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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몰락]권도형 대표, 30대 억만장자에서 막말의 아이콘으로②졸업 후 IT 기업 연달아 창업…루나 실패 후 과거 막말 행적 비판 받아

노윤주 기자공개 2022-05-23 10: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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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가총액 10위 안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던 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 가치가 순식간에 폭락했다. 14만원에 달하던 루나 가격은 한 달 만에 0원이 돼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는 신세에 처했다. 테라-루나 사태가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일각에서는 '김치코인 리스크'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가운데 이들이 한순간에 몰락한 과정과 원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7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라와 루나의 시작과 끝에는 창업자이자 설계자인 권도형 대표가 있다. 본명보다 '도권(Do Kwon)'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그는 테라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가상자산 루나 가격이 급등하고 테라USD(UST)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올라서면서 권도형 대표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했다. 포브스지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순식간에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고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권 대표지만 테라의 실패로 부적절했던 과거 발언까지 재조명되며 뭇매를 맞고 있다.

◇애니파이에서 테라까지…촉망받는 청년 창업가였다

권도형 대표는 젊은 창업가로 대학교 때 부터 줄곧 벤처계 주목을 받아 왔다. 1991년생인 그는 대원외고 졸업 후 2010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2016년 귀국 후 권도형 대표는 와이파이 공유 스타트업 '애니파이'를 설립했다. P2P 방식으로 무료 와이파이 존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애니파이는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 선정됐다. 성공적인 시작이었지만 권 대표는 1년 만에 공동 설립자인 장기석 CTO에게 경영을 일임하고 테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테라 초기에는 권도형 대표 보다는 티몬 창업자로 먼저 이름이 알려졌던 신현성 테라 공동설립자가 전면에 나섰다. 권 대표가 테라 리더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신 설립자가 '차이'로 적을 이동하면서다.

권 대표는 과감한 사업 추진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가 방향키를 잡은 후 테라는 간편결제에서 탈중앙금융(디파이·Defi)로 사업을 전환했다. 젊은 개발자들을 흡수하며 앵커, 미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다.


◇논란 키운 SNS 일방향 소통…과거 막말 수면 위로

권 대표의 소통 방식은 일방향이었다. 국내 언론과는 접촉을 피했고 투자자들과의 대화 역시 트위터를 통한 일방적인 소통으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테라, 루나에 대한 불리한 질문에 조롱섞인 답변을 내놓으며 일순간 트러블메이커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영국 경제학자인 프랜시스 코폴라(Frances Coppola)는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은 투자자 집단 엑시트가 발생할 경우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가난한 사람과는 토론하지 않는다"며 "당신에게 줄 돈은 없다"고 코폴라를 비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95%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망할 것"이라며 "그것을 보는 건 재밌을 것"이라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스스로 트러블메이커를 자처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권도형 대표는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고소했다. SEC의 테라 비공개 조사는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SEC는 지난해 권 대표가 참여하는 행사에서 그를 기다리다 기습적으로 소환장을 전달했다. 테라 기반 디파이 서비스 미러 프로토콜의 증권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함이다. 미러 프로토콜은 테슬라, 애플 등 미국 빅테크 주식 가격을 추종하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서비스다.

업계에서는 권 대표의 일방향 소통이 사태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프로젝트 발전에 대해 커뮤니티와 건설적인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 대표는 모든 이슈에 노코멘트로 대응하면서 SNS에만 글을 올렸다"며 "이번 루나 폭락 사태 때도 트위터에 몇 차례 글을 올렸을 뿐 실제로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탈중앙화를 표방했지만 사실상 권 대표 개인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실패한 탈중앙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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