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시대, 가전업 재고 리스크 점검]위닉스, 기후예측시스템 효과 8년만에 '원점'⑥재고자산 회전율 비상…'제조단+유통' 데이터 지표 두루 활용, 수요예측 정확도 개선
손현지 기자공개 2022-08-23 10:59:29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9일 11: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닉스는 2014년 이후 재고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수요예측을 잘못해 양산된 악성재고로 손실을 대거 냈던 사건을 계기로 기후변화 예측 시스템 등을 도입해 수요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왔다.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위닉스의 재고는 또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이번엔 기후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게 아니다. 해외영업이 예상을 벗어났다. 미국시장을 겨냥해 공기청정기 제품을 대량 생산했는데 예상 외로 판매가 부진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신사업 진출 준비로 재고자산이 늘었다. 대형가전(세탁기·건조기) 생산을 위해 원재료를 대거 구입한 것이다. 위닉스는 창고에 쌓인 재고자산들이 악성재고로 변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케팅과 영업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역대급 재고자산…SCM전략 재정비, 구매관리본부 신설
위닉스의 재고자산은 지난 6월 말 118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2014년 수요예측 오류로 재고자산이 1000억원을 넘겼을 때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재고를 크게 줄였던 2017년(461억원)에 비하면 두배 넘게 치솟은 셈이다.
재고 증가세는 코로나19로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본격화됐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악화된데다가 국내 공장마다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미세먼지가 감소해 공기청정기 수요가 감소했다. 제습기의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기청정기, 정수기, 냉장고, 에어워셔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왔지만 수요위축이란 벽에 부딪혔다. 위닉스는 이런 와중에도 출하량 늘리기에 집중해왔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선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와 미세먼지 이슈는 여전히 잔존하고 있어 공기청정기 시장은 형성돼 있다. 위닉스는 2018년부터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 공기청정기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아마존 등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등 판매처를 다각화해가며 수출 성과를 냈다.
공기청정기 생산을 위한 원재료도 대거 확보했다. 작년 한해 동안 늘어난 원재료 규모만 무려 117억원에 달한다. 올들어 재고량 확대기조는 심화되고 있다. '제품' 항목은 상반기 중 216억원 증가했고 전체 재고자산은 지난 6월 말 작년 말에 비해 20% 가량 늘어났다.
제습기 출하량도 최근에는 늘렸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아열대기후화가 지속되고 있고 여름 장마철 기간이 길어지는 현상으로 제습기 수요가 늘어나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관리(SCM) 시스템도 재정비했다. 지난 6월에는 구매관리 조직을 신설해 원재료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주력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범위 확대…수요예측 사각지대 방어
위닉스는 주기적으로 재고자산의 실사를 진행한다. 미래 제품 수요 변화를 검토하고 과잉, 진부화, 시장가치 하락 등이 발생했을 경우 평가충당금을 계상하기 위해서다. 산출된 충당금은 매출원가로 반영돼 실적을 저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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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닉스는 앞서 2013년 기후변수를 예측하지 못해 재고를 대거 양산한 바 있다. 당시 제습기 붐이 불면서 위닉스도 급증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생산량을 대거 늘렸다. 하지만 갑작스런 마른장마가 이어지며 제습기 완제품들은 판매되기는 커녕 창고에 고스란히 쌓였다.
해당 재고들은 이듬해 2014년엔 평가충당금으로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해인 2015년까지도 팔리지 않아 악성재고로 판단, 무려 27억6000억원의 충당금이 한번에 손실로 반영됐다.
이후 치열한 재고감축 노력이 이어졌다. 컨설팅 업체까지 동원해 체계적인 재고관리 시스템을 확립했다. 막대한 비용이 들었지만 수요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었다. 2014년부터 기후변화 예측시스템을 접목시켜 제품 출하량을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평가충당금을 1억원대까지 줄이는데 성공했다.
위닉스 관계자는 "과거 악성재고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재고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셀인 데이터 뿐 아니라 셀아웃 데이터까지 동원해 제습기 수요를 관측한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진 제조단 재고만 파악했다면 이후에는 유통단 재고까지 파악해서 SCM을 진행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재고 회전율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작년 말 3.2회에서 올해 6월 2.5회까지 떨어졌다. 악성재고가 양산(2015년)되기 직전 해인 2014년 회전율 2.1%에 근접한 수준이다. 재고 회전기간은 146일까지 확대됐다. 재고가 판매를 통해 수익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다.
위닉스는 악성 재고 양산 방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속한 재고 처리를 위해 원가절감,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과 판매처 다각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10월부터 태국 현지법인(유원전자)에서는 제품제조공장을 신축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공기청정기를 제조해 수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의류건조기, 대형건조기, 대형세탁기 등 신제품 프로모션을 실시할 뿐 아니라 제습기에 사물인터넷(IoT) 등 차별화된 부가기능을 추가해 차별화 전략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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