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네패스아크, 만기 30년 전환사채 발행 배경은①2회차 영구채로 300억 조달, 재무 건전성 유지 목적
김소라 기자공개 2022-07-07 08:01:09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5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후공정 서비스 업체 '네패스아크'가 코스닥 상장사임에도 이례적으로 만기가 긴 전환사채(CB)를 신규 발행해 눈길을 끈다. 영구채 성격의 CB는 만기가 짧은 CB와 비교해 이자율 스텝업(Step-up) 등의 가산금리 조항 탓에 어느 정도 재무가 뒷받침되는 코스피 상장사들이 주로 선택하는 자금 조달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네패스아크는 영구채 CB의 경우 회계상으로 자본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측면을 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CB가 자본으로 인정받을 경우 부채비율 관리에 용이하고 동시에 우발적인 영업외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 비용과 향후 콜옵션(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자금 역시 현재 재무구조상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반영됐다.
네패스아크는 최근 2회차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총 300억원을 조달했다. 최초로 설정한 사채 만기일은 2052년까지 총 30년이지만, 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일을 3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사채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1%, 2%로 설정했다. 다만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가산금리 조항이 적용돼 각각 5%, 6%로 이자율이 상승한다. 만기까지 최대 12%로 스텝업되는 조건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드물다는 점에서 네패스아크의 행보는 눈길을 끈다. 앞서 핸드폰, 반도체 부품 제조사 '서진시스템'의 경우 마찬가지로 코스닥 상장사임에도 지난해 말 두차례에 걸쳐 총 17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CB를 발행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비금융회사가 영구채를 최초 발행하기 시작한 지난 2012년부터 영구채 발행 내역을 살펴보면 대다수는 코스피 상장사가 차지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30년 만기 영구 CB를 발행한 CJ CGV를 비롯해 HMM, 제주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네패스아크는 현재의 재무구조상 충분히 영구채 CB 발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2080억원으로 CB를 통한 조달 금액의 7배에 달한다.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60억원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92%로 재무 위험도 역시 낮은 편이다. 통상 기업의 재무건전성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점인 150% 보다도 60%p(포인트) 낮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적 조건을 갖춘 상황에서 네패스아크는 CB에서 발생하는 우발적인 평가 손실을 막기 위해 영구채 발행을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자주 발행되는 단기성 CB의 경우 회계상으로 부채에 속한다. 향후 주가가 상승해 CB 전환가액과 주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면 차액만큼을 파생상품 금융부채 평가손실로 보고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과거에 발행한 CB가 계속해서 기업의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네패스아크 관계자는 "CB가 부채로 계상될 경우 전환권 평가에 따라 매번 당기 순익에도 변동이 생기게 된다"며 "대신 자본으로 인정받게 되면 차입금 관리나 차입 한도 조정 같은 부분에서 훨씬 유리한 면이 있어서 만기가 긴 CB 발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패스아크의 수익구조 측면에서도 이자 납입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매출액 371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19%다. 순이익이 누적되면서 1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368억원에 달한다.
이번 CB 발행으로 네패스아크는 오는 2027년까지 매년 3개월 단위로 3억원을 인수자 측에 지급해야 한다. 2028년이 되면 이자율 스텝업 조항에 따라 3개월마다 납입해야 하는 이자가 15억원으로 늘어난다. 이후 CB 발행일로부터 12년이 경과한 2035년 이후로는 CB 상환이 모두 완료될때까지 36억원의 표면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이번 CB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조건이 제외돼 인수자는 사채 만기가 될 때까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 대신 사채 발행일로부터 1년이 지난 내년 6월 30일부터 CB 전환 청구가 가능하다. 주가가 상승할 때를 노려 보유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투자 차익을 얻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CB 전환가액은 3만4570원으로,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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