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성인영양식품 쟁탈전]'하루근력 쓴맛' 남양유업, 무너진 매출 1조 회복할까분유시장 위축·불가리스 사태 이중고, 신성장 '성인단백질' 추진 원년 목표
이우찬 기자공개 2022-03-08 08:12:00
[편집자주]
성인영양식이 유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텃밭인 분유시장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에 갈증을 느꼈던 유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인영양식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업체들의 사업구조와 시장 공략을 위한 각사의 차별화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4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년 전 성인영양식사업에서 쓴맛을 본 남양유업이 올해 재도전에 나선다. 신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성인영양식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매출 1조원 회복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한때 주업이던 분유시장은 그야말로 침체 일로다. 시장 규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신생아 수가 급감한데 따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생아 수는 2012년 48만5000명으로 2010년대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20년 기준 신생아 수는 27만2410명이다.
◇분유시장 1위 터줏대감, 저출산 타격으로 매출 1조 붕괴
신생아 수 급감은 분유시장 1위 사업자인 남양유업에게 경쟁사대비 더 큰 타격을 안겼다. 주력 포트폴리오 기반이 무너지면서 장기간 유업계에서 지켜온 터줏대감 지위가 흔들렸다. 사업 다각화가 그만큼 절실한 상황이다.
남양유업의 분유사업은 신생아 수와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2012년 3780억원을 기록했던 분유사업 매출은 2017년 2596억원, 2018년 2412억원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84명으로 떨어진 2020년 분유사업 매출은 1895억원까지 축소됐다.
회사 전체 외형도 분유사업 축소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2012년 남양유업의 매출은 1조3650억원을 기록했지만 분유사업이 최저 매출을 기록한 2020년 9489억원으로 급감했다.
◇성인영양식 첫 도전 쓴맛…'하루근력' 안착 실패
남양유업은 시장에서 사업구조와 매출 규모가 유사한 매일유업과 자주 비교된다. 2012년 남양유업은 매일유업보다 매출이 2900억원 많았다. 10여년이 흐른 현재 상황은 바뀌었다. 2020년 기준 남양유업의 매출이 5142억원 더 적다.
업계 관계자는 "매일유업이 컵커피, 단백질 성인영양식 등 신제품 다각화에 성공했으나 남양유업은 뒤쳐지 면이 있었다"며 "2013년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이슈, 불가리스 사태 등이 두 회사간 외형 격차를 더 크게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유업계가 성인영양식 개발에 집중한 가운데 남양유업도 제품 출시에 뛰어들었다. 매일유업이 2018년 하반기 단백질 기반 성인영양식 '셀렉스'를 선보였고, 남양유업은 이듬해 '하루근력'으로 맞불을 놨다. 일동후디스는 2020년 '하이뮨'을 내놨다.
셀렉스, 하이뮨이 단일 브랜드 연매출 1000억원에 근접하며 자리를 잡았으나 하루근력은 시장에 연착륙하지 못했다. 특히 남양유업의 매출 1조원 붕괴는 분유시장이 축소와 맞물려 성인영양식을 포함한 신사업이 제때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019년 하루근력을 출시했지만 당시 HMR 신사업인 배달이유식에 집중하면서 성인영양식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시장 관계자도 "남양유업이 오너 리스크가 겹친 상황에서 신사업을 힘있게 추진하는 동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남양유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유아식 시장에서 배달이유식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동종업계 업체들은 성인영양식에 공을 들였다. 매일유업과 일동후디스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매일유업의 경우 '셀렉스' 브랜드가 성인영양식 브랜드로 자리 잡자 지난해 하반기 건강기능식품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업 분할을 결정하기도 했다.
◇신성장동력 사업 추진 원년…R&D 강화 과제
남양유업도 더는 성인영양식 시장 공략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올해 성인영양식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분유설비를 이용해 분말 형태의 단백질 기반 제품을 기본으로 다양한 성인 타깃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이 셀렉스, 하이뮨 등 시장에 안착한 동종업체들의 브랜드를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강화가 우선 과제로 꼽힌다.
현재 남양유업의 신제품 개발은 중앙연구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앙연구소는 영양식품개발실, 유제품개발실, 음료개발실, 기호식품개발실, 식품분석실, 식품안전보증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인력 규모는 45명이다.
이는 85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한 매일유업의 절반 수준이다. 2015~2020년 연구개발비는 남양유업이 407억원으로 매일유업보다 200억원 이상 적었다. 연구개발 투자 규모 차이는 신사업 역량 차이로 나타났다. 두 회사의 매출 격차가 벌어진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분유시장 감소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신성장동력으로 올해 성인영양식과 환자식 등의 신규 상품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연구소 단위에서 상품 개발화에 집중하는 단계로 기본적으로 단백질 제품이 중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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