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신사옥으로 보는 경영철학 네이버는 '기술'·카카오 '소통·연결' 중시
김슬기 기자공개 2022-07-25 10:27:53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1일 11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올해 신사옥을 새롭게 선보였다. 두 곳 모두 '사옥 자체가 복지'라고 할 정도로 쾌적한 근무환경을 자랑하고 있지만 양사의 철학에 맞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꾸며졌다. 네이버가 건물 전체를 기술 테스트베드로 꾸민 반면 카카오는 임직원(크루)간 소통과 연결(Connecting)에 중점을 뒀다.사옥의 이름에서도 양사가 사옥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아예 달랐다. 네이버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해에서 딴 '1784'를 사옥명으로 선택했고, 카카오는 사람들이 자주 어울려 모이는 장소라는 뜻의 '아지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옥의 소유구조 역시 건물의 차이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 '네이버 1784·카카오 아지트', 회사 철학 담긴 사옥이름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4월 신사옥 '1784'를 오픈했고 카카오는 이달 '판교 아지트'를 공개했다. 해당 건물 모두 양사가 중장기적으로 계획했던 신사옥이지만 지향점은 완전히 다르다. 네이버는 '건물이 기술 그 자체'라는 모토를 전면에 내세웠고 카카오는 공개하고 공유하는 문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에 중점을 뒀다.
이는 신사옥의 이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네이버의 1784는 우선 사옥이 위치한 지번(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4)이자 최초의 산업혁명이 시작된 해다. 네이버에 따르면 산업혁명이 인류의 삶을 바꾼 것처럼 1784를 거대한 테스트베드로 삼아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며 새로운 내일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실제 내부 공간을 봐도 테스트베드의 역할에 집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로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사람의 붓터치를 학습해 그림을 그리는 '아르토원(ARTO-1)'이 있고 스타벅스 옆에 커피를 배달해주는 서비스 로봇 루키(Rookie)가 충전 중이었다. 2~4층에는 네이버의 연구조직인 네이버랩스, 기술 스타트업 전용공간인 'D2SF @분당', 카이스트와 함께 만든 초창의적 AI연구센터 등이 있다.
네이버는 1784를 로봇 친화형 건물을 만들기 위해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과도 손을 잡았다. 5G 특화망(이음 5G) 장비는 삼성전자가, 로봇의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들었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담당했다. 여러 기업들과 손잡으면서 기술에 대한 협업을 진행했다. 네이버 내부에서도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를 필두로 클로바·글레이스 CIC, 클라우드, 랩스, 웍스모바일 등이 참여했다.
카카오 아지트의 분위기는 1784와는 아예 다르게 꾸며졌다. 1층을 비롯한 건물 곳곳 공용라운지마다 식물을 사용하는 플랜테리어(planterior·plant+interior)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전층을 수직 계단으로 연결해 크루들이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4층엔 직원들의 기부 서적과 신청 서적으로 꾸며진 북 아지트와 야외 테라스가 있었고 5층에는 카페와 타운홀, 외부테라스까지 연결한 다목적 공간인 아지타운 등이 있었다.

카카오는 크루들의 건강과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공간을 꾸몄다. 지하 1층에는 직원들의 회복을 돕는 장소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리커버리센터(명상·요가 등 운동프로그램 운영), 톡의보감(양호실), 톡클리닉(마사지), 수면실, 수유실, 사내식당 '춘식도락' 등도 오픈했거나 8월에 오픈 예정이다. 2층에는 최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지뜰 어린이집도 문을 연다.
카카오는 이번 신사옥을 아지트로 명명한 이유는 명확하다. 아지트는 사람들이 자주 어울려 모이는 장소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카카오의 일하는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아지트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토론을 하자는 뜻을 담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기업문화는 '신뢰·충돌·헌신', 이른바 신충헌을 중시한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충돌하면서 소통하는거고, 결정이 된 내용에 대해서는 헌신한다는 뜻을 담고 있고 있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는 자가, 카카오는 임대…건물 소유 형태 따른 영향도 있었나
각 회사의 건물 소유구조도 각 사의 공간을 꾸미는데 있어서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사옥의 유무를 두고 어느 쪽이 낫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각 사의 전략에 따라 소유 여부가 갈린다. 최근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본사를 매각하는 기업들이 많다. 특히 증권사들은 사옥을 가지고 있는 곳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최근 몇 년간 사옥을 매각하고 현금화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본인 소유의 신사옥을 통해 원하는 건축의 형태를 온전히 다 반영할 수 있었다. 네이버는 본사인 그린팩토리 옆 부지를 2013년 1235억원에 매입했고 2016년말 신사옥 착공에 들어갔다. 건설에는 4829억원이 들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지만 온전히 네이버의 전 계열사의 역량이 담긴 미래 기술의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1784를 처음 구상했을 때는 로봇 친화형으로 지을 생각이 아니었으나 이후 로봇이 들어가면서 중간에 로봇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건물 설계를 전면 수정하기도 했다"며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완공에 시일이 걸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해당 건물에 대한 특허 출원만 230건 이상을 했고 세계 최초의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ROBOPORT)'를 설치했다.
카카오 아지트가 위치한 곳은 성남시 분당구 판교 알파돔시티의 6-1블록이다. 알파돔시티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5년에 추진된 공모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6-1블록은 마지막 남은 개발 지역이었다. 2020년 4월 카카오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10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카카오 본사 및 계열사가 입주하기로 하면서 향후 10년간의 보금자리가 결정이 됐다.
카카오 역시 사옥 소유의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2020년 2월 회사 정관의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을 추가하면서 사옥 건설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오랜기간 터를 잡아왔던 판교 지역을 떠나기 쉽지 않은데다가 가격 눈높이로 인해 토지 매입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와 달리 기술 허브의 역할보다는 직원들의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옥을 안 짓겠다는 건 아니었고 판교 쪽에 저희를 수용할 수 있는 부지를 찾기가 어렵고 멀리 가는 것도 불가능했다"며 "판교구청 예정 용지에 눈독을 들였으나 최종 입찰을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이 받으면서 포기했다"며 "현재 사옥은 10년 장기 임대라는 형식이기 때문에 우선은 모여있으면서 추후에 나오는 게 있으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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