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무기명식 송금' 금지, 간편송금업체 영향은 계좌 연결된 '기명식 송금' 그대로 이용 가능, 카카오·토스 사업모델 수정 불가피
황원지 기자/ 박서빈 기자공개 2022-08-22 11:27:5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9일 13: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선불충전을 이용한 송금을 금지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간편송금업체들에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린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카오톡 송금하기' 등 간편송금시 계좌를 연결하지 않는 '무기명식 송금'이 금지된다. 계좌가 없거나 사용하기 어려운 청소년이나 외국인, 신용불량자 등 고객층의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진다.간편송금업체들은 당장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사업 확장성이 크게 제한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모두 현재 송금서비스에 고객이 은행 계좌를 연결하기만 하면 그대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다만 기존에 강조했던 계좌 없는 송금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업모델에 다소 수정이 필요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송금보다는 결제사업이 핵심이라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금법 개정안 논란 재점화, 자금이체업 라이선스 받아야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마련한 전금법 개정안에 선불충전을 이용한 송금과 이체를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상대 계좌를 모르고 카카오톡이나 연락처만 있어도 송금할 수 있었던 간편송금 기능이 일부 제한된다.
간편송금 서비스가 아예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계좌가 연결되지 않은 무기명식 송금은 금지되지만 실명계좌가 연결된 기명식 송금은 라이선스를 받을 경우 기존처럼 가능하다. 대표적인 간편송금 서비스인 카카오톡 송금하기를 예로 들면 카카오톡 계정에 돈을 받는 상대와 자신이 모두 은행 계좌를 연결한 상태여야만 송금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좌 대 계좌 서비스만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최근 금융위가 이와 관련해 은행권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계좌 연동이 필수가 된 것은 자금이체업 라이선스 때문이다. 현재 간편송금 업체들은 선불전자지급수단업으로 등록하고 사업을 영위해 왔다. 하지만 간편송금 거래규모가 커지면서 보이스피싱이나 자금세탁 등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졌고 규모에 맞는 리스크 관리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금융위는 올 초까지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을 도입해 간편송금업체들이 직접 계좌를 발급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반발에 최근 자금이체업 라이선스를 되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이체업자는 따로 계좌를 만들 수 없어 은행권과의 협업이 필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간편송금 업체들은 자금이체업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이를 취득해야 기명식 송금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자금이체업은 2006년 도입됐으나 은행들이 전용 계좌를 개설해주길 꺼려해 그간 라이선스를 가진 사업자가 없었다.
대부분의 선불전자지급수단업자들은 수월하게 라이선스 취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금이체업의 최소자본금 요건은 3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더해진다는 측면에서 업계에서 반발하는 것"이라며 "자금이체업 라이선스 자체는 취득이 어려운 건 아니다"고 말했다.
◇청소년 고객층 제한 가능성, '결제 위주' 네이버파이낸셜은 영향권 밖
이 법안이 시행되면 카카오페이가 받을 영향이 가장 크다. 카카오페이는 선불충전을 통한 송금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지난 1분기 카카오페이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4124억원으로 업계 1위였다. 이 가운데 계좌가 없는 무기명송금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토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토스의 성장 비결 중 하나는 연락처만 알아도 송금이 가능한 편의성이었다. 핵심 마케팅 포인트가 사라지면서 사업모델 개편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토스의 경우 OO머니 등을 이용한 송금서비스가 없어 무기명식 송금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 모두 계좌 개설에 부모 동의가 필요한 청소년 고객군이 서비스 제한을 받는다. 청소년의 경우 최근 간편송금을 자주 이용하면서 금융권의 주요 고객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전체 고객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7%, 8% 수준이다. 청소년 외에도 국내 계좌가 없는 외국인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계좌가 압류된 금융취약계층 등 고객군도 영향권 안에 든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방침이 확정된 게 아니라 현 시점에서 영향을 살피긴 어렵다"면서도 "청소년을 비롯한 고객들의 불편함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핀테크 업체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에서 네이버페이를 통해 내는 수익이 핵심인 '간편결제' 사업자다. 송금 관련 사업은 크지 않다.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에서 결제된 금액은 44조188억원으로, 카카오페이(17조4536억원)의 두배가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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