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28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사모펀드(옛 전문투자형)는 악연이다. 세 번째 연임을 앞둔 시점에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곤욕을 치렀다. 사기와 배임 혐의가 모두 무혐의로 끝났으나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덤덤하게 영업에 더 매진하는 의연함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스탠스가 흔들리지 않아도 어찌 마음마저 요동치지 않았을까.그래서 그가 사모펀드의 미래를 논하는 공식 석상에 굳이 참석한 게 뜻밖이었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 참여한 후 대외적으로 소신을 밝히는 발언도 내놨다. 일반투자자가 사모펀드에 많이 가입해 투자자 보호가 강조되면서 사모와 공모펀드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게 핵심 요지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이라는 두 공익은 늘상 충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환매 중단 사태 이후 토종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전액 배상이라는 카드가 나올 정도로 투자자 보호만 강조되고 있다. 이제 와 수습 방안에 딴지를 걸려는 게 아니라 불균형을 풀고자 근본 원인이 개인 고객 위주의 생태계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모펀드 고객층을 기관투자자와 전문투자자(특정 조건을 충족한 개인)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번 세미나에서 한 세션을 차지하기도 했다. 미리 대비해야 하겠으나 앞으로도 어디서든지 사고는 또다시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 전문성이 공인된 고객뿐이라면 공모급 투자자 보호를 해주는 게 오히려 과도한 조치다.
고객 기반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금융 당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난도 상품 등 각종 제재를 두고 운용사의 불만이 고조된 여건에서 과감하게 규제를 푸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창조와 혁신 기법의 대명사인 헤지펀드 본연의 색깔을 살려 시장 효율을 꾀하는 게 가능하다.
정영채 사장은 사모펀드 악연을 필연으로 바꿀 기세다. NH증권의 사모펀드 행보는 거침이 없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사모펀드 수탁 비즈니스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곤혹스러웠던 기억을 되짚으면 손사래를 칠만도 한데 이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게 바로 정 사장이다. 그는 한국형 사모펀드 시장에 고여 있는 40조원을 지켜보고 있다.
정 사장이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을 인정받는 건 설득력 있는 앞길을 제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설득력의 근저엔 시장 참여자의 공감이 자리잡고 있다. 직접 수탁 사업을 가장 반기는 건 수탁 거절로 펀드를 못 만들던 중소형 운용사들이다. 수탁 대란은 쌓일 대로 쌓인 민원에 마음고생하던 당국과 협회에서 숙원으로 여기는 난제다.
아쉬움이 남는 건 사모펀드의 주인공인 자산운용사의 부재다. 증권사도 판매사 기능을 담당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는 운용사다. 하지만 토종 사모펀드의 미래 방향성을 놓고 강도높은 소신을 피력하거나 업계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조언에만 기대기엔 너무 커버린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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