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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120조' 현금 쥔 삼성전자, 18조 차입하는 이유①이자 비싼 은행 대출만 17조…매출채권 담보, 환리스크 헤지 용도 추정

이경주 기자공개 2022-03-30 07:45:46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5일 09:59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을 모르면 삼성전자를 사라.”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을 대변하는 말이다. 소액주주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노후자금으로 여길 정도로 극강의 사업과 재무안정성을 자랑한다. 연간 영업이익은 50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40%에 불과하다. 쌓인 현금성자산은 120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1위라는 탄탄한 시장지위에 기인한다.

그런데 그런 삼성전자가 빚을 지는 재무전략을 오랜 기간 고수하고 있다. 바로 은행 대출이다. 규모가 17조원에 달하고 이자는 수천억원대다. 현금이 120조원이나 쌓여있는 삼성전자가 굳이 이자가 발생하는 빚을 내고 있을까.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안정적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는 분석이다.


◇5년 평균 총차입금 18조…수천억대 이자비용 감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18조3921억원이다. 대다수가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다. 13조6878억원으로 총차입금의 74.4%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유동성장기부채 1조3300억원과 사채(장기) 5082억원, 장기차입금이 2조8662억원이다.


돈을 빌린 곳은 대다수 은행이다. 단기차입금은 국내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11조5571억원, 외국계 씨티은행 등으로부터 2조1317억원을 빌린 것이다. 일부 대출 이자율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은행대출 이자율은 0.0~13.3%, 외국계는 0.0~30%로 표기하고 있다. 건별 이자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은행대출은 간접금융 방식이라 직접금융보다 이자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간접금융은 자금공급자와 자금수요자 사이에 은행과 같은 중개자가 개입하는 방식이다. 직접금융의 대표적 예는 회사채로 투자자(기관)와 기업이 직접 거래를 한다. 때문에 같은 만기구조라면 은행대출보단 중개자가 없는 회사채 이자비용이 더 저렴하다. 특히 삼성전자의 신용도라면 국내 기업 가운데 최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비용이 저렴한 회사채 규모(작년 말 기준 9795억원)가 오히려 은행대출보다 훨씬 적다. 회사채도 스스로 발행한 것이 아닌 M&A(인수합병)로 딸려온 것이 대다수다. 총 3건의 회사채가 남아 있는데 2016년 인수한 하만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 Industries)이 발행한 2건 규모가 9440억원이다. 나머지 한 건은 외환위기였던 1997년 발행한 달러표시채권인데 355억원 어치만 남았다.

은행대출에 집중한 차입 전략은 일관성이 있다. 최근 5년 평균 총차입금이 18조1005억원으로 작년 말(18조3921억원)과 유사하다. 이 탓에 매년 치르는 이자비용도 상당하다. 2019년엔 6863억원이었고 2020년엔 5830억원, 2021년 4315억원이다.

◇대형 투자·배당에도 쌓이는 현금…유동성 확보 목적 아냐

대형투자나 M&A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 시각이다. 이를 감안해도 현금이 차고 넘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문이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이 51조6300억원이었는데 이중 반도체가 29조2000억원으로 56%를 담당했다. 반도체산업 빅싸이클 시기였던 2018년엔 반도체에서만 44조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당시 전체 영업이익(58조8900억원)의 75%를 담당했다.

다만 반도체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최신 공정과 장비도입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요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미 D램과 낸드플래시 1위임에도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를 하는 초격차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설비투자금액이 천문학적이다.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2017년 43조7760억원, 2018년 30조6759억원, 2019년 28조6177억원, 2020년 40조2718억원에 달했다. 2021년엔 49조829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대규모 배당도 병행하고 있다. 배당금은 2017년 6조8043억원, 2018년 10조1937억원, 2019년 9조6392억원, 2020년 9조6768억원이었다. 2021년엔 특별배당을 진행해 평시를 크게 웃도는 20조5104억원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영업으로 창출하는 현금이 투자와 배당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이 특별배당을 한 2021년을 제외하곤 항상 플러스였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과 배당금지급액을 뺀 수치다.

잉여현금흐름은 2017년 11조5818억원, 2018년엔 26조2612억원, 2019년 7조1260억원, 2020년 15조3384억원이다. 2021년만 마이너스 5조2339억원이었다. 덕분에 2017년 말 83조1842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2021년만 120조7812억원으로까지 늘었다.

현금성자산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만 101조원이다. 수시로 검토하고 있는 대형M&A를 감안해도 필요이상으로 넘쳐난다.


◇단기차입 84%가 매출채권 담보…환헤지 목적 추정

때문에 은행차입엔 특별한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에선 환 헤지(hedge)를 위한 거래일 가능성을 높게 본다. 환 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라 환 헤지를 하지 않으면 손익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다. 지난해 3분기누적 기준 매출 84%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미주가 37%로 가장 높고 유럽(16%)과 중국(16%), 아시아·아프리카(15%) 순이다. 국내는 16%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사업보고서 주석에 힌트가 있다. 작년 말 기준 단기차입금(13조6878억원)의 84.4%가 담보부차입금(11조5561억원)인데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매출채권은 제품을 외상으로 판매하고 그 대로 미래에 현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증서를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외화로 표기된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은행으로부터 원화로 대출을 받을 경우 환헤지를 할 수 있다. 가령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 100달러 어치 매출채권을 담보로 10만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환율을 1000원으로 고정한 것이 된다.

향후 환율이 800원으로 하락할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향후 매출이 8만원으로 낮아지지만 환헤지를 하면 10만원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환율이 1200원으로 상승하고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매출이 12만원으로 높아지는 경우도 포기한 것이 된다.

삼성전자가 수천억원대 이자비용을 감수하고 은행차입을 할 만한 이유는 환헤지 외엔 찾아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회계 전문가는 “현금창출력으로 대형투자와 배당을 감당하고도 현금이 남기 때문에 굳이 차입을 하는 이유는 자금수요가 있기 보단 환헤지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차입금 대부분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출인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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