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 잣대' 흥국운용, 금융지주마다 반대표 [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SK·삼바 주총 의안도 거부…금호석화, 박찬구 회장 손들어줘
양정우 기자공개 2022-04-27 07:45:12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6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국자산운용이 수탁자 책임 활동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국내 주축 금융지주사의 주주총회 안건은 물론 삼성그룹과 SK그룹의 핵심 계열 의안에도 줄줄이 반대표를 던졌다.26일 더벨이 흥국운용의 올해(2021년 4월초~2022년 3월말)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투자기업 주총의 총 252개 안건에서 25개 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엔 총 185개 안건에서 15건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국내 금융지주사 3곳의 주총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대거 행사한 점이다. KB금융의 경우 우선 사외이사 선임의 건(제2-2호 후보 선우석호, 제2-3호 후보 최명희, 제2-4호 후보 정구환)을 지적했다. 이들 후보의 사외이사 추천에 반대표를 던진 건 모두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 탓이다.
세 후보자의 재임기간에 KB증권이 금융위원회에서 라임펀드 등 관련 검사 결과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받았다. 이 때문에 후보가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제3호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도 동일한 사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우리금융지주의 주총 안건에 대한 입장도 비슷했다. 사외이사 선임의 건(제3-2호 후보 노성태, 제3-3호 후보 박상용, 제3-4호 후보 장동우)에 반대한 동시에 이들 사외이사 후보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도 부정적 스탠스를 고수했다. 후보자 3인의 재임기간 중 우리은행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검사 결과 업무 일부정지, 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받은 탓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반대표를 받은 주총 안건이 1건으로 집계됐다. '제6-2호 특별공로금 지급 승인의 건'를 놓고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특별공로금은 김정태 전 회장을 위한 것이다. 6-2안 특별공로금은 퇴직금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는데 50억원에 달하는 액수가 과도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50억원을 기준으로 월평균급여액과 재임 기간을 고려한 임원퇴직금지급율은 12.19배다. 코스피 퇴직금지급률 평균인 3배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주총 의안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 사항을 지적한 탓에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흥국운용의 엄중 모드와 사뭇 다른 스탠스로 의결권을 행사한 대목도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주총에서 벌어진 '제2차 조카의 난'에서 주주제안에 나선 박철완 전 상무 대신 숙부인 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의 제1호 의안(제45기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에서 찬성표를 던졌고 제1-2호 의안(제45기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의 경우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1만4900원, 우선주 현금배당 주당 1만4950원)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과거 배당 수준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과대 배당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흥국운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KT의 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동중 사내이사 후보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고 박재완 사외이사 후보의 경우 해당 기업과 계열사 재직시 명백하게 기업가치 내지 주주권익을 훼손한 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엄격하게 수탁자 책임 활동을 소화해 나가면서 스톡옵션 부여와 제도 개편도 세심히 뜯어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의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건'과 카카오의 '중간배당 결의일 연장의 건'에 반대한 게 대표적 사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Company Watch]'코스닥 새내기' 사이냅소프트, 혹독한 신고식
- [Red & Blue]'사우디발 훈풍' 비에이치아이, 수주 확대 모멘텀 '부각'
- [Red & Blue]'새내기주' 클로봇, 상장 초기 부진 털고 '반등'
- [i-point]바이오솔루션, 최대 시장 중국 진출 '첫 발'
- [다시 온 가상자산의 시간]미국 코인 기업, 규제 막히자 대선판 움직였다
- [동인기연은 지금]70세 앞둔 정인수 대표 지분 66%, 승계작업 '시계제로'
- [thebell note]상장 주관사를 위한 변명
- 롯데케미칼, EOD '적용 유예' 확보하나
- 이오플로우, 인슐렛 제기 'EU 판매금지' 소송 결론 도출
- [제약바이오 현장 in]제놀루션 "침체기 끝났다, 주력 3개 사업 2025년 변곡점"
양정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IPO & CEO]데이원컴퍼니 "'급팽창' 성인교육 국내 1위, 미국·일본도 통한다"
- [IPO 모니터]바이오 폭락, 오름테라퓨틱·온코닉테라퓨틱스 '불똥'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
- [IPO 모니터]'자진 철회' 에이스엔지니어링, 상장 행선지 바꾸나
- [IB 풍향계]위기설 '해프닝' 롯데, 조달 전선 영향은
- [IB 풍향계]발해인프라 IPO 속행...KB증권 해외 세일즈 파워 '입증'
- [IPO 모니터]'위성 스타트업' 텔레픽스, '미래에셋'으로 주관사 교체
- [토스 IPO]'미국행' 본격 시동, 외국계 주관사 선정 착수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한국증권, 지분매각 잭팟…증권사 잔치 속 진짜 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