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앞장선 통신사]'넷 제로'로 가는 길, 통신사 앞에 놓인 장애물은①온실가스 배출 전력에너지에 쏠려…재생에너지 공급 불충분, 제도 미비 속 '악전고투'
이장준 기자공개 2022-08-11 11:18:39
[편집자주]
SK텔레콤을 필두로 KT와 LG유플러스도 최근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불리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 하에 5G를 넘어 미래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커지는 등 난관도 많다. 그럼에도 통신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ESG경영에 나서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앞장선 통신사의 고민을 짚어보고 각 사의 수행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9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신 3사가 모두 'RE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을 선언했다. 재생에너지 관련 여건이 열악해 선뜻 나서기 어려운 국내에서 한 업권의 모든 플레이어가 RE100을 선언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통신사는 에너지 사용 대부분이 전력으로 이뤄져 제조업체와는 탄소 중립 접근 방식이 다르다. RE100 달성이 곧 온실가스 배출 제로(net zero)를 의미하는 만큼 조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물론 나아갈 길이 순탄하지는 않다. 추후에도 네트워크 고도화에 따라 기지국 등 인프라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해 전력 사용량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50년 탄소 중립 스케줄에 맞추려면 정책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0에서 100으로, 100에서 0으로" RE100 도전 나선 통신 3사
"0은 100으로, 100은 0으로 바꾸는 험난한 여정." 통신업계 관계자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그간 100% 의존해온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고, 무(無)에 가까웠던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RE100은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주도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77개 기업이 멤버로 소속돼 있다.
국내 기업이 여기 가입하려면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 RE100위원회의 사전 적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업재생에너지재단(CREF) 산하 조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지, RE100 이행 역량이 되는지 등을 파악한다. 이를 거쳐 RE100 정식 신청서를 제출하고 더 클라이밋 그룹의 심사를 통과하면 가입이 승인된다.
RE100 멤버는 크게 골드와 일반 등급으로 구분된다. 골드 등급은 1만5000달러의 연 회비를 내며 더 클라이밋 그룹이 주도하는 세미나와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 등을 추가로 부여받는다. 현재 국내 RE100 골드 멤버로는 SK텔레콤, KT를 포함해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현대자동차, 기아 등 7개사가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한국형 RE100(K-RE100)'을 발표하며 △녹색 프리미엄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구매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지분투자 △자가발전 등 다섯 가지 이행방법을 제시했다.
글로벌 RE100 캠페인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참여할 수 있다. 2030년 60%, 2040년 90% 등 중간 목표를 거쳐 2050년 완전히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현재 국내 64개 기업이 K-RE100을 선언했는데 LG유플러스가 6월 말 K-RE100에 가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통신 3사 모두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는 미션을 안게 됐다.
통신 3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치면 375만6063t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에 달한다. 그중 대부분은 전기, 열, 스팀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간접배출(Scope2)이 차지한다. 특히 전력 사용량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좌우된다.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필연적으로 RE100을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는 에너지 사용 99%가 전력으로 이뤄지는 만큼 RE100 달성이 곧 넷제로를 의미한다"며 "반도체 업체가 제조 공정에서 화학 약품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관리하는 것처럼 통신사는 전력 에너지에 집중하며 제조업체와는 다른 각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 인프라 고도화로 전력 사용 증가 불가피, 비용 감당 어려워
문제는 통신사의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국에 산재한 기지국과 중계기 등 시설이 전력 사용량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통신 서비스가 고도화하며 전력 사용도 여기 비례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추후 고주파 대역 장비가 많이 깔리는데 전파 특성상 촘촘하게 기지국이나 중계국을 깔아야 해 전력 사용량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3G 등 기존 장비를 없애는 것 역시 통신의 공공성에 위배돼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전력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진다. RE100 이행 수단 중 하나인 녹색 프리미엄의 경우 전기 소비자(기업)가 기존 전기요금과 별도로 한국전력공사에 납부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해야 한다. 녹색프리미엄 등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외부에서 추가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야 해 경영상 비용 부담으로 다가온다.
탄소배출권 1톤(t)당 단가도 2만6000~2만7000원 수준으로 한전에서 판매하는 재생에너지 단가보다 비싸다. 이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불충분한 것과 맞닿아 있다.
국내 태양열 발전 시간은 하루에 3.5시간 정도에 불과하고 1메가와트(Mw) 미만의 중소형 태양광 발전소가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가면서 하루 종일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규제 개선 차원에서 일찍이 전력 판매가 자유화돼 판매 단가도 낮고 보조금도 지급한다.
이에 따라 정책 지원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5G, 6G 등 네트워크 고도화가 이뤄지면서 전력사용량이 지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배출권 할당이나 재생에너지 조달 안정성, 전력효율화 기술 측면에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신사가 탄소 배출에 기여하는 측면도 상당한 만큼 이를 인정받아 혜택이나 지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가령 개별 서버실을 운영하는 것보다 통신사가 가진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모으면 에너지효율을 높일 수 있다. 최근 경쟁사인 통신 3사가 합심해 농어촌 5G 공동망을 구축하며 절감한 탄소감축량도 상당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 장비에서 전력 사용이 많은데 외산 장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저탄소 고효율 장비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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