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현대차그룹 계열사 '미준수' 항목 세가지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집중투표제 미채택·독립적 내부감사부서 미설치
유수진 기자공개 2022-06-16 07:30:50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4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눈에 띈다. 회사별로 가이드라인 이행률이 다르지만 세 가지 항목은 모두가 똑같이 '미준수'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등이다.사실상 각사가 아닌 그룹 차원의 방침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 중 집중투표제는 과거 엘리엇이 경영 간섭을 시도하기 위해 도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던 제도다. 그때나 지금이나 회사 정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도입을 막고 있다. 오너기업으로서 지배구조 개선보다 경영권 방어를 우선순위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14일 현대차그룹 소속 8개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주주와 이사회, 감사기구 관련 핵심지표 15개 중 최소 9개에서 최대 12개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행률이 가장 높은 계열사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로 12개(80%)를 지켰다고 표기했다.
가장 저조한 건 현대위아와 현대오토에버다. 9개(60%) 항목에만 긍정 답변을 했다. 이 밖에 현대글로비스는 11개, 현대제철과 현대로템은 각각 10개씩 이행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합병으로 자산 규모 2조원을 넘기며 올해(사업연도 기준 2021년) 처음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 이사회 의장은 각자 대표이사인 정의선 회장이다. 책임경영 차원의 겸직이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및 경영 환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사실 이는 재계 내에서도 입장이 갈리는 사안이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측면에서 분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책임경영을 더 앞에 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후자의 경우 오너기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집중투표제도 마찬가지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가 아닌 선출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예컨대 5명의 이사 선출시 1주를 가진 주주는 의결권 전체(5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빠짐없이 등장한다.
문제는 외부세력의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낮은 지분율로도 원하는 후보를 이사로 만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져 달가울 리 없다. 실제로 2006년 헤지펀드인 칼 아이칸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KT&G 이사진을 교체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과거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엘리엇은 2018년 4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3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회사 정관에 적혀있는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2019년 표대결을 앞두고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당시는 정부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골자인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을 때였다.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엘리엇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상법 개정 때마다 포함시킬 지 여부가 논의돼 왔다. 재계의 강한 반대로 법적 의무가 생기진 않았으나 여전히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내용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기업 313곳(금융사 제외)의 '2021 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집중투표제 채택률은 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홀딩스와 한국전력, KT, 대우조선해양 등 '오너없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오너기업 대부분이 경영권 방어 등을 이유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대신 이를 보완할 소액주주 권익 보호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사 후보 선정과 선임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서면투표제를 채택하고 전자투표제 시행,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주주제안제 등을 운영 중에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차와 기아, 모비스, 글로비스 등이 주주추천 사외이사를 통해 주주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 설치'도 미준수로 적었다. 감사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두고 있으나 경영진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이뤄지진 않았다는 이유다. 각사별로 감사위원회와 위원회 지원조직은 갖춰놓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