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재단, 현대重 계열사 주식보유 '한도관리' [의료재단 리포트]①총자산 중 계열사 비중 4.5%, 오너일가 '우군역할'
최은진 기자공개 2022-07-26 08:26:21
[편집자주]
의료기관은 공공성과 윤리성이 확보돼야 하는 만큼 운영 규제가 따른다. 개인이 하는 병의원 외에는 공익법인이나 재단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그 유형이 제각각이고 그나마도 정보가 잘 드러나지 않아 운영실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형 의료기관들이 협업자 혹은 투자자로 나서고 있지만 그 면면을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벨은 국내 '빅(Big) 5'를 포함한 대형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산병원의 운영주체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이다. 1977년 7월 1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사재 5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취지 하에 서울·강릉·금강·보성·보령·영덕·정읍·홍천 등 전국 8개 아산병원을 운영하고 있다.아산사회복지재단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관계사이기도 하다. HD현대(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꾸준히 확보하는 등 주요주주 역할도 맡고 있다. 타 의료재단과 다르게 전체 자산의 절반 가량이 투자자산으로 형성 돼 있는 이유다.
◇8곳 아산병원 운영 및 사회복지사업…91%는 '의료수익'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아산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사업 외 사회복지·장학·학술연구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체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은 2조8347억원이다. 이 중 의료사업으로 창출되는 수익은 2조5947억원으로 91% 비중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운영재원 대부분이 아산병원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2조원의 사업수익을 돌파한 후 매년 확대되고 있다. 사업비용을 제외한 사업이익은 1562억원, 당기운영이익은 772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약 2조원대의 사업수익을 벌어들이지만 인력비용으로 1조원대가 지출되는 구조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이 수익이 가장 높고 그 다음 강릉아산병원이다"며 "나머지 병원들은 적자상태지만 재단의 설립 취지에 맞게 복지차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자산총계는 2021년 말 기준 2조6781억원이다. 규모가 비슷한 '빅5(서울대병원·삼성병원·세브란스병원·카톨릭성모병원)'를 운영하는 재단들도 대부분 3조원 안팎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만의 경우 투자자산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예를들어 서울대병원을 운영하는 서울대학교병원재단의 자산 3조5126억원 가운데 투자자산은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67%인 2조3850억원이 토지 및 건물 등 유형자산이다. 그러나 아산사회복지재단은 투자자산이 43% 비중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투자자산은 총 1조1619억원 규모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1777억원과 퇴직연금 운용자산 601억원을 제외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단기금융상품이 5000억원, 장기금융상품이 1300억원이다. 만기보유증권은 205억원, 매도가능증권은 5114억원이다.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거나 또는 처분계획이 확실하면 단기금융상품으로 분류하고 그 외에는 장기금융상품으로 반영한다. 만기보유증권은 채권, 매도가능증권은 주식이다.
◇투자자산 비중 43% '압도적'…계열사 주식 2887억원
매도가능증권에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주식이 포함 돼 있다. 2021년 말 기준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주사인 HD현대 주식을 152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장부가 817억원 규모다. 한국조선해양 주식도 168만주, 장부가 1593억원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각각 지분율은 1.92%, 2.38%다. 이외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미포조선 주식 등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주식의 장부가는 총 2887억원 규모다. 공익법인 총재산가액에서 이들 특수관계에 있는 국내법인의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취득가액 기준으로 4.48%(1122억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 공익법인이 특수관계 법인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지분율의 5% 비중을 넘어서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또 특수관계 법인의 주식이 재단 총자산의 30% 비중을 넘어서면 가산세가 따른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당초 총자산 대비 20%가 넘어서던 계열사 주식 비중을 5%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올해 행보가 눈에 띈다. 올해 3월 초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HD현대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해 155만7405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로써 지분율은 1.92%에서 3.90%로 높아졌다.
반면 한국조선해양 주식은 줄였다. 올해 2월 장내서 99만주를 매도해 지분율이 2.38%에서 0.98%로 낮아졌다. 그룹 지배력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 주식은 매수하고 그 외는 매도하는 전략을 통해 '투자한도'를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의료 및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것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그룹 내 오너일가의 우군역할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승계 후보자로 꼽히는 정기선 사장의 지분승계를 위해선 HD현대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으로 총 6777억원의 풍부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우호지분을 확대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기업집단에 포함 된 재단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는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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