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는 지금]아픈손가락에서 예비상장사로...주주사 '격세지감'⑤우리은행·NH증권 주당 5000원에 투자, 베인·MBK 6500원…3~4배 점프 '기대'
김현정 기자공개 2022-07-13 08:22:19
[편집자주]
케이뱅크가 IPO(기업공개) 닻을 올렸다. 하지만 비우호적 경제 상황으로 증시 분위기는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O를 강행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밑바탕에 자리해 있다. 실적이 정상 궤도에 오른 데다 경영 지표들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업비트 효과가 정점을 지났고 빅테크 규제 심화를 감안한 전략적 셈법도 엿보인다. 더벨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는 케이뱅크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2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뱅크의 오랜 주주들은 기업공개(IPO)에 착수한 케이뱅크를 놓고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배구조와 자본확충 문제로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있던 당시 기존 주주들은 추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꼬였던 매듭이 하나 둘씩 풀리고 케이뱅크는 마침내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작년엔 1조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주주들이 대거 유입됐다. IPO에서 케이뱅크가 기대하는 10조원가량의 밸류에이션이 현실화된다면 기존 주주들의 투자금은 3~4배로 돌아오게 된다.
케이뱅크는 총 21개 주주의 참여 아래 2017년 4월 문을 열었다.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KT와 우리은행을 필두로 보험사·증권사·전자결제업체·유통업체·스타트업까지 구성도 다양했다.
은행의 성장엔 자본력이 필수다. 여수신 영업을 통해 어느 정도 몸집을 불리려면 자본이 든든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당초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 시 자금력이 풍부한 KT가 차등적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이를 토대로 케이뱅크의 1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복안을 세웠다. KT는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회사인 만큼 케이뱅크의 자본확충 문제는 문제없이 진행될 줄로만 알았다.
KT가 1대 주주로 중심을 잡아줘야 했지만 몇 년동안 계속 걸림돌에 부딪쳤다. 2018년 말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돼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가 싶더니 이내 불발됐다. KT가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KT는 당초 당국 승인만 떨어지면 즉각 6000억원가량의 실탄을 쏠 계획이었으나 이를 내려놓아야 했다.
기존 주주들의 불만도 점차 고조됐다. 최대주주가 제 역할을 못한지 2년이 넘자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케이뱅크의 경쟁력도 점차 떨어졌다. 반복되는 상품 판매 중단으로 성장 제약과 함께 시장의 신뢰를 잃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구도 쉽사리 케이뱅크의 백기사를 자처하지 못했다. 수익성과 시너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의 셈법은 복잡해져만 갔다.
하지만 당시 2, 3대 주주였던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은 일정 기간 KT와 함께 케이뱅크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주주간 계약에 따라 최대한 자본확충에 협조했다. 이미 2500억원가량이 투입된 상태인 만큼 ‘낙장불입’인 상황이기도 했다. 기존 투자금을 생각하면 케이뱅크를 그대로 망하게 둘 수는 없었다.
이렇듯 ‘울며 겨자먹기’인 측면도 있었으나 중간 중간 케이뱅크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2, 3대 주주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케이뱅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2020년 7월 KT 금융계열사 BC카드가 KT 대신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면서 어려웠던 상황이 정리됐다. BC카드가 기존 KT 지분을 넘겨받는 동시에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분율 34%를 맞췄다. 당시 유증에서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이 추가 투자로 26%, 10%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추후 유상증자 참여 의무도 소멸했다. 출범 이전 계약 시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이 미리 설정해놓은 ‘의무 지분율’을 달성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일 년 뒤 2020년 7월 케이뱅크는 IPO 전 마지막 대규모 유증을 실시했다. 1조27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베인캐피탈과 MBK파트너스 등 주요 PEF플레이어들이 신규 주주로 편입됐다. 지배구조가 정리되고 업비트 제휴 효과로 영업지표 개선과 분기 흑자전환 등이 차곡차곡 진행되며 대규모 투자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현재 케이뱅크 최대주주는 지분 34%를 보유한 BC카드이며 우리은행(12.8%), 베인캐피탈(8.2%), MBK파트너스(8.2%), NH투자증권(5.5%), JS신한파트너스(5.2%), 한화생명(3.2%), IMM PE(2.7%), 컴투스(2.1%)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은 기존 주주답게 한 주당 액면가액인 5000원에 투자를 해왔다. 2020년 6번째 유상증자 때까지 한 주당 발행가액은 줄곧 5000원이었다. 당시 기업가치는 9020억원으로 측정됐다.
베인캐피탈, MBK파트너스가 유입된 2021년 가장 최근 유상증자 당시에는 발행가액이 한 주당 6500원으로 책정됐다.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기업가치가 2조 44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케이뱅크가 연내 목표로 하는 IPO 시 기업가치가 얼마로 책정될 것인가가 최근 업계의 화두다. 케이뱅크가 올해 초 상장을 본격 추진할 당시 시장에서 형성된 밸류 컨센서스는 약 10조원이었다. 주관사 경쟁에 참여한 IB 중에서는 15조원을 제시한 곳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뱅크는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 부진을 고려해 카카오뱅크 외 2곳의 해외 인터넷 전문은행을 피어그룹(peer group)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카카오뱅크의 PBR만으로 밸류에이션을 진행한다면 케이뱅크 기업가치는 4조원 안팎으로 떨어진다.
만일 케이뱅크가 10조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면 케이뱅크 주가는 2만원대에 안착하게 된다. 기존 주주와 작년 신규 영입 주주들의 투자금이 3~4배 이상으로 불어나는 셈이다. 11일 기준 케이뱅크는 현재 비상장 시장에서 1만4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기업가치는 5조260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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