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11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 IPO가 또 한번 무산됐다.예상된 일이다. 보수적인 한국거래소가 분쟁 중인 기업의 IPO를 허용하긴 어렵다. 신창재 회장이 두차례 한국거래소를 찾았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IPO는 무산됐고 갈등은 커졌다.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과 국제 중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한 형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2012년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과 맺은 풋옵션 계약이 화근이다.
당시엔 경영권 방어를 위해 풋옵션 계약이 필요했다. 2015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지분을 되사주는 조건으로 우호 세력을 영입했다. 상장이 늦춰지면서 풋옵션이 족쇄가 됐다. 어피너티는 주당 40만9912원에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요구했다. 2012년 인수한 교보생명 지분 가격은 주당 24만5000원이었다.
중재와 소송 결과를 미리 예단하긴 힘들다. 풋옵션 가격의 적정성 여부도 사법당국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갈등과 IPO 무산 속엔 또 다른 고민꺼리가 담겨 있다.
어피너티 입장에선 IRR 등을 고려해 40만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교보생명은 이 값엔 되사줄 여력도 없고 명분도 없다는 입장이다. 어피터니가 교보 대신 시장에서 엑시트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40만원 이상의 값에 교보생명 주식을 되팔면 될일이다.
비상장이든, 상장이든, 교보생명 주가가 50만원 이상에서 거래된다면 어피너티와 교보생명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자본 시장에서 교보생명이 주당 50만원에 거래가 가능할까.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PBR은 0.36배다. PBR은 주당 순자산 가치를 뜻한다. 삼성생명의 주가는 순자산가치보다 60% 디스카운트돼 거래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0.17배, 동양생명은 0.34배 수준이다.
금융지주들의 PBR도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금융지주의 PBR은 0.41배, KB금융지주 0.39배, 우리금융지주 0.32배, 하나금융지주 0.32배다.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의 PBR은 1배 안팎이다.
교보생명도 이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IPO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PBR 0.4배를 넘긴 힘들다. 주당 40만원은커녕 20만원대만 유지해도 다행이다.
금융업에 대한 저평가 논란은 오래된 얘기다. 한국 주식시장 전체가 저평가 받고 있지만 금융 산업은 유독 심하다. 규제리스크와 지정학적 원인들을 손꼽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금융권 CEO들과 가진 간담회 장면에서도 또 한번 당국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니 유동성을 관리하고 재무 건전성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들에겐 금리 인하를 요구했고 보험사들엔 증자를 요구했다. 여전사들에겐 PF대출을 점검하고 유동성을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지금보다 두배로 높아 지면 안되는 일인가. 보험사들의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선진국들은 제조업만으로 크지 않았다. 금융산업 경쟁력이 있었고 소프트파워 경쟁력이 있었다.
금융산업에 대해 정부의 지원까진 바라기 힘들다. 규제의 칼만 조금 거둬들여도 스스로 경쟁력을 키운다. 이미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이 나오고 있다.
한국 금융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 그만큼 한국 경쟁력도 커진다. 원자력 발전과 반도체 산업만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는 게 아니다. 교보생명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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