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관영업 지각변동]파죽지세 신한은행, '전략 우위' 달성③서울시·인천시금고 확대·수성 쾌거, 타행 '기선제압'…CEO 전폭적 지지도 '한몫'
김현정 기자공개 2022-09-13 07:02:22
[편집자주]
‘뺏고 빼앗기고’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전쟁이 치열하다. 철옹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영업 기회를 창출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수익성에도 보탬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더벨은 기관 유치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각축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들의 뜨거운 기관영업 경쟁 속에서 올해 유독 신한은행의 깃발들이 눈에 띈다. 서울시금고와 인천시금고 등 2022년 기관영업전 하이라이트로 꼽혔던 굵직한 사업들에서 연달아 승기를 거머쥐고 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각 사업마다 전략적 우위로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 있기 때문이었다. 신한은행만이 맡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 철저히 준비를 하고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땐 큰 한 방을 터뜨렸다. 기존 사업에서 해당 기관에 좋은 트랙 레코드를 보여준 것도 시장 수성의 비결이다.
◇신한은행 주요 사업서 경쟁우위 확보, 전략적 주도권 가져와
2022년이 시작되면서 올 한 해 시중은행들의 열띤 기관사업 쟁탈전이 예고됐었다. 서울시금고와 서울시 내 구금고들, 인천시금고와 인천시 내 구금고들, 국민연금공단 등이 기관사업 대어(大漁)라고 불리는 입찰 계약들이 줄지어 만료돼 입찰전이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4월엔 서울시금고, 8월엔 인천시금고라는 양대 산맥이 가장 비중이 컸고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신한은행의 압승이었다.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에서 1금고 수성은 물론 2금고까지 가져오는 쾌거를 이뤘다. 인천시금고도 결국 지켜냈다. 하나금융그룹이 청라에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 중이라는 점에서 모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 입을 모았는데 당당히 인천시금고지기 자리를 수성했다.
신한은행의 세밀한 준비와 전략 우위 덕분이다.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파고 들어 금고 관리의 디지털라이제이션에 수년 간 공을 들였다. 과거에야 금고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우수한 은행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최근엔 그를 넘어 금고지기의 ICT 역량이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기술을 시금고 운영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심사에서 이를 적극 어필했다. 은행별 심사 PT장엔 한정된 직원만이 들어갈 수 있는데 신한은행은 여기에 디지털 및 ICT 인력을 가장 많이 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한은행이 1·2금고를 모두 차지한 데는 서울시의 믿음 없이는 불가한 일이었다. 서울시 측에서도 지난 3년 8개월 동안 신한은행 금고 관리의 시스템적 성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시스템 쪽 관리를 꽤 깐깐하게 하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오류나 사고 등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인천시금고에서는 행안부 위택스 시스템 전환이 내년 1월 25일부터 시작된다는 점에 집중했다. 행안부는 지자체 재정관리 업그레이드를 위해 전국의 지방세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인천시는 내년 초로 스케줄이 잡혔다.
만일 신한은행 말고 다른 은행이 내년 1월 1일부터 인천시금고를 맡게 된다면 1월 1일부터 24일까지 독자 시스템을 운영하고, 25일부터 행안부의 차세대 시스템을 붙여 새로운 버전의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금고 은행 선정 후 남은 시간이 5개월 남짓인데 두 시스템을 모두 준비하기엔 빠듯한 일정이었다. 24일 동안 운영될 독자시스템을 개발하고 이후 통합 위택스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도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적 낭비일 수 있다. 신한은행은 타행이 금고를 맡았을 때 내년 1월에만 두 번의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천시의 리스크를 간파했고 신한은행이 금고를 유지했을 때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승리의 신은 신한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신한은행의 전략적 셈법은 2018년 서울시금고 입찰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이 조선경성은행 시절부터 104년 동안 품어온 서울시금고를 뺏으려면 커다란 승부수를 띄우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우리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썼을 때 신한은행은 3000억원을 제시했다. 과다 출연금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때도 있었지만 타행들은 만약 신한은행이 당시 그 정도로 과한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서울시금고는 우리은행 차지였을 것이라고 수긍한다.
◇독보적 법원 강자, 대학교·종합병원 절반의 점유율...CEO 전폭적 지지
신한은행이 기관영업에 잔뼈가 굵은 배경은 조흥은행의 기반이 워낙 탄탄했던 데 있다. 조흥은행은 109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주요 기관에 많은 뿌리를 내렸었다. 법원과 검찰청, 대학교, 종합병원 등에 수많은 점포를 운영했고 신한은행이 이에 대한 명맥을 이어 왔다.
특히 신한은행이 국내 법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는 조흥은행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8년 공탁금 시행 때부터 거의 독점적으로 공탁금을 관리했다. 여기에 보수적인 법원의 특성 상 금고 은행을 잘 바꾸지 않는 것도 신한은행이 ‘법원 강자’의 위상을 지킬 수 있는 요인이 됐다.
그만큼 신한은행이 법원에 신의를 지키고 있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오래 전부터 법원 내 지점장을 발령 낼 때는 역량이 입증된 직원들을 선별해 배치하곤 한다. 부지점장으로 영업능력을 검증받은 인력들만이 지점장으로 차출된다. 신한은행이 법원 영업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 내 대학교와 종합병원도 신한은행이 강점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신한은행은 대학교 주거래은행을 핵심 사업으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통상 대학교 때 계좌를 트면 이후도 계속 해당 은행의 계좌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 대학교 주거래은행 사업은 미래 잠재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발판인 셈이다.
현재 한양대와 이화여대, 서울대, 건국대, 홍익대 등이 신한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둔 대학교들이다. 우리은행과 대학교 시장을 절반으로 양분 중이다. 신한은행은 생애주기별 포트폴리오에 맞춘 '유스(youth)' 고객 대상 상품 개발과 대학교 교직원 전용 상품 및 마케팅 등에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이 기관영업에 힘을 기울일 수 있는 건 CEO들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모두 기관사업이 은행 수익 기반에 큰 보탬이 된다는 데 크게 공감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의 경우 과거 2012년 영업추진그룹담당 부행장 시절 경찰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복지카드를 따낸 당사자기도 했다. 우리은행을 제친 결과였다. 당시 카드 발급에 따른 계좌 유치는 말할 것도 없고 부가적으로 수천억원의 대출이 일어나는 등 리테일 부문 성장에 크게 기여했었다.
진 행장 역시 지자체 금고 및 공공기관 주거래은행 사업 등에 관심이 상당하다. 신한은행이 서울시에 기여하고 있는 시스템의 세부 내용까지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지난 서울시금고 입찰전의 PT 시간에 직접 참석해 심사위원들의 질의응답에 직접 대답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여러 사업을 하지만 쌓아온 네트워크와 전략 등 인력(human effort)으로만 이렇게 이익을 얻는 사업이 많지 않다”며 “신한은행은 기관사업이 활동성 고객 확보, 중장기 영업 기반 확대 등 이점이 상당한 영역으로 판단하고 계속해서 영향력을 키워나가야 할 사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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