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31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러 기업의 실적발표회(IR)를 봤지만 최근 눈에 띄는 컨퍼런스콜이 있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장비 전문기업 SFA의 IR 행사였다. SFA는 애널리스트와 기자, 개인 투자자를 초대해 IR을 진행했는데, 온라인 줌(Zoom)으로 양방향 소통의 장을 마련한 점이 인상 깊었다. 김영민 사장이 직접 상반기까지의 실적과 전망을 발표한 뒤 즉석에서 질의응답을 받았다.반도체나 디스플레이, 2차전지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경우 사업 모델이 대체로 B to B(기업대 기업간 거래)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과 소통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IR을 공개로 진행하는 사례도 흔치 않다. 주요 대기업들은 컨콜에서 애널리스트를 상대로만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SFA는 달랐다. SFA는 모든 참석자에게 질문 기회를 열었다. 즉석에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도 있었으나 답변을 회피하지 않았다. 자회사 SFA매각이나 유럽 배터리 고객사와의 협력 불발 등을 묻는 민감한 질문에도 잘못 보도된 사실은 바로 잡고 회사의 입장을 설명했다. 투자자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공개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질문에 정성껏 답하고 소통하려는 의지가 읽혔다. 사업 부문 질문에는 해당 분야 임원이 직접 보충 설명을 하며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썼다.
SFA는 지난 6월 언론을 대상으로 충남 아산의 공장 투어도 진행했다.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양산 중이거나 개발 중인 장비에 대해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현장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개인 투자자를 위해서도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반도체 업계를 취재하다보면 오랜 기간 취약한 생태계를 지키며 힘들게 사업을 이어온 소부장 기업들이 많다. 대기업 협력사로 묶여 있다보니 눈치를 보고 보안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 많다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정부가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각 소부장 기업들이 밸류체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왜 중요한지, 어떤 지원이 이뤄져야 할지 알려면 소통의 장으로 나와 같이 고민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SFA는 해마다 실적 발표 전에 밤새워 IR 자료를 만든다고 한다. 44페이지에 달하는 IR 자료는 이렇게 나왔을 거다. 실적이라는 숫자만 아니라 중장기 성장전략, 부문별 사업 현황,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IR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사업을 잘하는 게 기본이다. SFA는 적극적으로 장비 라인업을 늘리고 있고 디스플레이 장비 주력회사에서 반도체와 2차전지 분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단 평가를 받는다. SFA가 소부장 업계 모범 사례를 지속해서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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