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세컨더리 개막]'IPO 침체기' 비상장 리스크…운용업계 퇴로 마련③상장 난항에 엑시트 대안, 만기 임박 펀드에 숨통
양정우 기자공개 2022-06-07 08:08:11
[편집자주]
토종 헤지펀드 운용업계에서 비상장사 주식이 핵심 자산으로 발돋움했다. 헤지펀드 하우스로서 비상장투자의 새 길을 개척한 DS자산운용은 한발 더 나아가 세컨더리펀드로 시장을 주도하려 한다. 증시 침체기 자산운용업계에 본격적으로 도래한 세컨더리펀드 시대를 더벨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년 월 일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 일로를 걷자 투자 자산으로서 비상장주식을 향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비상장투자의 회수 방법은 사실상 IPO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상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자칫 엑시트 스텝이 꼬일 수 있는 탓이다.세턴더리펀드는 운용 매력 자체가 클 뿐 아니라 비상장시장에서 회수의 보조장치 역할을 소화한다는 게 특징이다.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IPO 침체에 따른 타격이 한결 완화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투자 유치가 필수인 스타트업의 조달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의 연결고리로 여겨진다.
토종 헤지펀드 시장에서 비상장사 에쿼티가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았으나 그간 세컨더리펀드를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벤처캐피탈(VC)의 세컨더리펀드를 활용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속성과 니즈가 동일한 운용업계에서 구축한 세컨더리펀드가 접근성이 훨씬 더 우월할 수밖에 없다.
◇비상장투자, 회수 시장 부침에 등락…IPO 편중 국내시장, 세컨더리 완충 기대
올해 1분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벤처펀드 투자금(2676억원)이 전년 동기(1565억원)보다 71%나 급증했다. 바이오와 의료 섹터의 투자 규모(4051억원)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전체 투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19.5%)도 큰 폭으로 축소됐다.
이는 IPO 시장의 판도 변화와 맞물려 VC의 투자 성향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근래 들어 한국거래소는 바이오 IPO에 대한 상장 예비심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자 바이오 섹터 투자를 놓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소부장 IPO는 바이오와 플랫폼 기업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본래 국내 소부장 섹터는 완제품을 양산하는 대기업과 비교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현저히 낮은 멀티플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거래소측에서 소부장 전용 IPO 트랙을 내놨고 상장 활성화와 함께 비상장시장에서도 밸류 개선이 이어졌다. 이런 섹터에 발굴과 투자가 집중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렇게 비상장투자는 회수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국내에서는 회수 루트가 상장에 편중돼 있어 IPO 위축 때마다 국내 비상장주식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상장기업 입장에서는 가능한 제 값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야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다른 펀드의 비상장주식를 골라 담는 세컨더리펀드의 역할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DS자산운용이 헤지펀드 비히클로 세컨더리펀드(총 600억원 규모)를 조성한 건 물론 수익자에 투자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그럼에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비상장사의 구주를 매입한 투자자에 퇴로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의미까지 감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장덕수 회장은 신주와 구주 중 하나를 우선시하지 않고 각각 성장과 순환이라는 중요 기능이 부여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IPO 시장, LG엔솔 이후 위축일로…비상장자산 담은 헤지펀드, 세컨더리 환영
지난달 신규상장 종목의 전체 공모규모는 77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점인 2020년 5월(210억원) 이후 최소 규모다. 신규 상장도 단 3건에 그쳤다. 역시 2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로 집계됐다.
연초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신호탄으로 흥행 릴레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IPO 시장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흥행이 저조한 수준을 넘어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 철회마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조 단위 빅딜은 자취를 서서히 감추고 있다.
이런 위축 일로 여건은 헤지펀드 운용사가 VC보다 불리한 측면이 있다. 헤지펀드는 대체로 만기가 3~5년 정도로 조성되지만 벤처펀드는 7~8년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상장투자 헤지펀드는 VC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보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의 비상장사에 좀더 초점을 맞춘다. 그럼에도 2~3년에 달하는 만기 차이는 IPO 부침이 심화될 때마다 리스크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와중에 DS운용이 세컨더리펀드를 조성하면서 당장 청산 만기를 눈앞에 둔 운용사는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가격 협상에서는 호락호락하지 않겠으나 핵심은 물량이다.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구주 물량은 특히 시장성이 낮은 비상장시장에서 대량 처분하는 게 녹록치 않다. 더구나 호황이 아닌 불황 시기엔 파격적 할인을 감수해야 한다.
DS운용 입장에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오랜 기간 눈여겨봤던 비상장사의 주식을 매력적 가격으로 모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회수까지 인내의 기간을 줄이는 세컨더리 투자의 묘미를 확보할 수 있다. 주식 처분이 시급한 운용사와 DS운용이 윈윈을 거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만기 압박에 시달린 몇몇 하우스는 투자 단가에서 30% 정도나 할인된 가격으로 비상장사 구주를 처분하고 있다"며 "DS운용이 물꼬를 튼 세컨더리펀드가 헤지펀드 시장에서 활성화되면 비상장 자산의 안정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한국벤처투자의 자금이 출자된 세컨더리 벤처펀드에 비상장주식을 넘기는 게 법규상 제한된 건 아니다. 하지만 펀드 간 구주 거래는 매우 긴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하기에 VC 네트워크가 강력한 특정 하우스만 시도하고 있다. 운용업계에서 만든 세컨더리펀드가 헤지펀드 하우스 전반이 활용하는 접근성을 갖췄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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