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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관영업 지각변동]성장동력 개척 나선 하나은행, 공기관부터 미용사중앙회까지⑤기반 닦고 몸집 불리고, 후발주자의 값진 성과…기관사업 낙수효과 '톡톡'

김현정 기자공개 2022-09-15 08:19:04

[편집자주]

‘뺏고 빼앗기고’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전쟁이 치열하다. 철옹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영업 기회를 창출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수익성에도 보탬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더벨은 기관 유치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각축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은행들을 수차례 인수합병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과거 소규모 은행들은 기관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상업은행이나 조흥은행을 인수한 우리나 신한 등은 100년 역사를 지닌 기관사업 기반을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하나은행은 그렇지 못했다. 하나은행 기관영업은 맨땅에서 지금의 입지를 일궜다.

후발주자지만 성장동력은 강하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를 넘어 타행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적극적으로 기관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기관으로부터 얻는 예치금은 기본이고 기관에 소속된 임직원, 기관과 거래하는 기업들까지 모두 하나은행 레이더망 안에 있다. 기관영업의 낙수효과가 은행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후발주자 하나은행, '기반은 내가 만든다'



1971년 일부 금융업무만 취급하는 작은 투금사(옛 단자사)로 출발한 하나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수차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 왔다. 하나은행과 합쳐진 충청·보람·서울은행 등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은행들이었다. 기관사업의 텃밭이 비옥하지 못한 이유였다.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은 상업·한일은행과 조흥은행 등 100년 역사의 기업 및 기관 기반을 그대로 이어받은 만큼 기관영업에서 있어서 출발이 달랐다. 서울시금고 운영권을 가졌던 우리은행은 현재도 이를 기반으로 구금고와 공공기관의 강자로 자리하고 있다. 1958년 법원 공탁금 제도가 생기면서 정부가 조흥은행에 해당 업무를 맡긴 덕에 신한은행은 여전히 법원 주거래은행을 꽉 잡고 있다.

하나은행의 기관사업은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과정이었다. 대전시금고나 충남도금고 등 소소하게 기관사업을 영위해왔지만 외환은행과의 합병 이전에는 기관사업 정식 조직 자체가 없었다. 2015년 합병 이후에야 조직을 정비하고 2~3년 뒤에 출범했다.

지난 4~5년 동안 하나은행은 기관영업 후발주자로서 신규 기관유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뻐걱거렸던 시기를 지나 조직 및 시스템 정비를 하고 트랙 레코드가 쌓이고 나니 점차 규모의 경제가 실현됐다. 대부분 기관사업들이 입찰 형태로 주거래은행을 선정하는 만큼 대규모 투자를 통해 2019년엔 입찰 정보 공시용 전산을 구축했다. 하나은행이 각 사업마다 가질 수 있는 강점들을 파악하며 빠른 시간 안에 입찰 노하우를 터득해갔다.

하나은행이 기관영업 추격을 위해 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면 영업이 줄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길이 기관영업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기관의 예치금은 1차적인 것이고 기관의 임직원 거래나 부수 사업들까지 모두 합해 기관사업의 가치를 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지털라이제이션으로 영업점 채널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현 트렌드 속에서 고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반드시 온다”며 “기관고객 자체 뿐 아니라 정부 및 지자체와 거래를 하고 있는 개인고객이나 기업고객들까지 우리가 중간에서 포섭하려면 기관영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발함' 한 스푼 더해 '가보지 않은 길'을 찾는다

하나은행이 기관영업 부문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매년 꾸준한 실적 상승 곡선으로 사업성을 명확히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조직 정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관영업은 한 해 8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200억원가량씩 뛰었고 올해는 급성장해 1800억원 정도를 바라보고 있다. 기관사업에 따른 임직원 등 개인고객 이익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하나은행 기관사업 수익이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 있게 성장하는 이유는 기관 사업 자산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 주거래가 특히 많이 확대됐다. 공공기관으로부터 예치된 예금은 예산이 적기에 바로바로 뿌려져야 하기 때문에 금리상승에 따라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지 못한다. 기관 주거래 예치금이 저비용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하나은행은 올해도 공공기관에서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보건복지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주거래은행을 따낸 것이다. 사회보장급여 수급 등 업무의 전자적 처리지원, 사회서비스 전자 바우처 제공 등을 담당하는 곳인데 예산이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연구사업비(RCMS) 주거래은행도 하나은행 차지가 됐다. R&D 자금이 중소기업들로 나가기 전에 하나은행에 예치하게 되는 것인데 장기 자금이 1조원 정도에 이른다. 예치금 뿐 아니라 R&D 자금이 나가는 기업들에 대한 2차 마케팅까지 공격적으로 하는 만큼 하나은행 전체적으로 결실은 두 배가 된다.

하나은행의 기관사업 개척은 이런 전통적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은행들이 손을 뻗치지 않은 곳까지 영역 확장에 나섰다. 대표적인 예가 ‘미용사중앙회’ 주거래은행이다. 미용사중앙회는 소호(soho)으로 분류되는 미용업체들이 모여 만든 협회다. 무려 7만4000개 업체가 회원으로 있는 곳이다.

미용사중앙회가 주거래은행에 원하는 바는 ‘플랫폼’이었다. 은행 입장에서 플랫폼 IT 투자비용은 당장 들어가는데 중앙회 예치금 및 소호업체 대상 금융서비스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은 수년에 걸쳐 나타난다. 주저할 법도 하지만 하나은행은 투자를 불사했다. 기관영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올 5월에 구축을 시작해 이달 완료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로 보면 마이너스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며 “소상공인들에게 각종 금융정보를 제공하고 이분들 입장에서 좋은 조건의 여수신상품을 제공하면 7만개 이상 업체들이 하나은행의 손님이 된다”고 말했다.

기발함이 돋보이는 기관고객 확보의 사례로 어린이집연합회도 빠질 수 없다. 하나은행은 어린이집 운영관리 시스템의 사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2019년 시·도 지자체의 플랫폼 사업 일환으로 진행되는 어린이집 회계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어린이집 연합회와 주거래를 맺게 됐으며 현재 수많은 전국 소재 어린이집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최근엔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해 실용성과 안전성,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

같은 관계자는 “회계 프로그램 사용으로 인한 인센티브도 있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하나은행이 금융서비스도 제공해 2차, 3차 수익을 얻는다”며 “이것이 기관영업의 힘이고 파워풀(powerful)한 ‘낙수효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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