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 10년, 돌아보는 하나은행 변천사 [론스타 중재 판결 파장]론스타 색깔 지우기로 과거 경쟁력 복원…외환은행 하나금융 속에서 지속가능성장성 발판
김현정 기자공개 2022-09-01 12:20:01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1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 시도에서는 인수금액에서 밀려 KB국민은행에 고배를 마셨고 두 번째 도전에서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거지며 최종 합의가 지연됐다. 마침내 인수가 성사된 건 2012년 1월. 두 번째 시도 이후 14개월이 지나서야 금융위원회 승인으로 외환은행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론스타와 정부 간 법정 분쟁이 있을 때마다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막상 외환은행을 손에 쥐게 됐지만 론스타 자국 지우기에는 상당한 피와 땀이 들어갔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소유한 7년 동안 별다른 투자가 없었던 만큼 과거 경쟁력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영업력과 사업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 고쳤고 강한 한 방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밀어붙였다. 사후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는 데 이견이 없다.
프라이빗뱅킹(PB)·신탁부문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과 기업금융·외환에 경쟁력을 둔 외환은행이 하나의 은행이 되면서 현재 하나은행은 국내 3위권 대형 은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뿌리 깊은 론스타 10년 체제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외환은행과 질긴 인연, 굴곡 많은 M&A...세 번의 도전 끝 하나금융 품으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출사표를 던진 건 2005년이었다. 당시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 인수전은 리딩뱅크 지위 확보를 위한 클라이맥스로 불렸다. 같은 해 12월 지주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던 하나은행으로서는 자산규모를 99조원에서 단숨에 165조원으로 불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2위권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보람은행이나 서울은행 인수처럼 사이즈를 키우기 위한 M&A만은 아니었다. 외환은행은 당시 28개의 해외점포를 기반으로 외환거래에서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으며 굵직한 대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이었다. 거대 시너지 창출이라는 이점 또한 만만치 않았던 만큼 인수전이 펼쳐졌을 때마다 강한 의욕을 보였다.
첫 시도 당시엔 국민은행과 경쟁을 벌였다. 2006년 초 김승유 전 회장은 엘리스 쇼트 당시 론스타 부회장과 대면 자리를 떠올리며 ‘3분 정도의 시간이 1년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국민은행과의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엘리스 부회장을 놓고 김 전 회장은 승자의 저주를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외환은행은 국민은행에 돌아가는 듯 싶었는데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주가조작과 관련한 론스타의 검찰조사가 배경이었다.
론스타는 HSBC은행과도 15개월가량의 협상을 가졌지만 2009년 말 허탕을 쳤다. 이후 하나금융에 다시 기회가 돌아왔다. 2010년 11월 두 번째 시도에서 하나금융은 계약 체결까지 이르렀다.
결말을 맺기는 쉽지 않았다. 론스타가 대주주 적격성 논란 등에 휩싸이며 외환은행 인수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듬해 7월 하나금융은 2차 계약을 맺었다. 이후에도 한참이 지연됐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대한 판단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전환점이 된 건 법원의 판결이었다. 금융위는 론스타가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한다며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승인했다. 2012년 1월의 일이었다.
과거 외환은행 직원이었던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전에 가슴을 많이 졸였던 기억이 있다"며 "2016년엔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정부 승인 압력으로 매매대금을 깎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굴곡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마지막까지도 외환은행으로부터 거액 배당을 챙겨갔으니 매매대금을 조정하는 건 당연했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10년 론스타 체제 지우기...자산 규모 급성장, 기업금융·외환부문 '껑충'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건 2003년, 하나금융에 매각한 건 2012년 초다. 10여년 동안 론스타 체제였던 외환은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 강점이 많이 훼손됐다는 평을 받았다. 타행들이 점포 수를 크게 확대할 동안 몸을 사렸고 점포 열세는 외환은행의 고유 영역이었던 외환업무가 타행에 밀리는 계기가 됐다.
론스타 시절 외환은행은 여신전략을 짤 때 위험가중자산(RWA) 평가를 우선시했다. 론스타가 배당을 안정적으로 받아가기 위해 부실 위험이 큰 곳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이 줄고 상대적으로 대기업 대출이 크게 늘었다. 이는 금리 인하기에 순이자마진(NIM)에 대한 방어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외환은행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던 IB사업도 예전 명성을 잃어갔다.
외환은행 인수 당시 하나금융 수장이었던 김정태 회장은 외환은행의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영업력 회복과 함께 강도 높은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회복을 추진했다. 론스타 지우기 일환으로 중소기업과 서민금융 대출도 큰 폭으로 늘렸다. 최대주주가 외국계에서 국내 은행으로 바뀌면서 서민 계층 지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있던 시기였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부분 부분 고칠 게 아니라 새 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조기통합을 밀어붙인 배경이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5년 동안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내용의 ‘2.17 합의서’를 작성했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겨우 2년이 지난 2014년 10월 노조를 찾아갔고 조기통합의 화두를 던졌다.
조기통합은 1년여가량 추진됐다. 김 회장은 2015년 7월 외환은행 노조와의 2박3일 극비 밤샘 담판을 통해 조기통합의 최대 난제였던 노사 합의를 극적으로 이끌어 냈다.
양행의 화학적 결합은 현재 함영주 회장의 공이 컸다. 함 회장은 2015년 9월 옛 KEB하나은행의 초대 은행장에 올라서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고 '원뱅크' 통합 시너지를 조기에 가시화했다.
하나은행의 강점은 프라이빗뱅킹(PB)·신탁부문에, 외환은행의 강점은 기업금융·외환에 있던 만큼 두 은행 사이의 시너지는 폭발적이었다. 통합작업을 통한 IT·신용카드 부문 비용 절감 등으로 실적도 점차 탄력이 붙게 됐다.
하나금융의 자본비율도 점차 회복해갔다. 한국 은행 M&A 역사의 대지각변동을 마무리한 4조원 규모의 초대형 M&A였던 만큼 하나금융의 자본 소진이 컸었다. 2013년 말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9% 대로 경쟁사인 KB금융은 13%대였다. 당시 금감원 통계에 금융지주사 평균 자본비율 하락의 원인으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언급될 정도였다.
현재 하나금융의 CET1비율은 국내 금융지주사 중 탑이다. 금융지주사 중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유일하게 13%를 상회한다. 외환은행 PMI 작업 마무리와 함께 철저한 비용 통제로 견고한 이익을 쌓아온 덕분이다.
현재 하나은행은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상위권 은행으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작년엔 순이익 규모로 2위를 차지한 기염을 토했다. 하나은행의 2021년 전체 순이익은 2조5704억원 규모였는데 신한은행을 제쳤다. 외환은행과의 자산 결합이 지금의 하나은행의 규모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외환은행이 과거 주요 금융시장에 터를 잡고 있던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금융의 해외사업 네트워크는 24개국 214개에 달한다. 국내 금융권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 초 공식 취임한 함 회장은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을 제시하며 3대 전략 중 하나로 글로벌 리딩금융그룹 위상 강화를 꼽기도 했다.
하나금융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 인수 과정 중 가장 살얼음판이었다"며 "론스타가 미국 현지법을 적용받으면서 외환은행 미국 영업망이 흔들렸던 적도 있는데 이를 재복원한 일 등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론스타식 경영과 영업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여러 자구안을 펼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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