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인명에는 코인이나 크립토(Crypto)라는 단어를 절대 넣지 않을 겁니다."최근에 만난 한 가상자산 스타트업 대표는 일부러 가상자산 기업인지 알 수 없게 법인명을 정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말처럼 법인명만 놓고 보면 뭘 하는 회사인지 당최 가늠할 수 없다.
이처럼 가상자산 업계에는 스스로 홍길동을 자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코인회사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한다. 사명은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지만 이들은 코인 관련 사업을 한다는 걸 드러낼 수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코인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여러 불이익과 제약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사업에 필수인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게 가장 치명적이다. 몇 곳의 은행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법인계좌를 받았다는 회사가 허다하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우려로 은행이 관련기업의 신규 계좌 개설을 꺼려해서다.
모 기업은 가상자산을 직접 다루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로부터 가맹 정지를 받았다. 법인명에 가상자산을 뜻하는 '크립토'라는 글자가 들어갔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제내역을 확인한 카드사 이상거래감지팀이 고객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코인을 구매한다고 오해하고 즉각 조치를 취했다. 결국 기업 대표가 각 카드사에 하나하나 연락해 가상자산 거래소나 유사 기업이 아니라고 해명한 후에야 다시 정상 결제를 지원할 수 있었다.
의도치 않은 헤프닝도 있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제지회사라고 착각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원래는 '금융과 기술, 두 줄기의 만남'이라는 뜻이지만 법인명만 봐선 코인 관련 회사라고 추론하기 힘들다.
이제 하나의 공식이 된 가상자산 기업의 법인명 작명법은 이들이 속한 산업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상자산은 4차산업, 미래 먹거리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IT 업계를 뜨겁게 달궜지만 반대편에서는 폰지사기와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소설 홍길동전이 담고 있는 교훈은 평등한 기회 부여다. 위험성이 크다면 마땅히 제도 안에서 규제받아야 한지만 사업 연관성이 있단 이유 하나만으로 싹을 잘라버리는 건 가혹하다. 가상자산 기업이 자신의 사업 내용을 당당히 밝히고 사명이 아닌 서비스 경쟁력으로 시장의 판단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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