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급부상, 거세지는 이사회 독립성 요구 [K-행동주의 물결]③최대주주 거수기 견제…’3%룰’ 기반 감사선임 주주제안
이민호 기자공개 2022-03-30 08:18:16
[편집자주]
행동주의 투자에 나선 토종 헤지펀드 운용사의 기세가 거세다. 국내 대표 하우스부터 신생 운용사까지 각양각색 접근법으로 저평가된 주가를 개선시킬 묘안을 제시하고 있다. 행동주의라는 푯대는 동일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과 전략도 다양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주축 전략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기지개를 켜고 있는 'K-행동주의'의 현황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8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대상기업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사회가 최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기업가치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넘어 감사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최대주주-외부주주 이해관계 불일치…이사회 독립성 확보 '최우선'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국내 기업의 밸류에이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지배구조 개선에 주목하는 기관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이사회 개편이다. 최근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헤지펀드 운용사의 주주행동주의가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 등 이사진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행동주의를 전개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기본적으로 대상기업의 사업성에 대한 신뢰가 있다. 우수한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순이익이 증가하면 주당순이익(EPS) 상승으로 시장의 평가에 반영돼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는 것을 정상으로 본다. 하지만 EPS 상승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거나 정체되면서 기업가치 저평가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는데 이 원인이 지배구조 부실이라는 판단이다.
근본 원인은 최대주주는 주가 상승의 필요성을 체감할 유인이 기본적으로 적다는 데 있다. 여기에서 외부주주와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발생한다. 애초 최대주주는 지분 매각이나 축소를 고려하지 않는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해도 평가이익일 뿐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기업가치 대비 낮은 주가 흐름이 이어지면 상속 또는 증여에 유리하고 지분 추가 확대에도 용이하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를 지배구조 개선의 시작으로 꼽는다. 최대주주는 지배력을 이용해 이사회 구성권을 장악하고 이사회는 최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참호 구축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는 최대주주의 사익을 추구하면서 기업 재무 건전성과 성장을 저해하거나 지배주주 지위 상실을 우려해 위험이 높은 투자를 회피하는 등 기업혁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BYC에 대한 주주행동을 개시하면서 요구한 부분 중 하나도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를 개선할 투명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최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계열사 신한에디피스가 BYC로부터 상품을 매입하고 또다른 일가 소유 비상장계열사인 신한방에 판매하는 방식의 내부거래로 자금을 축적해 BYC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사회 견제 독립 감사 선임 '부상'…개정 상법 바탕
최근에는 최대주주가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정작 책임에서는 자유로운 문제가 지목되기도 했다. 한국ESG연구소는 상위 1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 106개사 중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곳은 9개사(8.5%)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6월 발표했다.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곳은 14개사(13.2%)였고 나머지 83개사(78.3%)는 총수가 직책이 없었다. 총수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아 주요 의사결정의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움에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인 이수만 프로듀서가 이사회에 소속되지 않아 법적 책임도 부담하지 않음에도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약 22년간 누적 1400억원이 넘는 인세를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수령한 점을 문제삼으며 이사회의 비독립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대응책으로 각광받는 것이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사를 선임하는 것이다. 2020년 12월 상법 개정으로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되면서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후보를 추천한 것도 이사회를 견제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계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에서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당시 지분율 42.9%)보다 지분율이 낮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19.3%)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되면서 3% 룰이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동력으로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이사회 독립성 확보가 첫 번째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며 “상법 개정으로 외부주주 추천 감사의 선임 가능성도 높아져 단순히 이사 후보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주주제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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