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개방형과 폐쇄형 갈림길, 주식형펀드의 딜레마 [K-행동주의 물결]⑤환매시 장기투자 불가능…시세차익 노린 투기꾼 오인 가능성도

이민호 기자공개 2022-03-31 08:13:34

[편집자주]

행동주의 투자에 나선 토종 헤지펀드 운용사의 기세가 거세다. 국내 대표 하우스부터 신생 운용사까지 각양각색 접근법으로 저평가된 주가를 개선시킬 묘안을 제시하고 있다. 행동주의라는 푯대는 동일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과 전략도 다양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주축 전략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기지개를 켜고 있는 'K-행동주의'의 현황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9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행동주의의 재원이 되는 주식형펀드의 구조를 두고 운용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자금모집을 고려하면 개방형 구조를 취할 수밖에 없지만 환매 요청이 몰릴 경우 대상기업 지분율을 줄여야 해 장기투자 동력 상실이 우려된다. 공개 행동주의에서는 수익 실현이 불공정거래로 오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공모와 사모의 형태를 막론하고 개방형 구조로 대부분 설정된다. 개방형 구조는 폐쇄형과 달리 중도 환매가 가능하다. 주주행동주의 전략의 재원이 되는 펀드도 개방형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단일 또는 복수 펀드가 이용되며 일부 일임계좌가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주식형펀드를 개방형으로 설정하는 데는 마케팅 측면의 이유가 크다. 주식은 시장성이 높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시장이 형성돼 있어 원할 때 내다팔아 현금화하기 용이하다. 이 때문에 주식형펀드 수익자들은 일정 수준의 평가차익을 달성하면 즉시 환매해 이익을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애초 1년 이상 투자를 유지하기를 꺼리는 만큼 적시에 이익을 실현할 수 없는 폐쇄형 구조는 크게 기피될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 주요 판매처인 PB센터도 수익자들의 이런 욕구를 반영해 개방형일 때만 가판대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운용사도 마케팅 측면을 고려해 개방형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지만 정작 운용 측면에서는 폐쇄형이 유리하다. 일정 설정 규모가 유지돼야 편입자산과 수익률 관리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운용사는 개방형이라도 가입 후 의무 유지기간을 약관에 명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6개월 안팎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BYC와 태광산업에 대해 주주행동주의를 개시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핵심 재원으로 폐쇄형 펀드를 내세워 주목받았다. ‘트러스톤ESG밸류크리에이션1호’는 2020년 10월 설정된 주주행동주의 전략의 사모펀드로 3년 만기의 폐쇄형 구조를 취한다. 개방형 구조를 취하면 자금을 더 투입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의향에도 폐쇄형 구조의 필요성을 내세워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의 지난 1월 12일 기준 순자산은 960억원으로 확대됐다.

주주행동주의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상기업 지분을 일정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분 유지만으로도 대상기업에 장기적 파트너라는 인식을 갖게 해 압박의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는 지분 매입 이후 전개할 다양한 형태의 주주행동에서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대상기업의 최대주주나 경영자가 시세차익만 노린 단기투자자의 제언을 귀담아들을 가능성은 크게 낮다.

하지만 개방형 구조를 취하면 환매 요청이 과도하게 들어올 경우 대상기업 지분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공모펀드를 주주행동주의 전략의 재원으로 활용하기를 크게 꺼리는 이유도 펀드 순자산이 단기간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모펀드는 통상적으로 사모펀드에 비해 환매 민감도가 더 높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를 주요 재원으로 이용하면서 공모펀드도 일부 투입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공모펀드인 ‘트러스톤ESG레벨업’을 부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 총량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수익자가 소수이고 여기에는 기존에 신뢰를 쌓아온 일임고객도 다수 포함되기 때문에 개방형 구조를 취하더라도 수익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급격한 순자산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복수 펀드를 동원해 환매 리스크를 분산시키는데다 기존 수익자 환매가 발생하더라도 그만큼 신규 수익자도 유입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펀드의 수익 실현 자체가 불공정거래로 오인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비공개 주주서한이나 경영진 면담 등 비공개 주주행동의 경우 정보가 시장에 실시간으로 유포되지는 않아 주주행동 자체가 주가 변동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공개 주주서한이나 주주총회 의안 주주제안 등 공개 주주행동은 정보가 시장에 실시간으로 공급돼 주가 변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주식형펀드의 운용 특성상 주가가 오르면 틈틈이 수익을 실현하면서 수익을 쌓아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공개 주주행동이 개시되면 이벤트 때마다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주행동 성과의 명시적 도출에 선행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이때 일부 주식을 매각하고 환매자금이 빠져나가면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를 구사하는 운용사 관계자는 “주식형펀드 운용 측면에서는 폐쇄형 구조가 크게 용이하지만 개방형 구조를 취하지 않으면 대규모 자금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주행동주의 펀드는 설정 이전과 이후에 수익자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급격한 자금 이탈을 방지하고 있으며 불공정거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일반적인 주식형펀드와 달리 빈번한 트레이딩도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