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31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총회가 끝나고 소액주주 대상으로 간담회를 하오니 참석할 분들은 뒤쪽 강의실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최근 경기도 파주시 러닝센터에서 열린 LG디스플레이 정기주주총회 현장. 직원의 안내멘트가 들리자 귀를 의심했다.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백브리핑을 한다는 말인가. 그간 여러 기업의 주총장을 다녀봤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한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했다.
백브리핑 진행도 형식적이지 않았다. IR실장과 전략임원이 답변자로 나섰다. 심지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부터 꺼냈다. 몇몇 주주와는 안면이 있는지 자연스레 인사를 건넸다.
주주들의 질문수준과 산업 이해도 역시 상당했다. 억지논리나 주제와 관계없는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주총꾼과는 격이 달랐다. 디테일한 재무상태와 업계 사정을 곁들인 날카로운 질의는 답변자들을 진땀 흘리게 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디스플레이 업계 종사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LG디스플레이가 수년째 이런 자리를 가진 계기는 주가였다. TV용 패널 세계 1위라는 위상에도 주가는 10년 넘게 4만원을 넘지 못하고 횡보 중이다. 공매도 타깃이 되거나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 적자가 한창이던 2020년 3월에는 8800원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그러고 보면 백브리핑에 참여했던 주주들은 기본적으로 5년에서 10년 넘게 가진 장기투자자들이 많았다.
소액주주들을 좀 더 가까이 대하고 주총 후 간담회를 통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는 LG디스플레이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진한 주가 때문이긴 하지만 국내 굴지 대기업이 소액주주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주가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거나 대세 하락해도 원론적인 답변과 형식적인 대응으로 퉁치는 회사가 허다하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 권영수 사장 시절(2008년)에도 현악 4중주단을 초청해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등 이색 주총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한창 들끓던 주총꾼의 영향력을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으나 기존의 딱딱한 행사진행에서 벗어나 파티식 주총을 해보자는 권 사장(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간 정형화되다 못해 무성의해 보이기까지 한 기업들 주총에서 LG디스플레이의 모습은 단연 발군이다. 비록 주가는 한숨 날지언정 그래도 소액주주에 대한 세심한 배려, 투심을 달래는 진정성과 태도만큼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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