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주관사 성적표]'장밋빛' 전망, 현실은 '상장폐지'...주관사 역량 '도마 위'대부분 실적 미달·기업가치 하락…"주관사, 장밋빛 로드맵 제시후 높은 수수료"
남준우 기자공개 2022-06-14 13:02:02
[편집자주]
코스닥 특례상장 요건이 도입된 지 17년이 지났다. 몇 년 안에 획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거래 정지를 당하거나 상장 폐지 얘기가 나오는 곳이 속속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주관사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자격이 되지 않는 기업을 마구잡이로 상장시켜 놓고 높은 수수료만 챙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벨은 특례 상장 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주관사별 역량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9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특례상장 요건은 우수한 기술력과 높은 성장성을 지녔음에도 영업 실적이 미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다. 도입 이후 17년이 지난 현재 150개가 넘는 곳이 이를 활용했다.하지만 IPO 과정에서 제시했던 장밋빛 미래와 달리 현실은 다소 우울하다. 시간이 지나보니 주관사들이 제시한 장밋빛 미래와는 너무 먼 경우가 대다수다.
실적 미달로 기업가치가 하락하자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갔다. 주관사는 자격 없는 기업의 가치를 '뻥튀기'한 이후 높은 수수료만 챙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오→비바이오 대세 이동, 주관사 부담 적어
코스닥 특례상장 요건은 현재 영업실적은 미미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해주기 위해 만든 제도다. 금융당국이 2005년 3월 신설한 이후 총 152개사가 이 제도를 이용해 상장했다.
특히 바이오 벤처기업이 주를 이룬다. 현재 상장한 기업 가운데 바이오 관련 기업이 절반을 훌쩍 넘어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비상장 바이오에 자금을 댄 투자자는 IPO로 자금을 회수하고 차익으로 바이오에 재투자한다.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서 꽤 오랜 기간 바이오가 IPO 시장에서 대표 주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비바이오 업종 중심으로 발을 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비바이오 상장건수는 22건으로 바이오기업(9건)을 크게 앞질렀다. 2005년 제도가 도입된 지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당국이 2016년 성장성 특례상장, 테슬라 상장(이익 미실현 상장) 등 상장주선인(주관사) 역량에 더 큰 힘을 실어주면서 업종이 다양화되고 있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기술특례 상장과 달리 전문평가기관의 평가가 필요 없고 주관사 추천만 있어도 가능하다.
테슬라 상장 역시 특정 조건만 만족하면 적자 기업이더라도 코스닥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주관사는 일정 기간 풋백옵션만 지면 된다. 풋백옵션은 투자자가 해당 기간 안에 공모가의 90%에 주관사에 환매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주관사는 △예비심사 청구일 기준으로 최근 1년 이내에 IPO 진행 실적이 있을 것 △최근 3년간 상장시킨 회사들이 2년 이내에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 폐지되서는 안된다 등의 조건만 지키면 특례 상장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관련 조건은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지키기 쉽다. 일반기업은 4년 연속 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5년 연속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는다. 반면 기술특례 상장사는 매출액 30억원 미만이면 6년째부터, 자기자본 50% 이상 잠식과 7년 연속 영업손실인 경우에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거래 정지 기업 속속 등장…주관사 역량 시험대
다만 최근 들어 특례상장 기업 중 실적 전망치에 미달한 곳이 속속히 나타나고 있다. 특례상장 기업은 아직 적자 상태인 만큼 통상적으로 몇 년 치 추정 실적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매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0년까지 3년간 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 57곳 중 47곳이 IPO 당시 제시한 2021년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절반 이상은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상장해서는 안 될 기업들이 IPO 호황기 특수를 노려 상장한 셈"이라며 "제도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관사는 IPO 트랙 레코드와 높은 수수료만 챙겼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특례 상장의 경우 주관사가 받는 수수료가 일반 상장보다 높은 편이다.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수수수료는 일반 IPO와 비교해서 50bp~100bp 가량 높다. 여기에 성과수수료까지 합치면 최소 50bp를 더 얹을 수 있다.
다만 최근 특례상장 기업들의 실적이나 회계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주관사 역시 긴장하고 있다. 17년간 기술 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중 실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신약 개발 성과를 낸 기업은 없다.
인트로메딕, 디엑스앤브이엑스, 큐리언트 등은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신라젠은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다. 포인트모바일도 작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으며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다.
상장 폐지까지 이어진다면 향후 주관 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주관사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벨은 향후 기획을 통해 최근 몇년 간 특례상장 요건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곳을 점검한다. IPO 당시 제시했던 장밋빛 미래의 현상황을 알아보고 주관사별 역량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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