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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의 재등장, 박철완의 노림수는? 사실상 명분도 승산도 없는 상황...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확대 완료

조은아 기자공개 2022-02-11 17:55:30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9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금호석유화학에 주주제안을 발송하며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예고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힘이 빠진 상황에서 파급력이 예전만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내홍을 겪으면서 금호석유화학은 지배구조를 가다듬고 배당을 늘리는 등 상당한 개선을 이뤘다. 박 전 상무 역시 명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1년 만에 다시 움직임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 전 상무 측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주주제안을 최근 발송했다고 9일 밝혔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다. 현재 금호석유화학 주식 8.5%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지분율이 10.16%에 이른다.

박 전 상무는 주주제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2명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배당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박 전 상무가 다소 무모해보이는 도전에 다시 나선 이유를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명분도 부족하고 승산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은 직후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경영권의 상당 부분을 내려놓고 이사회도 손보는 등 결코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금호티앤엘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모두 내려왔다. 함께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또 이사회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설치했다.

배당 역시 큰 폭으로 확대하면서 오랫동안 고수했던 안정을 포기하는 유연함을 보여줬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주당 4200원을 배당했다. 전년 1500원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적 역시 문제 삼을 부분이 딱히 없다. 지난해 1~3분기 연결기준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은 2조원에 이른다. 이전 4년(2017~2020년)동안 냈던 영업이익을 모두 더해도 지난해 1~3분기에 낸 영업이익에 못 미친다.

박 전 상무가 문제삼았던 보수적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이오나 반도체 소재 등 일부 신사업에 진출할 계획도 제시해둔 상황이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사업에 진출해 2025년까지 1조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재계는 박 전 상무가 배당금 수익을 위해 다시 움직였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금호석유화학으로부터 120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다만 박 전 상무가 아니더라도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금호석유화학의 배당 확대는 예견된 수순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1~3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은 8457억원으로 연간 1조원을 쉽게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석유화학은 별도기준 순이익의 20~25%를 배당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배당금 총액이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수도 있다. 박 전 상무 측이 2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최근 맥을 못추고 있는 주가 역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은 대부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박 전 상무가 주주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8% 이상 급등했다. 다만 박 전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당장 매각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단순 주가를 띄우기 위해 움직임에 나섰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박 전 상무가 얻을 실질적 이득보다는 박찬구 회장에게 단순 타격을 입히기 위해 주주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에도 주총이 끝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주총 결과와 상관 없이 비친화적 주주환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상무가 지난해 다소 초라하게 퇴장했던 만큼 명예를 일부 회복하고 존재감도 확인시키는 차원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 전 상무는 지난해 해임돼 더 이상 내놓을 것도 물러날 곳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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