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CB 거래' 분쟁 불씨 남은 WCP, 예심 무사 통과할까4조~5조 몸값 거론되는 2차전지 분리막 기업…'이베스트조합-산은' 소송 경과 변수
강철 기자공개 2022-02-18 07:32:40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6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분리막 개발사인 더블유씨피(WCP)가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상장 절차를 본격 시작한다. 원활한 공모 절차를 통해 목표로 잡은 4조~5조원 몸값을 확정하며 기업공개(IPO)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지난해 발발한 전환사채(CB) 거래 관련,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점은 예비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반면 분쟁의 당사자인 산업은행이 이제는 CB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IPO와는 무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9월 프리-IPO에서 2.3조 밸류
WCP는 지난 15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0년 12월 'KB증권·신한금융투자'와 주관 계약을 맺고 IPO를 검토하기 시작한 지 약 1년 2개월만에 코스닥 입성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공모 물량은 전체 주식수의 약 25%인 900만주를 제시했다. 900만주는 전량 신주로 발행하는 것이 유력하다. 추후 전략 변경에 따라 일본 더블유스코프(W-SCOPE)를 비롯한 주요 주주가 구주 매출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WCP와 주관사단은 예비심사 신청서 승인을 받는 대로 곧장 공모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예비심사 청구부터 승인, 증권신고서 제출, IR, 수요예측, 청약까지는 대략 4~5개월이 걸린다. 이를 감안할 때 일련의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늦어도 올해 3분기 중에는 코스닥 입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WCP는 2016년 10월 설립된 2차전지 분리막(separator) 개발사다. 충북 충주에 거점을 운영하며 '양극재·음극재·전해액'과 함께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로 꼽히는 분리막을 양산한다. SK IET, 아사히 카세이, 도레이 등과 함께 글로벌 습식 분리막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들 글로벌 2차전지 기업과의 거래를 본격 시작한 2019년부터 폭발적인 외형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와는 현재 헝가리에 분리막 공장을 함께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46%를 소유한 일본 더블유스코프다. 더블유스코프 외에 한라홀딩스,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들 주주는 더블유씨피가 지난해 9월 단행한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 라운드에 참여해 소수 지분을 매입했다.
당시 프리-IPO 라운드에 참여한 투자자는 더블유씨피의 기업가치를 약 2조3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시장은 빠른 실적 성장세와 2차전지 분리막 시장에서의 공고한 입지를 거론하며 더블유씨피가 4조~5조원의 상장 시가총액을 원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테마주가 지난해와 비교해 힘이 많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이 같은 업황을 감안하면 4조~5조원 밸류를 확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쟁 리스크 예심 영향 미칠 듯
WCP는 작년 여름 산업은행과 '이베스트-BEV신기술조합' 사이에서 발생한 CB 관련 분쟁으로 인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베스트-BEV신기술조합은 이베스트투자증권과 50여명의 개인 출자자(LP)가 자금을 모아 결성한 펀드다.
이 펀드는 2021년 7월 초 산업은행 PE실이 소유한 WCP 2회차 CB를 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잔금 거래를 앞둔 7월 말 돌연 매매 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계약 파기의 이유로 WCP의 우선매수권 행사를 들었다.
WCP는 당시 키움캐피탈을 대리인으로 지정해 2회차 CB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PE실은 이를 근거로 보유 CB를 이베스트-BEV신기술조합이 아닌 키움캐피탈이 운용하는 신기술조합에 매각하겠다고 통지했다.
이베스트-BEV신기술조합은 산업은행의 일방적인 계약 철회가 부당하다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현재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주주간 분쟁은 WCP의 예비심사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예비 상장사의 지배구조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아무리 실적과 성장성이 양호하더라도 급격한 지분 구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 위험을 가진 기업은 예비심사 승인 문턱을 넘기 어렵다.
신창재 회장과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지분 풋옵션 문제 때문에 장기간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교보생명이 단적인 예다. 교보생명은 2018년 주관사 선정 후 3년이 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분쟁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는한 승인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산업은행과 키움캐피탈 신기술조합의 CB 거래가 이미 마무리된 점을 거론하며 분쟁과 예비심사가 무관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분쟁의 당사자가 이제는 WCP 주주가 아닌 산업은행과 결국은 지분을 매입하지 못한 이베스트-BEV신기술조합인 만큼 이 문제가 심사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는 "심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에 상관없이 향후 WCP의 IPO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슈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 때문인지 2회차 CB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진 지금까지도 아직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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