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28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삼성역 인근은 현대차그룹 신사옥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란 부동산 호재가 기대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 근방에서 빌딩 매물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삼성동 옛 로엔엔터 건물(삼성오피스)을 장기 임대해 쓰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세가 커지자 사옥 구매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이 같은 상황을 뚫고 지난해 GBC 부지 옆에 토지와 빌딩 2개를 산 곳이 있다.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로 유명한 두나무다. 최근 가상자산사업자 중에서 첫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만큼 사세가 빠르게 확장된 업체다. 오너인 송치형 회장이 정의선·최태원·구광모 회장 등을 제치고 포브스 선정 9위 자산가(37억달러, 4조6000억원)로 랭크될 정도다.
두나무는 삼성동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세입자인 산업은행 강남지점을 내보낸다는 얘기가 금융권과 가상자산업계에 회자됐다.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고 만료일보다 더 일찍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목 좋은 곳에서 영업하던 산은으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여기까지는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 간간히 있을 법한 에피소드다.
그런데 호사가들 사이에선 의미심장한 얘기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산은은 국내 대표 국책은행, 금융권에서도 손꼽히는 위상을 가졌다. 두나무가 이런 곳을 몰아낸 듯한 구도에 상전벽해, 격세지감이란 말이 쏟아졌다. 은행권에선 가짜 화폐(코인)가 진짜 화폐(은행)를 밀어냈다는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사실 가상자산 사업은 은행과 마냥 대립하는 관계는 아니다. 알고 보면 이들만큼 상호의존적이고 상부상조하는 곳도 흔치 않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잘나갈 수 있는 것은 은행의 실명계좌 덕분이다. 굉장히 혁신적인 정부가 나와서 거래소에 계좌개설 기능을 인가하지 않는 한 은행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영업할 수가 없다.
은행의 경우 가상자산 거래자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기회를 얻는다. 케이뱅크도 어려움을 겪던 중 업비트와 손잡고 가상자산 거래고객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사회생했다. 이를 본 다른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들 또한 거래소에 러브콜을 보낸다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하다.
건물주-세입자 문제로 끝날 수 있던 일화가 마치 금융업의 판도 변화처럼 회자되는 배경에는 기존 금융권의 위기감 혹은 상처 입은 자존심이 느껴진다. 한참 아래로 봤던 가상자산 산업의 급성장에 굴욕을 당했다는 듯한 당혹감이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해석일 뿐이다. 업비트가 아무리 큰다 해도 산은이 영위하는 국책은행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을까. 건물주가 두나무가 아닌 다른 산업에 속한 업체라면 가짜 화폐란 격앙된 표현이 나왔을까 싶다. 이런 세간의 가십을 경계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은 자제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두 업권은 여전히 손잡고 같이 해야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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