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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하이엔드 브랜드]치열해진 수주전에 퇴색한 고급 이미지조건 미달 아파트에도 적용, 조합 측서 무리한 적용 요구도

전기룡 기자공개 2022-05-30 07:56:32

[편집자주]

하이엔드 브랜드의 상징성이 점차 퇴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되거나 강남 같은 특정 지역에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왔다. '꿈의 아파트'로 여겨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치열해진 경쟁 탓에 '자격 미달'인 아파트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하는 사례가 많다. 주요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처한 상황은 어떤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5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엔드. 흔히 '명품'이란 단어와도 혼용돼 사용된다. 아파트의 하이엔드 브랜드는 어느새 주택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과거에는 지역의 주요 입지에 들어서는 아파트가 '랜드마크'로 자리잡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 아파트가 지역의 랜드마크처럼 여겨지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됐던 영향이다. 대다수 건설사들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강남권 혹은 준강남권과 같이 검증된 지역에서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왔다. 하이엔드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근 집값이 오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하이엔드 브랜드로는 현대건설 '디에이치'와 DL이앤씨 '아크로',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롯데건설 '르엘'이 있다. 좀 더 넓게보면 호반건설 '써밋'과 두산에너빌리티 '트리마제', 두산건설 '위브더제니스'까지 하이엔드 브랜드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도시정비사업이 다시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연출되자 너도나도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이 하나의 수주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니 브랜드 가치도 함께 퇴색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현대건설은 마천4구역에 '디에이치'를 적용해 논란이 일었다. 현대건설은 론칭 초기 3.3㎡당 평균 분양가가 3500만원 이상인 지역에서만 디에이치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마천4구역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000만원을 밑도는 2700만원대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건설은 브랜드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디에이치 적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방식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건설이 지방 광역시나 소규모 정비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 리모델링사업에 디에이치를 남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방에서 하이엔드 브랜드가 남발되는 경우는 이 뿐만이 아니다. DL이앤씨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에 서울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사용했다. 이후에는 대구, 광주 등 지방 광역시를 넘어 안양에도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한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써밋'을 부산 남구 대연4구역에 제안했다. 대형 건설사 중 수도권 외 지역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한 것은 대우건설이 처음이었다. 최근까지 이어진 집값 상승 기조로 지방 광역시 일부 지역이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가격 제한을 상회하기는 하지만 과거 강남권, 한강변에만 적용하던 것과는 괴리감이 남는다.

조합원의 무리한 요구로 인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사례도 있다. 롯데건설은 2020년 흑석9구역 시공사 지위를 상실했다. 조합이 수주전 당시 롯데건설이 내세운 '2811안(28층, 11개동)'이 정책상 불가능해지자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건설은 르엘의 적용 기준으로 인해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에 조합은 롯데건설의 시공사 지위를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롯데건설은 시공권 계약 해지 무효 가처분신청을 통해 지위를 회복하고 르엘 적용을 약속했지만 결국 시공권을 현대건설에 넘겨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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