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상장법칙]거래지원 절차 대외공개한 업비트…규칙의 유효함 피력①지난해 조건미달 24개 종목 대량 상폐, 올해 들어 신중한 상장 행보
노윤주 기자공개 2022-09-01 10:41:39
[편집자주]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5대 가상자산거래소가 DAXA 협의체를 통해 마련한 공동 상장규칙을 시범 적용했다.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규정에 따라 각자 상장을 진행했지만 테라-루나 사태로 불거진 상장규칙 통일 요구에 최소한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투자자는 보호하면서 상장종목 일률화는 방지하겠다는 게 협의체 취지다. 5대 거래소가 공개한 상장방침부터 각사에 상장된 코인의 특징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31일 08:16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비트는 주요 거래소 중 유일하게 상장 체크리스트를 대외 공개하고 있다. 상장 원칙에 위배되는 가상자산을 미리 제외하기 위한 조치다. 체크리스트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장 심사받을 최소한의 자격이 주어진다.상장 시 코인 프로젝트가 밟아야 하는 절차와 상장폐지 사유도 공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실종목의 상장이 유지되면서 해당 규칙이 적용되는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었다. 이에 업비트는 지난해 30개 넘는 종목을 한 번에 상폐하면서 규칙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올해는 테라-루나 사태 이후로 상장에 대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상장 사전심사부터 상폐 규정까지 공개…규칙은 지속 유지·보완 예정
업비트의 체크리스트 항목은 △기반 프로젝트의 투명성 △거래의 원활한 지원 가능성 △투자자의 공정한 참여 가능성 등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 프로젝트 투명성 카테고리에서는 법인의 실체, 기술적 역량, 구체적인 로드맵 이행 계획 등을 살핀다.
가상자산은 서비스나 최소개발상품(MVP)이 나오기 전에 거래소에 상장되는 경우가 많다.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사업 시작단계에서 자금을 모집하고 코인을 시중에 판매 및 유통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업의 진행현황보다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더욱 중점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세탁과 관련된 내용도 파악한다. 법인이 있을 경우 법인 대표, 임원, 실소유자 등의 요주인물 여부를 확인한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익명전송 기능이 있는 일명 '다크코인' 종류는 상장을 원천 금지한다. 유통물량이 소수에게 집중돼 있거나 보호예수(락업) 기간이 설정돼 있지 않아도 감점 요인이다.
체크리스트 등 초기 검토과정을 통과하면 세부검토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업비트와 프로젝트 사이 비밀유지 각서를 체결하기에 구체적인 절차는 대외비다. 세부검토를 거친 프로젝트는 거래지원 심의위원회에 회부돼 최종 검토를 받고 상장된다.
상장폐지에 대한 규정도 공유하고 있다. △법령 위반 △부적절한 사용처 △기술 취약성 발견 △원래 개발팀 또는 개발집단의 개발 포기 △협약 내용 위반 △특이 사유에 따라 사용자를 보호해야 할 경우 등이 주요 상폐 요인이다.
요인을 발견하면 우선 유의종목으로 지정한다. 증권시장처럼 해당 프로젝트에 조회를 요청했을 때 사유가 해소되지 못하면 상폐 절차에 진입한다. 업비트는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상장폐지 10일 전 공지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비트는 대외 공개돼 있는 상장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비트 관계자는 "DAXA(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 협의체) 차원의 상장규칙은 거래소 간 합의를 위한 폭넓은 가이드라인의 개념"이라며 "거래소의 구체적인 거래지원(또는 종료) 기준 등은 각사의 기준에 따르고 해당 정책을 유지보수하며 준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거 상폐로 드러낸 상장규칙 존재감…5월이 마지막 상장
한때 업계서는 업비트의 상장폐지 규정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비트코인(BTC) 마켓의 허들이 원화마켓과 비교해 낮았기 때문이다. 상장 후 몇 년이 지났지만 토큰 이코노미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코인도 남아 있었다.
이에 업비트는 대량 상폐라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해 6월 24종을 일괄 상폐했다. 익명전송 가능성이 탐지됐거나 팀 역량이 미달하는 종목이 대부분이었다. 업비트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상폐 대상에 포함됐다. 피카(PICA) 등 일부 프로젝트가 상폐 결정에 반발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상장에 대한 거래소의 권한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업비트는 고머니(GOM2)의 허위공시를 이유로 즉시 상폐 결정을 내렸다. 유의종목 지정 후 이틀만에 이뤄졌다. 고머니는 부당 절차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거래소가 투자자를 보호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해 업비트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신규 상장 주기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업비트 원화마켓의 가장 최근 상장은 지난 5월 이뤄진 스테픈(GMT)이다. 이후 3개월 원화 상장은 없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에 상장하면 시세가 급등하는 등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모두가 업비트 상장행보를 주시하고 있어 잦은 상장 및 상폐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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