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대비하는 저축은행]페퍼, 박리다매 전략 통했다…순익도 회복세①지배구조 안정화 이후 자산 급성장…규모의 경제 실현하며 순익도 5위권
이기욱 기자공개 2022-06-02 08:08:38
[편집자주]
저축은행 업계가 격변기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환경도 코로나19 이전으로 점차 돌아가는 중이다.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지난 2년동안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저축은행들 역시 엔데믹 시대에 맞는 경영·영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엔데믹 시대를 준비하는 저축은행 업계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7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퍼저축은행은 국내 대형 저축은행들 중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는 곳이다. 잦은 대주주 변경으로 불안정했던 지배구조가 안정화된 이후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며 영업 자산을 크게 늘려나갔다. 자산 규모 대비 부족했던 순익도 점차 늘어나며 상위권 경쟁사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페퍼그룹·KKR 거치며 지배구조 안정화…자산순위 10위→5위 ‘껑충’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017년까지 지배구조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2010년까지 오너 개인소유의 소형저축은행이었던 늘푸른상호저축은행은 2010년 9월 웅진캐피탈이 출자한 PEF 웅진금융제일유한회사에 의해 인수되면서 웅진그룹 품에 안겼다.
하지만 이내 웅진그룹에 경영난이 찾아왔고 늘푸른저축은행은 2013년 10월 호주계 글로벌금융그룹인 페퍼그룹의 계열사 ‘PSB Investment Holdings Pty Ltd’에 매각됐다. 페퍼그룹은 상호명을 늘푸른저축은행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바꾼 후 같은 해 12월 한울저축은행까지 인수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2017년 페퍼그룹의 주인이 바뀌면서 또 한 차례 변화를 맞이했다. 미국의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Kohlberg Kravis Roberts,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 모회사인 페퍼그룹의 지분 52% 가량을 인수했다. KKR-페퍼그룹-페퍼저축은행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KKR이 페퍼저축은행을 매각할 것이라는 추측들도 제기됐었다. 추측과는 달리 KKR은 페퍼저축은행을 한국시장에 남겼고 대표이사도 장 매튜 대표로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020년 11월에는 페퍼저축은행의 최대 주주(지분 100%)를 PSB인베스트먼트 홀딩스에서 페퍼유럽(Pepper Europe(UK) Limited)으로 변경하며 지배구조를 재정비했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자금 조달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페퍼유럽은 페퍼그룹 내 아시아 진출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는 중간지주사다.
KKR 아래서 안정적 지배구조를 갖춘 페퍼저축은행은 2017년부터 5년동안 빠르게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2017년말 기준 1조7125억원이었던 총 자산은 지난해말 6조187억원으로 3.5배 증가했다. 업계 순위는 10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4위 웰컴저축은행(6조1787억원)과의 격차는 1600억원에 불과하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웰컴저축은행을 제치고 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총 여신액은 1조5377억원에서 4조9663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증가율은 222.97%로 같은 기간 저축은행 업계 전체 여신증가율(96.34%)보다 2배 이상 높다. SBI저축은행(134.29%), OK저축은행(163.5%), 웰컴저축은행(199.94%) 등 타 대형저축은행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증가율을 자랑하고 있다.
수신액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총 수신잔액은 5조4171억원으로 2017년(1조5833억원)보다 242.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업계 전체 수신액은 51조1815억원에서 102조4435억원으로 100.16% 늘어났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의 증가율은 각각 124.68%, 204.99%, 201.32%로 페퍼저축은행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평균 대출 금리, 대형 저축은행 중 최저…2020년부터 수익성 회복세
페퍼저축은행의 빠른 성장은 수익성보다는 외형 성장에 우선적으로 집중한 영업 정책의 결과다.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와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해 먼저 고객들을 모은 이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2017년 페퍼저축은행의 연간 대출채권 평균 잔액에 대출채권 이자 수익을 단순 계산한 평균 대출 이자율은 10.47%로 나타났다. 이듬해에는 10.18%로 낮아졌고 2019년 10.48%로 소폭 상승한 이후 2020년과 2021년 각각 9.99%, 9.89%로 다시 하락했다.
이는 경쟁사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SBI저축은행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1%초반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0.84%로 낮아졌으며 OK저축은행은 2017년 16.91%에서 지난해 13.18%까지 조금씩 하락했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2017년과 2018년 20%대의 높은 평균 대출 이자율을 보이다 2019년 17.60%로 낮아졌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4.91%,12.51%를 기록했다.
예수부채 평균 잔액에 예금 이자 비용을 계산한 평균 예금 이자율은 반대로 페퍼저축은행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에는 2.32%로 OK저축은행(2.26%), 웰컴저축은행(2.56%)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2.57%로 상승하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2.61%까지 높아졌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경쟁사들 비해서는 높은 평균 이자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예금 이자율은 1.97%로 그 다음으로 높은 웰컴저축은행(1.93%)과도 0.04%포인트 차이가 난다.
낮은 예대마진의 영향으로 수익성 지표는 경쟁사들에 비해 뒤쳐지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11%였던 총자산이익률(ROA)은 2018년과 2019년 0.4%대까지 하락했다. 같은 시기 경쟁사들은 1%후반대에서 3%초반대를 기록했다. 순익 순위도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35위, 28위를 기록하는 등 자산순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최근에는 점차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3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순익 기준 업계 8위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817억원으로 6위를 차지했다. 자산기준 순위인 5위권에 근접하고 있다. 5위 다올저축은행(838억원)과의 격차는 약 20억원에 불과하다.
2018년 408.11%까지 치솟았던 영업이익경비율(CIR)도 지난해 95.12%까지 하락했다. 판매관리비가 전년 대비 42.2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도 154.78%나 증가했다. ROA는 1.59%로 전년(0.93%)보다 0.66%포인트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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