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재건축 개화 vs 미분양 우려…건설사의 '명암'공급량 확대에 공약 초점, 시장 흐름은 미반영…정비사업은 '훈풍' 전망
성상우 기자/ 이정완 기자공개 2022-03-11 07:34:17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0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업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가장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 중 하나다. 건축 및 부동산 거래 관련 규제 완화를 비롯해 주택 공급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내심 반기고 있다.실제 윤 당선인 측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내세운 부동산 관련 정책을 보면 대규모 민간 주도 공급과 큰 폭의 세제 완화 등 파격적인 시장 친화적 키워드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그가 후보 시절 내세운 부동산 공약 중 가장 대표적인 건 민간 주도의 전국 250만 가구 공급책이다.
서울과 수도권에만 150만 가구가 배정돼 있다. 나머지는 지방에 공급된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19만 가구가 민간 건설사가 가져가게 될 물량이다. 문제는 과잉 공급으로 인해 대구 이남 지역부터 번지고 있는 미분양 사태가 보다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는 점이다.
◇정비사업 키워온 대형건설사 '환영'…삼성·현대·GS건설 최대 수혜자
우선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도시정비 부문에 특화된 공약들이 특히 눈에 띈다. 30년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선 재건축 시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대폭 완화했고 과도한 기부채납을 방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키면서 관련 사업을 시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걸림돌을 최대한 제거해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밖에 분양가 규제 합리화를 통해 민간 주도 공급 방식을 정착시키고 각종 세제 완화를 통해 수요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는 효과를 내는 민간 주도 공급 및 세제 완화 기조는 건설사들 입장에서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특히 대형사들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해외사업을 비롯해 플랜트, 토목 등 전통적인 건설사의 주요 먹거리 업황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도시정비 사업은 최근 2~3년간 이들의 효자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도급순위 5~6위권 이내에 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 등이 대표적 수혜자로 거론된다. 이들은 최근 관련 전담 조직을 만들고 수주액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정비사업 비중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수주액 5조원을 넘긴 현대건설과 GS건설을 비롯해 수주고 4조원을 달성한 포스코건설은 도시정비 사업 패권을 두고 지난해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에도 2개월만에 정비사업 수주 1조원을 돌파하면서 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이 대형사들에겐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격이 된 셈이다.
◇공급확대 미분양 '리스크', 지방 수요 얼마나 받쳐줄까
다만 공급 확대 정책으로 인해 자칫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 시장에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2만1727가구로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구에서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다. 대구 미분양 주택은 3678가구로 전체 광역시 중 가장 많았다. 대구는 2018년부터 연간 2만~3만 가구가 공급되며 공급량이 수요를 넘어선 상태다.
이런 와중에 대형 건설사의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단순히 공급 일변도로 나선다면 과거 골머리를 앓게 한 지방 미분양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해 말 지방 시장을 중심으로 다소 보수적인 주택 사업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초기 분양 시점은 물론 준공 후 입주 시점이 도래했을 때까지 미분양을 피할 수 있는 사업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여전히 주택 수요가 뚜렷한 서울·수도권의 도시정비사업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은 지금까지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수도권에서 재건축·재개발로 31만호를 공급한다고 밝혀왔을 뿐만 아니라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정밀 안전진단 면제,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같은 공약을 내세운 만큼 사업 여건도 전보다 나아질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정부 차원에서 주택 공급에 나설 지역에 대한 논의가 더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도시정비사업 역시 기존 거주민의 이주와 철거 일정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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