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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몸값, 6조에서 4조 하락 '이유 있었다' [론스타 중재 판결 파장]2007년과 2010년 외형·수익성 큰 차이 없지만 비계량지표·시장상황 달라져

고설봉 기자공개 2022-09-01 08:20:24

이 기사는 2022년 08월 31일 1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옛 외환은행 매각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한국 정부와 론스타간 국제 소송 결과가 나왔다. 표면적으로 승자는 론스타처럼 보인다. 2800억원 대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 정부가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쟁점이 돼 왔던 론스타의 ‘손해’는 정말 있었던 것일까. 론스타 중재 판결을 계기로 당시 매각 과정을 되짚어보면 론스타가 고가 매각에 실패한 사실은 확인된다.

론스타는 2007년 HSBC와 계약에서 옛 외환은행 매각가로 5조9376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딜이 깨지면서 2년 7개월 뒤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그룹에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약2조219억원의 값을 덜 받은 셈이다.

하지만 M&A는 시장 상황과 다양한 변수에 따라 매각가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가 발생한 시대적 상황도 반영해야 한다. 시장 변화에 따른 가격 하락을 '손해'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외형·수익성 등 계량지표 큰 차이 없었다

2007년 9월 3일부터 시작된 HSBC와 론스타간 외환은행 딜은 약 1년여 만인 2008년 9월 19일 깨졌다. 이후 론스타는 2010년 4월 5일부터 외환은행 매각 절차를 재개했고, 그해 11월 25일 하나금융그룹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논의가 시작된 것을 기준으로 론스타와 HSBC간 딜이 깨진 뒤, 론스타가 다시 하나금융과 딜을 시작한 시점간 차이는 약 2년 7개월 가량이다. 론스타는 이 2년 7개월의 시간 동안 매각가가 약 2조원 가량 낮아져 손해를 봤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그룹에 매각한 가격은 3조9157억원이지만 HSBC와 매각에 합의한 금액은 5조9376억원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옛 외환은행 주식 3억2904만2672 (51.02%)로 동일하다. 실제 2007년 9월 시작된 딜이 성사됐으면 론스타는 약 2조219억원을 더 벌 수 있었다.

론스타의 주장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따져봐야할 조건들이 몇가지 있다. 우선 2007년 9월과 2010년 3월 외환은행의 가치다. 2007년에 비해 2010년 외환은행의 가치가 떨어졌다면 론스타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외환은행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주가다. 다만 주가 외에 외환은행의 자산 및 자본, 수익성 등 계량지표를 통해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또 매각 당시 대내외 경제상황과 리스크 강도 등에 대한 비계량지표의 종합적 고려도 이뤄져야한다.

HSBC와 매각 절차는 2007년 9월 시작됐다. 외환은행 가치는 2007년 6월 말 기준 반기 기준 재무지표를 기초로 측정이 가능하다. 당시는 이미 옛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에 흡수합병된 뒤다.

2007년 6월 말 기준 외환은행 자산총액은 73조4938억원이었다. 자본총액은 6조3438억원으로 자산총액의 8.6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의 핵심인 현금및예치금은 3조5511억원, 유가증권 11조713억원, 대출채권 47조3199억원을 기록했다. 대출채권에 대해선 대손충당금 5976억원을 적립했다.

옛 외환은행은 2007년 6월 말 누적 영업이익 8529억원, 순이익 515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당시 주당순이익은 800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2분기 별도로 영업이익 5378억원, 순이익 2772억원으로 주당순이익은 430원을 기록했다.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옛 외환은행 매각절차를 시작한 것은 2010년 4월부터다. 그 당시 외환은행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선 2010년 3월 말 기준 외환은행 재무제표를 들여다 봐야 한다. 다만 실적의 동등 비교를 위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은 2010년 6월 말 기준 자료도 참고한다.

2010년 3월 말 기준 외환은행 자산총액은 99조9338억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6월 말 대비 35.98%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총액은 7조8771억원으로 24.17% 증가했다. 당시 자산총액 대비 자본총액은 7.88%로 집계됐다. 자본금은 동일한 상황에서 부채총액이 더 많이 늘면서 자본총액 비율이 다소 낮아졌다.

옛 외환은행의 2010년 3월 말 기준 현금및예치금은 7조9174억원으로 2007년 9월 대비 122.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은 24.87% 늘어난 13조8249억원, 대출채권은 36.43% 증가한 64조558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대출채권에 대한 충당금은 1조59억원으로 2007년 9월 대비 68.31% 증가했다.

2010년 3월 말 기준 옛 외환은행은 영업이익 4159억원, 순이익 318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분기 기준 실적을 보면 2007년 2분기 보다 2010년 1분기에 영업이익은 22.65% 줄었고, 순이익은 14.77% 늘었다.

동등 비교를 위해 2010년 6월 말 기준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양상이 조금 다르다. 2010년 상반기 옛 외한은행은 영업이익 6929억원, 순이익 529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07년 6월 말 대비 18.76% 줄었고, 순이익은 2.6% 늘었다.

결과적으로 자산과 자본 등 측면에서 2007년 6월 말에 비해 2010년 3월 말 외환은행은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전체적으로 대출자산과 투자자산, 예수금 등이 늘면서 외형이 커졌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선 오히려 2007년에 비해 2010년이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주가·시장상황 등 비계량지표에 답 있다

M&A 시장에서 매각가를 정하는 기준 중 하나는 '주가'다. 시장에서 결정된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얹어 매각가를 정한다.

2007년 6월 말 기준 그 이전 6개월간 옛 외환은행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2007년 1월 평균주가는 최저 1만1900원~ 최고 1만3000원을 기록했다. 중간값은 1만2450원이다. 2007년 6월 평균주가는 최저 1만2750원~최고 1만5500원이었다. 중간값은 1만4125원이다.

다만 당시 론스타와 HSBC간 매각 이슈가 시장에 퍼지면서 거래량은 크게 증가했다. 2007년 1월 월간 거래량은 3023만1000주였다. 그해 6월 월간 거래량은 1억4552만5000주로 4.8배 가량 늘었다.

2010년 3월 말 기준 그 이전 6개월간 주가도 큰 차이 없었다. 2009년 10월 평균주가는 최저 1만3550원~최고 1만5100원을 기록했다. 중간값은 1만4325원이다. 2010년 3월 평균주가는 최저 1만2800원~1만4400원을 기록했다. 중간값은 1만3600원이다.

월간 거래량은 2007년과 비교해 오히려 크게 줄었다. 2009년 10월 월간 거래량은 5453만4000주였다. 매각설이 나온 2010년 3월 월간 거래량은 4281만6000주를 기록했다. 오히려 매각이 발표된 당월에 거래량이 그 이전 거래량 보다 적었다.

주가는 그런대로 유지됐지만 거래량 등에서 2020년 옛 외환은행에 대한 시장이 관심이 덜했던 이유는 대내외 불안정성 때문이었다. 2010년 당시는 국내 금융시장이 대내외 변수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긴 침체기를 겪었다. 당시 금융사들에 대한 중기전망은 부정적이었다. 은행의 주 고객인 기업과 가계 모두 경기침체 영향으로 성장성이 제한되던 시기였다. 주식 시장도 불안정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2010년 국내 은행들은 수익성은 일부 개선됐지만 건전성은 크게 악화하는 시기를 보냈다. 실제 2008년 3월 말 0.77%였던 연체율은 2010년 3월 말 1.26%로 두배 가량 치솟았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잔액은 6858억원에서 9699억원으로 3000억원 넘게 늘었다.

시중은행 M&A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2010년 우리은행 민영화와 옛 외환은행 M&A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면서 시장의 관심도 분산됐다. 결과적으로 2007년과 비교해 2010년 옛 외환은행 M&A는 흥행에 참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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