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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븐건설, 유엔사부지 시공 현대건설에 맡긴 까닭 설계 VE 통한 원가 경쟁력 강조, 사업 승인 후 PF 조달 신뢰도 높일 듯

이정완 기자공개 2022-03-22 07: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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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1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용산구 유엔사부지 개발을 준비 중인 일레븐건설이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을 선정하며 든든한 사업 파트너를 확보했다. 현대건설은 일찌감치 설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세웠다. 일레븐건설은 브랜드 파워는 물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을 원활하게 이끌 업계 최고 수준 신용도에 신뢰를 갖고 현대건설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레븐건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2-34번지 유엔사부지 개발을 위한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을 선정했다. 공사 계약금액은 약 1조2000억원이다. GS건설도 경쟁에 참여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일레븐건설은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1조552억원을 제시하며 유엔사부지를 따냈다. 지난해 말 토지 잔금을 완납했다. 일레븐건설은 이 자리에 공동주택 420세대, 오피스텔 777실, 호텔, 업무시설, 판매 및 문화집회시설 등 주상복합 건축물을 개발할 계획이다.

유엔사부지 개발 투지도(출처=서울시)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일레븐건설이 공식적인 시공사 입찰을 진행하기 전부터 시행사의 문을 두드리며 회사별 강점 알리기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설계 VE(Value Engineering) 역량을 강조해 공사비를 줄일 수 있도록 이끌었다. 설계 VE는 설계 단계에서 경제성과 타당성을 분석해 기능을 향상하고 비용을 절감하도록 검토하는 절차다. 현대건설은 다수의 주택 사업에서 설계 VE를 실시해 원가 절감과 공사기간 단축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비용이 아무리 적게 들어도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일레븐건설은 현대건설의 고급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의 분양 사업성을 높게 평가했다. 2015년 시장에 선보인 디에이치는 지금까지 강남권을 위주로 적용된 덕에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다. 유엔사부지 개발에도 디에이치가 쓰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건설이 한남동에서 랜드마크 사업을 수주한 경험 역시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건설은 2020년 DL이앤씨와 GS건설을 제치고 총사업비 7조원 규모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후로도 지속 한남동에서 인지도를 높여 지난해에는 한남시범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일레븐건설이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자금 조달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일레븐건설은 유엔사부지 개발에 대해 서울시 건축위원회 최종 사업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다. 승인을 받으면 시공사와 본계약 체결 후 곧바로 본 PF에 나설 예정이다. 상반기 내 승인이 기대된다.

본 PF에서는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시공사가 책임준공 확약을 통해 무사 완공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규모가 작은 시행사를 대신해 신용을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건설사의 신용도가 높을수록 금융기관도 사업 안정성을 높게 평가한다.

현대건설은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AA-(안정적)' 평가를 받으며 건설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자랑한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08%를 나타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총차입금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많아 3조원 규모 순현금 체제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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