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수탁 시대 개막]정영채 대표 특명, '실리+명분' 가진 새 먹거리①증권사 최초 론칭 채비 완료…수급 불균형 속 시너지 기대
양정우 기자공개 2022-09-14 08:10:53
[편집자주]
NH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수탁 비즈니스에 진출한다. 정영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결단과 실무진의 추진력으로 오는 10월 정식 론칭에 나선다. '쇼티지'인 수탁 시장, PBS·판매망과의 시너지 등을 감안하면 새 먹거리로 부족함이 없는 여건이다. 나아가 PBS 파트를 글로벌 시장처럼 거대한 사업 영역으로 도약시킬 발판으로 여겨진다. NH증권이 수탁업에 도전하는 배경과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0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NH투자증권에 수탁업 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이 꾸려졌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여진이 이어진 시기 모든 은행이 꺼리던 수탁 비즈니스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정한 이후 후속 조치였다.국내 수탁 시장의 '쇼티지(shortage)',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와 시너지는 분명하지만 막상 신규 먹거리로 삼는 건 쉽지 않다. 금융권에서 각종 법정 다툼에 휩싸이면서 사모펀드 자체에 부정적 꼬리표도 붙어있다. 하지만 정영채 대표는 수탁업 진출을 내부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끝내 현실화 단계로 끌어올렸다.
◇'쇼티지' 수탁 비즈니스 꽂힌 정영채…결단 후 신사업 추진 드라이브
정 대표는 오랜 기간 펀드 수탁 비즈니스를 눈여겨봤다. 토종 헤지펀드(옛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은 금세 과거 전성기 시절 볼륨을 회복했다. 그만큼 국내 자산가의 수요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환매 중단에 따른 이미지 퇴색에도 사모펀드가 제시하는 기대수익률(expected return)과 리스크(standard deviation)를 대체할 상품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뭉칫돈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펀드를 조성하지 못하는 자산운용사가 줄을 이었다. 펀드 사업의 수급 여건은 어느 때보다 견조하지만 제도상 펀드 결성에 필요한 수탁기관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매 중단 사태 뒤로 수탁기관의 감독 의무가 강화되면서 시중은행은 사모펀드 수탁업에서 손떼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수탁 서비스의 공급 부족은 단연 새로운 사업 기회다. 헤지펀드 하나만으로도 40조원 대에 달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기존 사업자인 은행이 손사래를 치고 경쟁 증권사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이 NH증권은 신규 먹거리로 낙점한 후 시장 장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 대표(사진)는 임계현 상무(현 PBS본부 대표), 이창목 상무(전 PBS본부 대표) 등과 수탁업을 놓고 미래 향방과 사업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수탁 시장의 쇼티지가 심화되는 건 물론 신사업으로 추진할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되자 수장으로서 추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TFT 결성과 함께 수탁 인력을 확충했고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무진 사이에서 수탁업을 검토했던 증권사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난관에 부딪힌 게 신규 인력의 채용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수탁은행에서 근무하던 시니어 인력을 10명 가까이 충원해야 하는 만큼 추진 자체에 부담이 컸다"며 "이제 NH증권에서 저돌적으로 시동을 걸자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에서도 본격적으로 사업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수탁은행과 달리 시너지 카드…'헤지펀드-PBS' 간 창의적 수익 구조
NH증권 입장에서는 수탁 비즈니스로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증권사로서 PBS 사업을 벌이고 있기에 시너지를 거둘 수 있는 카드가 많다. 국내 펀드업계에서는 법적 수탁사(신탁업자)가 PBS이고 수탁은행이 단순 수탁 업무만 재위탁을 받는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증권사는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수탁업을 통해 PBS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재담보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게 대표적이다. PBS로서 레버리지(증권, 현금 대여 등)를 제공한 후 수취한 담보를 다시 증권, 현금을 차입하기 위한 담보로 재활용하는 콘셉트다.
예를 들어 PBS가 사모펀드에 주식 매수를 위한 신용을 제공할 경우 해당 주식을 담보로 국채를 차입하고 이 국채를 레포로 현금을 조달하는 거래를 일으킬 수 있다. 자금시장과 대차시장을 상대로 각양각색 거래 구조를 고안해 마진을 남길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PBS의 신규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사모펀드의 레버리지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수탁은행을 찾기가 어려운 만큼 수탁업을 벌이는 것 자체가 PBS의 세일즈 포인트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NH증권이 스스로 수탁 업무를 수행한다면 운용사 입장에서 굳이 다른 PBS를 활용하면서 별도로 수탁은행을 찾는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없다.
◇NH증권, 신사업 추진 명분도 확보…수탁 대란 시달린 운용업계 '반색'
NH증권의 수탁업 진출은 시장 전반이 반기는 행보라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근래 들어 자산운용사가 회원인 금융투자협회와 창업투자회사가 가입하는 벤처캐피탈협회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수탁 대란이다.
펀드 수탁은 조성 과정에서 필수 요건이지만 수탁은행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애당초 시중은행의 사업구조에서 큰 축이 아니었고 환매 중단 쇼크로 곤욕까지 치르자 신규 수탁을 지양하고 있다. 혹시 모를 이벤트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워낙 큰 동시에 감독 의무가 한층 강화된 것도 부담이다.
공급에 차질이 있다보니 수탁 수수료는 과거보다 7~15배 가량 치솟은 지 오래다. 근래 들어 사모펀드를 신규 조성하려면 수탁사에 평균 0.15%(15bp) 정도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대세를 이룬 공모주펀드(혼합자산 유형)를 기준으로 삼은 수치다. 과거 0.01~0.02%(1~2bp) 수준에서 껑충 뛰었다.
이런 시장 여건 속에서 수탁업에 진출한다는 증권사가 나오자 운용업계에서는 반색할 수밖에 없다. 그간 중소형 운용사는 수탁은행을 찾지 못해 사세 확장에 발목이 잡혔고 중견 하우스도 수탁을 거부할 만한 자산과 전략을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이들 운용사는 서비스 정식 론칭(오는 10월 14일) 이전부터 NH증권과 신규 계약을 놓고 사전 논의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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