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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재계 투자 보따리, 문재인 정부 때와 무엇이 다를까 [투자에서 길을 찾다]①투자 규모 대폭 늘어나고 동시다발적 발표...'국내' 투자 강조

조은아 기자공개 2022-05-27 07:30:37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주요 그룹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많아진 투자 규모와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친기업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어보인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당연한 움직임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명운이 걸린 투자 계획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5일 14: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투자계획을 동시에 발표했다. 사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에도 이듬해인 2018년 삼성그룹을 비롯해 10대 그룹들이 속속 투자계획을 내놨다. 이때 투자계획을 밝히지 않은 곳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던 현대중공업그룹이 유일했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건 크게 두 가지다. 한날한시에 4개 그룹의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 투자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8년 뒤늦게 발표 행렬에 동참했던 롯데그룹이 첫날 합류한 것도 눈에 띈다.

이번에 투자계획을 밝힌 곳은 삼성·현대차·롯데·한화 등 모두 4곳이다. 투자금액 합계는 모두 588조원이 넘는다. 2018년의 경우 4개 그룹의 투자금액을 모두 더해 275조원이었다. 현재 5대 그룹 중 SK그룹과 LG그룹만 투자계획을 내놓지 않았는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2018년 LG그룹은 1년에 19조원, SK그룹은 3년에 80조원의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2018년의 경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그룹 총수의 면담 직후에 계획이 발표됐다. 김 전 부총리는 2017년 12월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2018년 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6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순차적으로 만났다.

이번에는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일인 24일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투자계획을 내놨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환영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지 사흘 만이다.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국내' 투자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규모도 크게 늘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2018년에는 3년 동안 모두 180조원(국내투자 13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5년 동안 450조원(국내 360조원)이다. 단순 비교해도 1년 평균 60조원에서 90조원으로 50% 증가했다. 국내로만 따지면 1년 평균 43조원에서 72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이전에는 5년 동안 2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에는 4년 동안 63조원이다. 규모 차이가 큰 것 같지만 2018년의 경우 투자분야를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로봇·인공지능(AI),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5대 신사업으로만 한정했다. 이번에는 투자분야를 한정하지 않았다. 예전 국내외를 따로 구분하지 않은 반면 이번에는 국내에만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점도 달라진 모습이다.

한화그룹 역시 규모 자체가 크게 늘었다. 2018년 5년 동안 국내외를 더해 모두 22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는 37조6000억원으로 70% 넘게 늘어났다. 특히 국내에만 20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지난 5년 한화그룹의 투자금 총액 22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이 누구보다 발빠르게 투자계획을 내놓은 점도 눈에 띈다. 롯데그룹은 2018년 다른 곳보다 두어 달 이상 늦은 10월 말 투자계획을 밝혔다. 신동빈 회장이 수감생활을 했던 탓에 투자계획을 확정하고 발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5년 동안 국내외를 더해 무려 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직후 발표가 이뤄진 만큼 그간 멈춰있던 경영 시계를 한층 빨리 돌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번에는 국내로만 한정돼 5년 동안37조원이다. 국내투자로는 역대 가장 많다는 게 롯데그룹 측의 설명이다.

특히 유통과 식품, 화학, 호텔 등 기존 주력 사업 외에 바이오, 모빌리티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제시했다는 점이 과거와 차별화된 지점으로 꼽힌다. 기존 주력 사업에 22조원을 할당했고 나머지는 신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을 제외하고 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이유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화답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단순 화답 차원으로만 해석하는 건 무리로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등의 사업이 기존 예상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그룹의 명운을 바꿀 만한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자칫 실기(失期)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역시 투자 규모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 악재로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큰 틀에서 보면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신사업 육성에도 아낌없이 투자를 늘리는 모양새다.

삼성그룹은 당시와 지금 모두 반도체와 바이오에 투자를 집중한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에 38조원을 투자하면서 전기차를 비롯해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늘린다. 한화그룹 역시 친환경 에너지, 방산·우주항공 등 과거와 비교했을 때 투자분야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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