는 독서실 운영업체 아토스터디를 사들였다. 놀이문화시설인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지분 100%를 사들여 공간서비스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성과가 시원치 않았다. 2018년 IS동서의 사업부문별 매출을 보면 총 1조7156억원 가운데 건설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요업(12%)과 콘크리트(9%), 렌탈(7%) 등이 한참 떨어져 뒤를 쫓았다. 영업이익의 경우 건설 편향이 더 심해 98%에 달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현금이 건설부문에서 나오고 있었다.
신사업 전략에 변화가 예고된 시기, 권민석 사장이 다시 단독 대표로 조종석에 앉았다. CEO 직함을 내려놨던 부친 권혁운 회장이 2016년 권 사장과의 공동대표 체제로 돌아왔다가 2018년 3월을 끝으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은 유지했으나 업계서는 2세 시대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고 봤다.
권 사장이 키를 잡은 무대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친환경사업이다. 이전에도 환경사업에 대한 접점은 있었다. IS동서는 2014년 10월 케이알에너지㈜를 설립하고 ‘열적재활용 증기공급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고형연료와 자동차 파쇄 잔재물을 태워 발생하는 스팀을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2017년 2월에는 이앤에프PE가 폐기물처리 업체 '인선이엔티' 지분인수를 위해 조성한 프로젝트펀드에 IS동서가 LP(유한책임출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해당 펀드가 인선이엔티 지분 14.9%를 420억원에 매입했고 IS동서는 150억원을 투자했다.
펀드에 출자한 것 외에도 IS동서는 인선이엔티 지분 4.64%를 14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2018년 3월 전환사채권 158만1430주를 127억원가량에 또 매입했다.
◇인선이엔티 경영권 인수, 뒤따른 '볼트온'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되던 투자는 IS동서가 인선이엔티의 경영권 인수를 결정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2019년 5월 IS동서는 이앤에프PE 펀드로부터 인선이엔티 지분 23.83%를 1000억원에 매수해 모두 28.46%를 확보했다.
이밖에 추가 매입과 전환사채권 행사로 지분율은 33.52%까지 늘었다. 펀드에 투자했던 자금 회수를 감안하면 3년 동안 인선이엔티에 총합 1335억원가량이 들어간 셈이다.
IS동서는 이후에도 이엔에프PE와 꾸준히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친환경기업 M&A를 잇따라 추진했다. 2020년 초 컨소시엄을 구성해 '환경에너지솔루션(옛 코오롱환경에너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환경에너지솔루션은 수처리 플랜트의 EPC를 주업으로 하는 업체다. 인수는 SPC인 '카이트홀딩스'를 통해 이뤄졌는데 IS동서가 160억원(40%)가량을 출자했다.
같은 해 4월 IS동서-이엔에프PE 컨소시엄은 '코엔텍·새한환경'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약 5000억원에 거래를 따냈고 SPC ‘이앤아이홀딩스’를 설립해 사들였다. IS동서는 인수대금 중 1000억원을 출자, 이엔에프PE가 자금 조달을 위해 세운 ‘이앤에프사파이어사모투자 합자회사’에도 500억원을 따로 펀딩했다.
코엔텍 인수가 마무리되자마자 IS동서는 쉴틈없이 M&A 행진을 이어갔다. 같은해 9월 종속회사 인선이엔티를 통해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인 파주비앤알, 영흥산업환경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인선이엔티 유상증자에 참여해 700억원을 출자했으며 자연히 인선이엔티에 대한 IS동서의 지배력도 확대됐다. 지분율이 기존 33.52%에서 44.97%로 높아졌다.
2년 새 건설폐기물 처리와 폐기물 소각, 폐수 처리업체 등을 잇따라 인수한 IS동서는 금속 폐기물업으로도 손을 뻗었다. 작년 4월 금속폐기물 재활용 업체인 타운마이닝캄파니의 인수펀드에 최대 출자자로 참여해 250억원(60%)를 댔다.
올 초에는 약 2년 전 이앤에프PE와 함께 사들였던 환경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완전한 지배력을 확보키로 했다. 기존에는 IS동서가 인수 SPC 법인 카이트홀딩스의 지분 40%만 보유한 상태였다. 그런데 환경에너지솔루션은 인수된 뒤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영업이익이 2년새 2배 이상 늘었다. IS동서는 기업가치가 더 높아지기 전에 나머지 지분의 전량 매입을 서둘러 결정했다. 취득가는 483억원이다.
◇'선택과 집중', 저수익사업 일괄 처분
권민석 사장 체제 아래서 최근 5년간 친환경에 투자된 금액은 4400억원 이상이다. 새로운 투자와 함께 기존 사업 처분도 줄을 이었다. 비건설부문의 간판이던 요업과 렌탈업을 미련없이 매각했다.
IS동서는 2019년 9월 한국렌탈을 PEF 운용사 피에스얼라이언스에 팔았다. 거래대금은 757억원, 2011년 초 한국렌탈을 인수한지 약 9년 만이었다. 이듬해에는 요업(이누스) 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 '이누스'를 세우고 지분 전량을 이앤에프PE에 넘겼다. 매매가는 2170억원에 결정됐다.
요업은 IS동서에서 의미가 적지않은 사업이다. 건설을 제외하고는 가장 매출규모가 컸을 뿐 아니라 콘크리트와 함께 IS동서의 ‘동서’ 파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회사를 키운 공격적 M&A 전략의 출발이 동서산업이었지만 이별은 과감했다. 적자를 내던 '아토스터디' 역시 같은 해 정리가 이뤄졌다.
저수익 사업을 떠나보내고 성장산업 중심의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IS동서는 작년 중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지만 권민석 사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여전히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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