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팹리스, 미래를 묻다]딥엑스 "에지반도체 시장 세계 최강 노린다"①국내 세트업체와 함께 글로벌 진출 구상…내년 시리즈B도 나설듯
김혜란 기자공개 2022-07-29 11:25:25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7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차산업 물결은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라는 거대한 파도를 몰고 온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자동차는 물론 공기청정기에서부터 로봇청소기, 세탁기, 밥솥까지 우리 주변 모든 전자기기가 '에지'(가장자리)로 연결돼 인간처럼 사고하고 말하는 세상, 초연결 사회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이런 '에지 시대'를 구현하려면 각 에지 디바이스(기기)에 딥러닝을 통해 학습이 완료돼 스스로 판단·추론이 가능한 '온디바이스(On-device)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들어가야 한다. 딥엑스의 주력 제품이 바로 온디바이스 AI를 가능하게 하는 AI 반도체 신경처리망장치(NPU)다.
딥엑스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통신장비회사 시스코시스템즈와 애플을 거친 김녹원 대표(사진)가 2018년 창업한 회사다.
애플 수석연구원이었던 김 대표는 글로벌 무대 한 가운데서 NPU 시장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했다. NPU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를 말한다. 지금까진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연산까지 맡아왔으나 앞으로는 AI 확산과 함께 AI만을 위한 전용 반도체(NPU) 시장이 커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NPU는 GPU 만큼 정확하게 AI 기능을 수행하되 저전력·저비용으로 구현한다. 그는 "예를 들어 GPU가 300와트(W, 1초 동안 소비하는 전력 에너지)를 들여 하는 일을 NPU로는 3와트면 가능하고, 비용도 GPU로 할 때 300만원이라면 NPU로는 3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GPU가 AI 기능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도 300와트 전력이 소모된다면 3와트의 딥엑스 NPU가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딥엑스는 창업 이후 현재까지 4개의 NPU 제품 양산 로드맵을 내놨는데 올해 4분기 자체 NPU 칩 'DX-L2'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좀 더 연산처리 성능이 고도화된 칩 'DX-L1'과 'DX-M1', 'DX-H1'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성장잠재력을 알아본 투자자들은 두 차례에 나눠 총 261억원을 딥엑스에 투자했다. 투자 실탄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해 내년 '시리즈B' 도전에도 나설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금 딥엑스의 에지 반도체 기술력은 해외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 대표는 팹리스 불모지인 한국에서 5년 차 스타트업인 딥엑스를 어떻게 세계 최고의 AI 반도체 팹리스로 키운다는 것일까. 경기도 성남시 판교 딥엑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와 만났다.
◇왜 에지 반도체인가
NPU는 크게 서버 NPU(학습형, 추론형)와 온디바이스 NPU로 분류되는데, 딥엑스는 에지 기기용 NPU는 물론 추론형 서버 NPU까지 모두 커버한다. 이 중 주력은 에지 기기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NPU다. 온디바이스란 임베디드(내장형 시스템)나 에지 디바이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미래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끝단(에지)에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모든 접촉점(단말기)이 모두 에지 디바이스가 될 수 있다.
복잡한 데이터는 전자기기에서 수집한 정보가 중앙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돼 그 다음 서버의 NPU가 데이터를 분석해 다시 기기로 보내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서버로 보낼 필요가 없고 즉각적인 응답을 내놔야 하는 데이터도 많다. 이 경우 사용자와 직접 접촉하는 에지 기기 자체에 AI 칩이 내장돼 연산·추론을 해내야 한다. 기기에서 곧바로 사람의 얼굴이나 음성을 인식하고 이미지를 분류하는 등 AI 알고리즘을 연산처리 하는 것, 이게 온디바이스 NPU의 개념이다.
데이터를 서버 NPU로 보내지 않으면 해킹을 방어해 보안에 유리하고, 서버까지 갔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없앨 수 있다. 전력 소모량과 비용도 확 줄어든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경우 곧바로 AI로 연산 처리가 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저지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전체 NPU 시장의 80%가 온디바이스고 나머지가 서버 시장"이라며 "또 2025년에는 AI 반도체가 들어가는 에지 디바이스가 전 세계 인구(70억명)의 10배인 700억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딥엑스의 온디바이스 NPU 첫 작품인 DX-L2는 국내 기업 한 곳과 양산 계약 체결을 완료했으며 삼성전자 14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하반기 양산된다. 이 외에도 딥엑스는 AI 연산 성능 수준에 따라 4개 제품군을 개발했는데 DX-L1과 DX-L2의 경우 각각 카메라 1개, 2개를 AI 연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칩이다. DX-M1은 카메라 10대 이상, DX-H1은 1만대를 동시에 커버한다. 예를 들어 DX-M1은 카메라가 많이 들어가고 실시간 AI 처리가 요구되는 자율주행차를 타깃으로 한 칩이다.
딥엑스는 또 현재 20여개 국내·외 기업과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먼저 국내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로 나간다는 그림이다.
◇딥엑스의 NPU 기술, 퀄컴·ARM·인텔·엔비디아 뛰어넘는다
김 대표는 애플의 아이폰8 프로세서 'A11(에이일레븐) 바이오닉' 리더 개발자 8명 중 한 명이다. A11 바이오닉 개발에 참여했던 김 대표는 "애플은 세계 최고의 NPU 기술을 가졌으나 PC와 아이패드, 스마트폰 등 자사의 플랫폼에만 집중한다"며 "나머지 AI 반도체 시장의 대부분을 채울 에지 NPU 시장은 무주공산의 상태라 이를 커버해줄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에지 반도체만큼은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은 모바일과 가전 등 세트 부문 강자지만 시스템 반도체 원천기술이 없다. 딥엑스가 이제 새로 열리는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NPU 기술력을 선점한다면, 한국의 세트 업체와 동반성장하는 그림이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김 대표는 "에지 NPU 시장은 아직 수익이 안 나는 초기 개발 시장인데, 대기업은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기 전까지는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붓는 모험을 하기가 어렵다"며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가 GPU 시장을 휩쓸었던 부두와 인텔을 1990년대 후반 가성비 칩을 내세워 무너뜨렸던 것처럼 딥엑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딥엑스의 온디바이스 NPU를 썼을 때 클라우드 인프라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성능이 나온다"며 "AWS는 GPU 과금이 하루 1000달러 정도라면 딥엑스 NPU 제품은 수십달러에 판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효율과 정확도, 전성비라는 강력한 무기로 싸우는 딥엑스도 거대한 팹리스 공룡과의 경쟁에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이 시장에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면 대기업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특히 딥엑스의 강점은 AI알고리즘을 NPU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번역해주는 소프트웨어인 컴파일러 기술을 갖고 있단 점이다. 김 대표는 "파이토치(Pytorch), 텐서플로(TensorFlow) 등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개발된 고객의 AI 모델을 그대로 번역해주는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완벽하게 서비스한다"며 "현재 NPU 기술 면에서 우리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외 어디에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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